책이름 : 국밥
지은이 : 한국음식문화포럼
펴낸곳 : 따비
부제가 ‘제주에서 서울까지, 삶을 말아낸 국 한 그릇’이다. 지은이는 〈한국음식문화포럼〉이다. 미식가적 안목과 음식연구가적 자세를 가진 전국의 식문화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모임이라고 한다. 앞으로 팔도의 국수, 전국 노포 등 다양한 주제로 시리즈를 낼 계획이다. 기대가 크다. 다섯 필자의 다섯 편의 글은 국밥이 담고 있는 문화, 사람, 시대에 초점을 맞추었다.
1. '경조사를 위한 특별한 탕국, ᄆᆞᆷ국과 제주 육개장'의 양용진은 제주 토박이로 제주 향토음식 전문점 〈낭푼밥상〉의 대표, 30여 년 간 제주의 향토음식 문화에 대한 재조명 작업에 매달렸다. ᄆᆞᆷ국은 돼지의 모든 부위를 삶아낸 국물과 ᄆᆞᆷ이라 부르는 해초 모자반을 활용하는 조리법이다. 고기국물의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제주 사람들은 메밀을 국물에 풀어넣었다. 제주 육개장에 넣는 한라산 먹고사리는 굵으면서도 중심이 비어 굉장히 부드럽다. ᄆᆞᆷ국과 제주 육개장은 잔치나 초상처럼 많은 손님을 치르는 집안의 대소사에 한하여 특별히 끓이던 국이었다. 제주 사람들에게 격없이 어우러지는 모든 어울림과 알뜰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제주의 전통음식이다.
2. '돼지국밥으로 읽는 부산'의 최원준은 시인․음식칼럼니스트로 부산․영남 지역음식이 지역 사람들에게 끼치는 관계를 인문학적으로 연구․기록하고 있다. 부산은 해방공간의 일본 귀환동포, 한국전쟁의 피난민으로 급속도로 팽창된 도시다. 그 시절 탄생한 음식들이 밀면, 돼지국밥, 부산어묵, 곰장어... 오늘날 부산의 향토음식들이다. 부산 돼지국밥의 원조는 부산․경남에서 먹어왔던 고깃국이다. 한국전쟁의 피난민들에 의해 여러 지역의 음식문화가 섞이면서 현재의 돼지국밥으로 자리 잡았다. 부산은 장터도시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도록 밥과 국, 반찬을 한 그릇에 섞어서 먹는 부산식 돼지국밥 문화를 탄생시켰다.
3. '바다, 햇볕, 소금 그리고 손맛과 인심이 더한 맛, 남도의 간국'의 김준은 어촌사회학자로 30여년을 섬과 어촌, 갯벌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과 생물을 만나고 있다. 바다가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닷물고기와 소금의 만남으로 간국은 말린 생선乾魚에서 시작된다. 간국은 생선을 염장해 말린 후 자작하게 끊여 만든 국으로 모든 생선으로 간국을 만들 수 있다. ‘건정’은 바닷물고기를 간수에 담갔다가 햇볕에 말리는데 하늬바람이 부는 늦가을이 좋다. 간국을 끓일 때 비린내를 잡는 것이 조리의 핵심으로 쌀뜨물에 담가 불리면 비린내도 없애고 국물이 잘 우러나도록 딱딱한 생선을 부드럽게 한다. 생선은 말리는 과정에서 육질의 변화가 일어나고 숙성되면서 성분이 바뀌고 맛도 깊어졌다.
4. '팔색조 대구 따로국밥, 그 뒤안길'의 이춘호는 〈영남일보〉 음식전문기자로 달빛포크협회 대구 대표 및 대구음식문화학교 교장이다. 대구는 한국에서 가장 다양한 쇠고깃국을 가진 고장으로 따로국밥, 육개장, 선지해장국으로 분류된다. 육개장의 차이로 서울식은 쇠고기를 결대로 찢어 넣고, 대구식은 고기를 뭉텅뭉텅 썰어 넣는 형태다. 대구따로국밥은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환경아래 장터국밥, 해장국, 탕반, 육개장 문화가 하나로 뭉쳐지면서 탄생했다. 유별난 피난민들의 식성에 맞추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과 밥이 분리되는 국밥이었다. 대구 따로국밥이 오늘까지 전국적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데는 대파, 즉 ‘다끼파’가 있었다.
5. '서울 음식 설렁탕의 기원과 발달'의 박정배는 음식칼럼니스트․음식역사문화연구가로 한국․중국․일본의 음식 역사와 문화를 현장과 연결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설렁탕 한 그릇에 담겨진, 귀한 쇠고기를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눠 먹기 좋은 탕 문화, 찬밥을 국에 말아 먹는 토렴문화, 뼈와 살과 내장과 같은 소의 온갖 부위를 다 넣어먹는 섞임의 음식문화. 탕湯은 채소나 생선, 고기 등을 물에 넣어 먹는 음식. 설렁탕의 기원설로 몽골의 슐렝설이 가장 유력, 공탕空湯은 맹물에 고기를 삶는 조리법으로 몽골어로 ‘슈루’라고 표기. 슐렝sulen(고기와 뼈를 함께 삶은 물)〉설런〉설렁의 과정에 ‘탕湯’을 덧붙인 이음첩어. 한국의 다른 탕음식이 장을 기반으로 한 데 비하여 곰탕과 설렁탕, 백숙만이 간을 소금으로 직접하고 파를 넣는 것으로 보아 몽골음식 가능성이 아주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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