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전쟁 이후의 세계
지은이 : 박노자
펴낸곳 : 한겨레출판
『당신이 몰랐던 K』가 나온 지 3년 만에 박노자(朴露子/블라디미르 티호노프, 1973- )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나는 부리나케 군립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했다. 2022. 2. 24.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3년이 다 되었다.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구를 점령, 아르메니아계 인종청소를 강행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정면충돌했다.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터졌고, 수단은 내전 중이다. 2023년은 ‘전쟁의 해’였다.
20세기 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터졌다. 21세기는 또다른 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전쟁 이후의 세계』는 1부 12편은 혁명국가였던 소련(러시아)이 일으킨 침략전쟁, 2부 12편은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3부 12편은 한국과 러시아의 비교, 4부 19편은 전쟁 이후의 세계에 대한 전망을 담았다.
1부 ‘혁명국가’ 소련은 어떻게 침략전쟁의 주역이 되었나. 러시아는 와해된 공산당을 보안기관 출신들이 대체하여 권부의 상층을 이루고 재계까지 장악. 구소련 권역 및 동유럽에서 패권을 획득하려는 것이 푸틴 민족주의의 지정학적 본질. 계급적 정의나 약자ㆍ환경ㆍ기후에 대한 추호의 배려도 없는 국가주의, 군사주의, 교권주의, 팽창주의의 푸틴주의. 최악의 상황에서도 쉽게 내파되지 않는 배급제, 기초적 복지제도와 초강력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비밀경찰의 전국적 감시와 통제망으로 무장한 러시아. 민주성이 있는 사회주의 혁명, 민주성이 최대화된 비자본주의적 사회건설이 전세계 혁명가들의 화두.
2부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가. 푸틴 정권의 이념은 민족주의 분배 메커니즘까지 갖춘 극우적 국가주의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것. 우크라이나 전쟁은 1945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악의 대량 살육. 전쟁은 자본, 연성권력의 측면이 약한 러시아 지배자들이 가장 쉽게 구사할 수 있는 정치수단으로 러시아 국가와 자본은 이윤을 획득. 평균벌이가 훨씬 낮은 소도시, 공장지대, 농촌, 주변부의 소수자 지역에서 대규모 징집. 군인들에게 지급되는 고액의 보수가 징집에 대한 저항을 미연에 방지, 누그러뜨리는 효과. 세계시민사회는 조국을 지키려 싸우는 우크라이나 민중과 목숨 걸고 반전과 독재타도를 위해 싸우는 러시아 활동가들을 지원ㆍ지지. ‘21세기 코민테른’은 반자본주의 운동가들을 동등하게 수평적으로 엮는 철저하게 민주적인 기구.
3부 한국과 러시아,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한국 군사문화는 초착취 본위의 한국형 자본주의의 축척 레짐에 맞춰진 ‘노동력 규율화 프로그램’. 미국에 가까워지려는 주변부 지대 우크라이나에서 경쟁 열강에 친화적인 정권을 밀어내고 자국 친화적인 정권을 세우려는 전쟁. 한국형 다원형 시스템의 문제는 다수의 노동인구, 영세민 등은 정치적으로 보수양당의 식민지에 불과, 진보정당들은 원내 극소수 정당내지 원외정당의 위치. 저복지, 불안정한 노동, 개인의 원자화 속에서 무력한 개인들이 호소력 높은 민족주의적 메시지에 포획된 신권위주의 사회.
4부 포스트 워, 세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08년 세계경제공황, 2009-2011년 미국의 이라크 철수, 아프가니스탄의 친미정권 안정화 실패, 중국의 경제력 부상 등은 미국 헤게모니의 약화. 생산력만으로 따지면 오늘날 대다수의 인구는 더 이상 직접 생산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생산력 과잉이 문제가 되는 21세기. 평균임금이 정규직의 절반인 비정규직 36퍼센트, 평생 일해도 집을 못 사는 사람들, 최악의 노인 빈곤 초고령화 사회, 10퍼센트 수준의 공공병원과 병상의 태부족,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세계 최악의 학대와 착취, 0.73의 세계 최저 출산율의 한국.
핵무기 시대의 신냉전은 전면적인 열전은 피하고, 주변부의 지정학적 요충지에서 전쟁 발발. 일극 패권 이후의 강국 경합의 세계는 동시에 계급투쟁과 기후정의를 위한 투쟁의 세계. 신자유주의의 ‘자유’는 노동에 대한 초과착취의 ‘자유’일 뿐이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란 공해와 저임금 일자리 수출을 의미. 윤석열 정권의 대미 충성을 과시하는 외교 전략은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되는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의 초래.
‘한국인 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귀화인’ 박노자는 말했다. “전쟁의 시대를 전쟁 없이 헤쳐 나가려면 한반도 평화를 중심에 둔 외교안보 정책을 펴야 한다. 무조건적인 대미 맹종의 대토를 버리고, 한국이 미국 글로벌전략의 ‘졸’이 아닌 한반도 주변 외교의 독립적 주체가 돼야 한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 (25) | 2024.11.19 |
---|---|
또 한 권의 벽돌 (24) | 2024.11.18 |
무법의 바다 (9) | 2024.11.14 |
풍경을 담은 그릇 정원 (8) | 2024.11.13 |
르네상스 (13) | 2024.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