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지은이 : 정희진
펴낸곳 : 교양인
여성학연구자ㆍ서평가 정희진(鄭喜鎭, 1967- )은 지금까지 11권의 단독 저서를 냈다. 첫 책 『페미니즘의 도전』(2005)은 페미니즘 입문서이자 교과서로 불렸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흘러서야 나는 책을 만났다. 그후 저자의 책이 출간될 때마다 온라인서적을 통해 구입하거나 군립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페미니즘의 도전』은 사회 정의로서 여성주의를 소개했다. 18년 만에 나온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은 한국 사회 일상을 뒤덮은 성정치학의 문제들을 재구성해 페미니즘이 나가야 할 길을 물었다. 책은 4장에 나뉘어 29편의 글을 담았다. 부록 「죽어야 사는 여성들의 인권: 한국 기지촌 여성 운동사 1986~1998」은 저자가 25년 전 대학원생 시절에 쓴 논문으로 한국 기지촌 여성 운동사였다.
1장 ‘페미니즘 논쟁의 재구성’은 젠더 권력과 섹슈얼리티의 상관관계를 중심으로 가장 논쟁적인 이슈를 들여다보았다. 2022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8명, 2007년ㆍ2212년 꼴찌에서 두 번째를 빼고는 2004년부터 16년째 출산율 꼴찌. 교육, 부동산, 고용······ 의 해결과 남성의 돌봄 노동과 재생산 노동 참여가 없다면 저출산은 지속.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해는 인간의 생명을 해치는 가장 성차별적 현상인데도 성별을 가장 무시. 성폭력은 가장 오래된 범죄, 전세계적으로 가해자의 70-80퍼센트가 아는 사람ㆍ그들의 30퍼센트가 친인척(가족), 범죄장소도 가해자나 피해자의 집에서 가장 많이 발생.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피해 사실을 말하려면 인생을 걸거나 커리어와 평판을 버릴 각오.
2장 ‘섹슈얼리티 정치학’은 일상의 섹슈얼리티 전반, 한국 남성의 젠더 고정관념을 문제 삼았다. 남성은 ‘노동자와 자본가’로 나뉘지만 여성은 ‘어머니와 창녀’로 구분. 많은 남성이 성매매와 성폭력을 섹스라고 생각, 많은 여성이 사랑과 폭력의 연속선 사이에서 혼란. 여성들은 피임 자세와 준비가 안 된 남성과 성관계를 거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적 자기결정권. 정치적 무지와 무관심이 ‘쿨함’으로 포장되고, 자기 계발의 의지가 모든 사회적 억압의 대안으로 제시. 한국 사회에서 성형 수술과 다이어트는 미용 차원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이 실천해야 하는 자기 관리로 인식. 강간은 피해 여성뿐 아니라 피해 여성의 남편, 오빠, 아버지, 아들······ 등 남성에게 굴욕, 남성 문화에서 강간은 자신의 여자를 보호하지 못한 남자들의 무능력.
3장 ‘젠더들’은 기존의 이성애cisgender를 규범으로 하는 성별 정체성 담론을 해체시키는 시도였다. 섹슈얼리티 개념의 가장 문제적이고 좁은 개념은 남녀간 성교(性交, intercouse), 행위가 전부가 아니라고 인식할 때 변화가 가능. 동성애자, 트렌스젠더에 대한 혐오는 이들이 남녀 이분법과 이성애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전복자이기 때문. 전문가들은 무성애자 10퍼센트, 동성애자 15-20퍼센트, 나머지는 ‘방황하는 이성애자’(어쩌다 선택의 여지없이 제도적 강제로 사회에 적응한 경우)로 본다. 섹슈얼리티는 젠더, 연령, 장애, 인종, 계급 등의 사회 모순에 따라 시민권의 경계를 규정하고 규율하는 첨예한 정치학. 정상적인 성, 아름다운 사랑은 ‘젊은 중산층 이성애자 비장애인 남녀’의 관계에 국한. 한국 사회는 핫 섹스 사회(hot sex society)로 극단적 외모주의와 성 산업, 성폭력, 성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유난히 비대한 사회.
4장 ‘성적 자기 결정권을 넘어서’는 성매매와 성폭력을 중심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 개념의 의미를 분석했다. 성산업으로의 진입 장벽이 너무 낮은 전세계에서 가장 성산업이 발달된 국가 한국. 2000년대 초반 미국무부가 발표한 인신매매 관련 동향 발표에서 남한은 국제 성매매 발생국이자 경유국으로 평가, 제일 낮은 등급인 3등급으로 분류. 여성 억압, 성매매의 기원은 생물학에 있는 것이 아닌 여성을 교환물로 삼는 사회체계. 최근 국제사회의 심각한 인권 이슈인 제노사이드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집단 성폭력은 여성의 몸이 인종화되고 성애화된 공간으로 영토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여성학 연구자는 말했다. “페미니즘 책을 쓰려면 자기 검열과 피땀이 말할 수 없다. 그래서 국내 필자들이 페미니즘 책을 잘 쓰지 않는다. 쓰고 나면 또 욕을 먹는다. 남자들에게, 여자들에게, 그리고 페미니스트들에게도. 그런 상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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