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르네상스

대빈창 2024. 11. 12. 07:30

 

책이름 : 르네상스

지은이 : 월터 페이터

옮긴이 : 이시영

펴낸곳 : 학고재

 

일본공예가 이데카와 나오키의 『인간 부흥의 공예』를 마지막으로 ‘학고재 신서’ 시리즈를 20여 년이 지나, 다시 한 번 잡았다고 생각했다. 책에 대한 편집증적 강박이 유다른 나는 신서가 군데군데 이 빠진 것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착각이었다. 미술 분야ㆍ작가별 코너에 몇 권의 신서가 꽂혀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가장 먼저 빼든 책이었다.

책읽기에 몰입했다가 끝이 다 왔음에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저자의 이력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 옹호론, 심미주의라는 개념에 힘든 독서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책을 펼치면 곧 드러날 것이지만. 19세기 영국 미학자 월터 페이터(Walter Pater, 1839-1894)는 심미주의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서는 『르네상스 미술과 시에 관한 연구The Renaissance Studies in Art and Poetry) 였다. 1873년 2월 초판이 발간되었을 때 빅토리아 시대(1837-1901)의 예술 애호가ㆍ연구자들에게 대단한 호응 얻었다고 한다. 『르네상스』에 담긴 심미주의적 세계관, 독창적인 문장의 아름다움은 현재까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책은 ‘결론'까지 포함하여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초기 프랑스 이야기 두 편’. 11세기 말엽에서 13세기에 걸쳐 북프랑스의 음유시인 트루베르들이 퍼뜨린 서사시 「아미와 아밀의 우정」은 북방으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활달한 북부게르만 민족의 취향. 남방에서 유래한 프로방스 문학과 연계된 작품으로 13세기 후반의 프랑스어로 쓰인 「오카생과 니콜레트」는 여러 상황 등과 인간 감정의 특성들을 서술하는데서 독특한 경쾌함과 우아함.

‘이탈리아 인문학자 피코 델라 미란돌라(1463-1494)’. 인간의 영혼이 현세적 아름다움으로부터 눈에 보이지않는 형이상학적 이름다움으로 옮겨가는 변화의 단계들을 명확히 설명. 끝없는 상징과 비유로 장식이 많은 화려한 문체, 권위 있는 문서를 직접 원서로 독파하는 순순한 결의로 당시의 다른 신비주의적 저술가들과 구별.

‘피렌체 초기 르네상스 화가 보티첼리(1445-1510)’. 시 예술의 매체 이야기와 회화예술의 매체 선과 색채의 매력을 조화롭게 융화. 천재들은 눈앞의 광경을 찬탈하여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정서, 환상적 비전을 표현하는 자료로 활용. 초기 르네상스 시대는 신선미와 희망으로 인간 정신의 역사상 가장 흥미 있는 시대.

‘피렌체 르네상스 양식을 개척한 조각가 쿠카 델라 로비아(1399/1400-1482)’. 15세기 첫 70년을 장식한 루카는 피렌체 산타마리아 대성당의 궁륭형 천장 예배당과 종루의 대리석 조각으로 조각가 최고의 명성. 시대적인 겸손과 진지함, 소박함의 전형성.

‘이탈리아 화가ㆍ조각가ㆍ건축가ㆍ시인 미켈란젤로(1475-1564)’. 문학적 명성을 목표로 쓴 시들은 흉내 낼 수 없는 자신의 영혼과 기질에 다가선 우발적이고 격식에 구애되지 않은 시들. 미켈란젤로가 희망을 지녔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무지, 정신의 본질, 기원, 능력에 대한 무지의 인식에 토대를 둔 것.

‘이탈리아 화가ㆍ조각가ㆍ건축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 초상들은 이전ㆍ이후에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탁월한 솜씨로 입체감을 살리고, 어두운 대기를 배경으로 거의 환상에 가까운 현실감을 구현. 〈모나리자Mona Lisa〉(1503/05년, 파리 루브르 박물관)는 진정한 의미에서 레오나르도의 최고 작품이며 그의 사상과 작업방식을 잘 보여주는 예.

‘성기 르네상스 양식을 시작한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네(1477년경-1510)’. 베네치아파의 정신을 완전하게 요약하고 있는 화가. 풍속화genre의 창시자. 색채 및 소묘의 요소를 주제에 완전히 융화시키는 것은 주제 혹은 주제의 국면을 적절히 선택하는 능력에 크게 의존하는 선택능력이 조르조네 유파의 비결.

‘프랑스의 시인 조아생 뒤 벨레(1522-1560)’. 24세 때, 15세기 프랑스의 문학혁신운동 플레야드Pléiade파의 첫 선언문(짧은 논문) 「프랑스어의 옹호와 선양」을 발표. 플레야드파는 언어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의 음악성을 바라고 하나의 음조와 억양의 아름다움은 그 마지막 가능성까지 활용. 「바람에게―밀을 키질하는 이의 소원」은 플레야드 유파의 모든 특질들과 가치, 취향의 전 면모를 가장 빼어난 형태로 구현.

‘독일의 고고학자ㆍ미술사가 빙켈만(1717-1768)’. 몇몇 고대 유물의 파편을 통해 고대인의 기질과 그들이 사랑하고 즐거워한 것들을 직관적으로 통찰. 완전한 그리스의 조형물을 비평하는 일에 자신의 교양 뿐 아니라 기질까지 완전히 투입.

월터 페이터는 말했다. “미를 정의하되 극히 추상적인 용어가 아니라 가능한 가장 구체적인 언어로 하고, 보편적 형식보다는 그것을 구체적으로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 형식을 찾는 것, 이것이 진정한 미학 연구자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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