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무법의 바다

대빈창 2024. 11. 14. 07:30

 

책이름 : 무법의 바다

지은이 : 이언 어비나

옮긴이 : 박희원

펴낸곳 : 아고라

 

퓰리처상을 수상한 탐사보도 기자 이언 어비나(Ian Urbina)의 『무법의 바다』는 바다 사회사였다. 자경 활동에 나선 환경보호 활동가, 난파선을 노리는 도둑, 바다에서 활동하는 용병, 반항적인 포경선원, 앞바다의 압류원, 바다로 나가는 임신중지 시술자, 불법 방류되는 독성 폐기물, 미꾸라지같은 밀렵꾼, 유기ㆍ고문ㆍ살해당하는 선원, 바다로 내몰린 밀항자...

비행기 85대를 타고 전 대륙의 도시 40곳을 누비고 40만 4,000킬로미터의 취재, 오대양과 부속해 20곳을 넘나든 1만2,000해리의 여정을 통해 탄생한 책이었다. 부제는 ‘보이지 않는 디스토피아로 떠나는 여행’으로, 책을 열면 언론사ㆍ작가ㆍ유명인의 찬사 19개가 줄을 이었다. 『푸른 바다를 위한 말과 노래를 넘어서』의 저자 칼 사피나는 말했다. “이언 어비나는 지구 표면의 3분의 2에 걸쳐 통제되지 않는 놀라운 비인간성을 드러내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다.”

800여 쪽에 가까운 열다섯 편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한 모험담ㆍ충격적인 폭로담의 바다 르포르타주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1장 천둥을 덮치는 폭풍. 불법어업으로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62미터 길이의 나이지리아 선박 천둥Thunder호. 비영리 환경단체 시셰퍼드Sea Shepherd의 신조는 ‘해적은 해적으로 잡는다’. 수배―깡패나 다름없는 이빨고기 밀렵선―여섯 날강도: 천둥호, 바이킹호, 쿤룬호, 융싱호, 쑹화호, 펄론호. 천둥호는 연료가 바닥나고 유죄가 입증되는 증거를 실은 채 조만간 압류될 상황에 몰리자, 상투메프린시페 인근 해안에서 고의로 자진침몰.

2장 외로운 파수꾼. 서태평양 군도국가 팔라우는 주민 21,000여명이 250개가 넘는 섬에 흩어져 산다. 팔라우 해양경찰은 한 척 뿐인 순찰선 레멜리크Remeliik호로 프랑스 면적만한 연안을 지켜야한다. 팔라우 바다는 풍성한 어장으로 해마다 지느러미 때문에 학살당하는 상어가 9,000만 마리 이상. 2017년 기준 상어 어종 약 3분의 1이 멸종위기. 한 해에 포획되는 물고기는 2015년 기준 세계인구 전체의 중량을 넘어선 9,400만톤. 생선 5마리 중 1마리는 불법어획물, 전세계 수산물 암시장 규모 200억 달러.

3장 녹슨 왕국. 1966년 크리스마스 이브, 패디 로이 베이츠Paddy Roy Bates는 1940년대 템스강 방어목적으로 구축된 요새 5곳 중 하나인 ‘러프스’ 점거. 바다에서 18미터 높이로 서있는 속빈 콘크리트 탑 위에 테니스장 2개 크기의 상판을 올려놓은 포격용 구조물.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해양국가 ‘시랜드Swaland' 건국을 선포. 존재 한지 50년이 지났지만 거주한 사람은 베이츠 일가와 손님 대여섯과 상근직 경비원 마이클 배링턴 뿐.

4장 상습 범죄 선단. 한국 국적 사조오양은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와 끔찍한 선박상태로 높은 악명. 사조그룹은 1971년 설립, 원양어업계의 거대 괴수, 70척 이상의 어선으로 구성된 거대선단 운영, 2010년 기준 그룹 연매출액은 10억 달러 이상. 오양 70호는 73미터 길이의 38년 된 배로 10여개 이상의 안전규정 위반으로 ‘고위험’등급. 야건 조업 중 침몰, 뉴질랜드 국적 어선 어멀턴애틀랜타스호의 도움으로 45명 구조, 다섯 명 사망. 오룡 501호는 2014. 12. 1. 러시아 극동의 추콧카 연안 어장에서 명태조업 중 침몰, 선원 60명에서 7명을 빼고 모두 사망. 한국인 선원 11명 중 선장을 포함한 4명은 기준 미달자. 이등기관사, 삼등항해사, 통신사는 아예 없었음.

5장 애들레이드의 항해. 2002년 프랑스에서 건조한 애들레이드Adelaide호는 11미터 길이의 유리섬유 선박. 네덜란드인 의사 레베카 홈퍼로츠Rebecca Gomperts는 ‘파도위의 여성들Woman on Waves'의 설립자. 의료선을 개조, 자원봉사단과 함께 세계를 누비며 임신중지가 불법인 지역의 거주자에게 시술. 

6장 창살 없는 감옥. 채무노동과 인신매매, 임금체불, 선원 유기 같은 불쾌한 진실은, 바다세계 대부분의 영역에서 법은 선원보다 선적화물을 보호. 매년 1,000명이 넘는 밀항자 적발,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쳐 배로 지중해를 건너는 해상 이주민은 수십만 명.

7장 잃어버린 방주의 약탈자. 맥스 하드버거Max Hardberger는 업계 최고의 해상 압류원, 하드버거는 지난 20년 동안 20척도 넘는 선박을 압류. 해상법은 선박이 일단 매각되면 과거의 채무와 구속 사실은 청산된다는 규정, 선박을 전매해 손실을 신속히 만회. 현실은 작은 배부터 큰 배까지 전세계에서 매년 선박 수만 척이 도난. 선박은 일주일 안에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

8장 중개인. 세계적으로 5,600만명이 넘는 해상노동자가 어선에서, 다른 160만명은 화물선과 탱커선, 컨테이너선을 비롯한 다른 상선에서 일한다. 필리핀인이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퍼센트, 전세계 상선 선원 4분의 1이 필리핀 출신. 2016년 사관과 갑판원, 어업노동자, 하역 노동자, 크루즈선 노동자로 일자리를 구한 필리핀인은 40만명이 넘었다.

9장 다음 프런티어. 석유기업 다목적 협력체는 아마존하구 인근 대서양 석유시추로 1억1,000만 달러가 넘는 돈은 2013년 브라질 정부에 지급. 브라질 과학자집단과 그린피스 환경보호 활동가는 ‘아마존리프’라는 이름의 산호초 영상을 찍어 대중에게 공개. 아마존강 하구부터 프랑스령 기아나까지 970미터 길이로 이어지는 산호초.

10장 해상 노예. 스텔라마리스 국제선원센터는 비밀리에 해상 노예를 구조하는 단체. 태국과 미얀마 국경 항구도시 라농은 공무원의 부정부패로 인신매매업자가 처벌 없이 활동. 수산업계 평균기준 선원 5만명 부족. 남중국해 태국어선단은 캄보디아․미얀마에서 이주민 수만명이 흘러들어와 만성적으로 부족한 인력을 보충. 악덕선장은 성인 남자와 소년을 소유물처럼 매매.

11장 쓰레기를 흘려보내다. 크루즈정기선의 연료는 벙커유로 ‘엔진슬러지’가 발생, 비용을 아끼려 바다에 투기. 2차세계대전후 러시아, 영국, 미국은 겨자가스폭탄과 화학무기 100만톤을 먼바다에 가라앉혔다. 20세기에도 원자로와 핵 슬러지를 북극해, 북대서양, 태평양에 버렸다. 선박들은 매년 8,000만 갤런이 넘는 기름낀 선저 폐수와 엔진 슬러지를 바다에 불법 투기.

12장 출렁이는 국경. 인도네시아는 자국 수역에서 모든 외국 선박의 조업을 금지하고, 법위반으로 적발된 배는 침몰시키거나 폭파. 하우마찬 Hiu Macan 1(뱀상어) 함장 삼손Samson은 가장 극심하게 범죄가 들끓는 인도네시아 수역 외곽을 순찰, 불법선박 수십척을 나포․침몰. 1만7,000개의 섬이 흩어져있는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군도이며 그 수역은 수십년동안 불법 어선들이 판을 쳤다.

13장 위험한 무장지대. 인도양과 서아프리카 해안을 비롯한 여러 수역에서 강도와 폭행을 당하는 선원은 연간 수천 명, 살해되고 납치되는 선원이 수백명. 2013년 방글라데시에서 700명이 넘는 어민이 유괴, 150건이 9월 한 달에 발생, 인질 중 40명이 한 사건에서 살해되었고 다수의 선원이 손발이 묶인 채 바다에 던져졌다. 경비원 기숙사로 해상무기고 출현.

14장 소말리아의 일곱 선박. 가뭄과 내전, 기근, 해적, 테러로 몸살을 앓는 오랜 시간 국가 기능 부전의 대표 모델 파탄국가 소말리아. 소말리아 현지에서는 공무원과 날강도, 경찰과 무법자를 구분하는 것이 몹시 어렵다. 노동착취로 악명높은 한 회사 소유의 태국선박 7척은 강제노동과 인신매매에 연루. 소말리아 보안 서비스SSS, 지방자치 푼틀란드 해양경찰 PMPE, UN회원국 연합체가 각자 소말리아 수역을 순찰.

15장 사냥꾼 사냥. 길이 120미터가 넘는 도축시설을 갖춘 공장식 포경선 닛산마루호. 소규모 지원선단에는 작살선 3척, 재급유 탱커선 1척, 경비선 1척, 그릴어탐선 1척.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공장식 포경선. 암컷 고래 한 마리의 자리를 다른 성체 암컷이 대체하기까지는 평균 20년이 걸렸다. 지난 세기 포경선으로 고래 90만마리가 사망. 멀리 떨어진 공해에서 포경을 하고있는 나라는 오로지 일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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