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
지은이 : 박태일
펴낸곳 : 문학동네
낯선 시인은 ‘문학동네시인선 050 기념 자선 시집’ 『영원한 귓속말』에서 만났다. 기념 시집은 3년 여간 ‘시인선’을 이룬 49인의 시인이 자신의 시집에서 직접 고른 시와 산문 한 편씩을 덧대 엮은 자선自選 시집이었다. 시집의 마지막 詩 「레닌의 외투」에 나의 눈길이 머물렀다.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이라니. 나는 80년대 학창시절을 보냈다. 즉 386이었다.
박태일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는 ‘문학동네시인선 049호’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네 번째 시집이후 11년 만에 출간된 시집이었다. ‘낯선 몽골이라는 공간을 우리말의 리듬 속에 함축적으로 녹여내 시적 서정의 공감대를 풍요’롭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인은 2006년 2월에서 2007년 1월까지 약 1년간 몽골 초빙교수로 안식년을 보냈다.
그때의 체험을 『몽골에서 보낸 한 해』라는 여행기를 2010년에 펴냈다. 그리고 몽골 체험시집을 3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는 2013년에 출간되었다. 몽골 체험이 시적 형상으로 무르익기까지 6-7년의 세월이 흘렀다. 1924년 몽골인민공화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산주의 국가를 수립했다. 1992년 복수정당제와 시장경제 정책을 도입한 몽골은 노도와 같은 자본주의 물결에 휩싸였다.
「레닌의 외투」에 등장하는 레닌의 동상은 몽골의 올랑바르트 호텔 앞에서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인 박태일(1954- )은 70년대 학번으로 레닌의 문건을 복사본으로 몰래 숨어서 읽었을 것이다. 그 시절 이 땅에서 국가보안법이 기세등등했다. 조국 러시아에서 강제로 끌어내려진 혁명가 레닌의 동상을 보며 시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표제를 따 온 「달래」(32쪽)의 전문이다.
달래는 슬픈 이름 / 한번 달래나 해보지 / 달래바위에 피를 찧었던 일은 우리 옛적 이야기 / 유월부터 구월까지 / 하양부터 분홍까지 / 어딜 가나 저뿐인 듯 피어 떠드는 달래 /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 / 두 억 년 앞선 때는 바다였다는 고비알타이 / 소금호수 천막가게에서 / 달래 장아찔 안주로 주던 / 달래는 열 살 / 아버지 어머니 /달래 융단 아래 묻은
우리 민족의 근친상간 금기에 초점을 맞춘 오누이의 슬픈 전설이 ‘달래강’ 또는 ‘달래고개’ 전설이다. 내가 살아가는 주문도 봉구산 자락은 말그대로 달래가 융단처럼 깔렸다. 꽃 색깔은 새하얀 것에서 엷은 분홍까지 띠었다. 봄철 새순이 자라는 달래를 뿌리째 캐어 양념장에 버무린 ‘달래장’에 마른김을 싸먹는 맛이 그럴듯했다. 이억 년 전 바다였던 고비알타이의 소금호수에서 맥주를 마시는 시인. 부모를 일찍 여윈 열 살 달래는 ‘달래장아찌’를 안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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