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또 한 권의 벽돌
지은이 : 서현
펴낸곳 : 효형출판
요즘 나의 독서여정에서 즐겨 나타나는 이가 건축가 서현(徐顯, 1963- ) 이었다. 군립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할 때마다 그의 책 한 권이 포함되었다. 서문 「가가린, 알바 알토 그리고 나의 독서」에서 말했다. “독서는 마음의 산책”이라고. 건축가는 “건축을 이루는 공간조직은 사회조직의 물리적 구현”이라는 생각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으로 여행과 독서를 꼽았다.
종교는 과학과 양립할 수 없으며 종교, 특히 기독교가 얼마나 비이성적 방식으로 존재의 가치를 실현해왔는가를,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한국의 가장 큰 암초는 탈법과 불공정 거래,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 삶과 죽음 그리고 거기 엮여 짓누르는 무게와 허무한 가벼움을 지속적으로 병치,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 소설가에게 필요한 것은 주체할 수 없는 감상의 분비선이 아니라 인문적 성찰, 『제3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
옛 그림에 대한 가장 독특하고 독보적인 그의 분석적인 시각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관찰력의 소산,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ㆍ2』. 한자가 그렇듯이 일본말이 이미 우리 생활의 완벽한 조직으로 변화한 부분은 인정해야, 황대권의 『빠꾸와 오라이』. 전체를 조망하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우리 민족에게 닥쳤던 망국의 역사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팍팍하고 고단케 만들었는지에 대한 절절한 기록, 님 웨일스ㆍ김산의 『아리랑』.
숨 막히는 능력을 선보이던 문학과 예술의 천재들, 김상근의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나무는 인생을 걸고 전력투구하는 진화의 생명체, 강판권의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 진화론이 생물학의 테두리를 넘어 심리학을 설명, 전중환의 『오래된 연장통』. 법조계는 인문적 소양의 인물이 들어설 수 없는 조폭 집안, 김두식의 『헌법의 풍경』. 적당하지 않은 교육을 행사하는 수준을 넘은 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는, 이반 일리치의 『학교 없는 사회』. 국가는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폭력으로 그 이행을 요구,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건축가는 대학원생들과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한 꼭지를 빌려 책 리뷰를 올렸다. 4년간 진행된 ‘건축가 서현의 난독일기亂讀日記’는 251종의 글이 쌓였다. 『또 한 권의 벽돌』은 여기서 141종을 뽑았다. 이중 나의 손길이 미친 책은 위에 열거한 14종이 고작이었다. 아래는 각 부의 사이에 자리 잡은 4편의 에세이다.
‘가장 중요한’이라는 의미를 갖는 인생 첫 책 〈누가복음〉. 예일대학교 고문서도서관 〈바이네케Beinecke 도서관〉. 대학의 가장 중요한 지적 사고의 자유, 현장적응 능력은 직업훈련원에 기대 〈이발사의 제자〉. 분류가 분류 대상에 개입하려고 하는 순간 분류는 폭력이 되는 〈자연계와 인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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