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건축을 묻다
지은이 : 서현
펴낸곳 : 효형출판
내가 잡은 건축가 서현(徐顯, 1963- )의 네 번째 책 『건축을 묻다』의 부제는 ‘예술, 건축을 의심하고 건축, 예술을 의심하다’였다. 25년 만에 다시 잡은 건축가의 첫 책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는 미망에 작은 균열을 가져왔고, 나는 건축가의 저서를 연이어 잡고있다. 건축가는 ‘건축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 앞에 마주섰다. 건축의 주요 사건, 인물, 역사 속의 건축 현장에 다가가 질문을 던지며 건축의 본질에 한걸음 씩 다가섰다.
건축, 의미를 묻다. 건축은 무엇인가는 연관 개념들의 관계성 파악―예술, 기술, 기능, 공간, 사회, 역사, 도시.
예술, 건축을 의심하다. 예술의 개념과 가치를 규정하는 중요한 단서들이 제공된 시기 르네상스. 피렌체 인문학자 브라치올리니(1380-1459)가 1414년 스위스 생갈 St. Gall 수도원 도서관에서 발견, 기원전 30-20경의 비트루비우스(기원전 80경-기원전15경)가 쓴 『열권의 건축서』는 로마시대 건축서 완결본. 알베르티(1404-1472)의 열권의 『건축서』(1485년)는 확고한 지식체계로서 건축을 집대성한 역작, 최초의 인쇄본 건축 이론서. 세를리오(1475-1554)의 다섯 권 『건축총론』은 건축 도면이 그려진 건축 실무 해설서.
건축가, 학벌을 얻다. 1563년 피렌체에 최초의 아카데미(회화ㆍ조각ㆍ건축) ‘지제뇨 아카데미’ 설립. 1593년 로마의 ‘산 루카 아카데미’ 설립. 1671년 프랑스 건축 아카데미 설립. 1816년 왕정복고기에 부활한 ‘보자르 아카데미’는 건축학교 최고의 권위를 확보, 세계 최초의 건축가 교육기관. 1919년 그로피우스(1883-1969)의 ‘바우하우스Bauhaus'는 20세기 건축과 디자인을 바뀌놓은 교육기관.
예술, 용도를 버리다. 이집트 피라미드는 무덤. 그리스 파르테논Parthenon 신전은 신상神像 안치소, 페리클레스가 기원전 438년 완공, 폐허가 된 건물은 고대의 지성을 보여주는 위대한 문화유산. 537년 완공된 콘스탄틴노플의 하기아 소피아Hagia Sophia는 교회에서 이슬람사원 그리고 박물관이 되었다. ‘루브르’와 ‘우피치’는 궁이었고, ‘오르세’는 기차역. 20세기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프랑스 르코르뷔지에(1887-1965)의 〈빌라 사모아〉, 미국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의 〈낙수장〉은 건축에 호기심 많은 방문객의 답사 코스. 192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현대 건축 기념비로 불리는 독일 건축가 미스 반데어로에(1886-1969)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철거되었다가 1986년 새로 짓고 입장료를 받고 있다.
건축, 기능을 빌리다. 기능을 인간이 만든 구조물에 적용시킨 사람은 이탈리아 로돌리(1690-1761).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1856-1924)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르코르뷔지에는 주택은 삶을 투입하여 다른 삶으로 변화시키는 역할. 바우하우스 2대 교장 독일 한네스 마이어(1889-1954)는 기계적이고 극단적인 기능주의자.
기술, 건축과 갈등하다. 테크닉은 기교 혹은 기법, 기교는 개인적 체득 과정을 거쳐 습득, 기교 습득의 과정을 일반화시켜놓은 것이 기법. 테크닉이 개인의 것이라면 테크놀로지는 집단의 것. 엔지니어링은 기술을 동원해서 실행할 수 있는 능력. 브루넬레스키의 피렌체 대성당 돔의 완성은 엔지니어링의 성취가 르네상스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 1851년 5월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 국제박람회장, 조셉 팩스턴(1801-1865)의 〈크리스털 팰리스〉는 철과 유리를 통한 새로운 건축의 세계, 건축가가 역사적 양식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이성과 합리성으로 재무장해야 하는 시대.
공간, 건축을 구원하다. 입체적인 개념을 건축에 완전히 결합시킨 고트프리드 젬퍼(1803-1879). 헤르만 죄르겔의 『건축 미학』은 건축적 라움을 추상적 공간 개념으로 집대성. 건축적 공간은 비어있음이 존재하는 방식을 의미, 즉 건축적 공간은 비어있음 자체가 아니고 비어있음이 조직된 체계, 건축적 공간은 부재를 규정하는 존재의 방식.
건축가, 존재를 드러내다. 기원전 27세기경 이집트 제3왕조 피라미드를 디자인한 현자賢者 임호텝Imhotep. 가장 오래된 역사가 헤로도투스(기원전 484경-기원전 425경)의 『역사』에 건축가 등장. 기원전 6세기 중반 사모스섬 돌산을 뚫고 1킬로미터의 급수터널을 만든 유팔리누스. 사모스섬의 신전을 건립한 로에쿠스. 600척의 배를 연결하여 만든 부교 만드로클레스.
건축, 가치를 찾아내다. 건물은 환경 조정을 목적으로 정착되도록 지은 인간적 규모의 구조물. 오벨리스크는 단일 석재로 건물이 아닌 구조물. 〈가자Giza의 피라미드〉의 돌들을 적극적인 전체의 구성원으로 건물, 신라의 〈천마총〉은 그저 쌓아올린 돌들은 구조물. 건축적 구조물에서 용도가 사라졌을 때 존재의 의미가 없다면 건물, 용도가 사라졌더라도 존재의 의미가 있다면 건축. 〈링컨 성당〉은 건축, 자전거 보관소는 건물. 내재적 용도가 없어도 역사적 가치가 아닌 건축적 가치를 통해 존재의 의미가 있다면 건축 〈파르테논 신전〉.
의미, 건축으로 번역되다. 건축적 아이디어는 변화한 사회에서 그 건물형식이 갖춰야 할 새로운 존재 의미를 드러내는 것. 루이스 칸(1901-1974)의 〈엑시터 도서관〉의 벽돌로 쌓은 아치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존재의 의미를 찾는 것. 디자인의 결과는 구조체고 스타일링의 결과는 형태form. 스타일이 반복해서 만들어낸 형태가 양식, 즉 스타일style. 프랭크 게리의 〈디즈니 콘서트홀〉, 〈구겐하임 미술관〉.
건축, 사회를 발견하다. 인구밀도 낮은 신대륙 국가의 도시에 적용될 원칙을 세계 최대 고밀도 한국의 신도시에 적용, 그 모순과 갈등은 현재진행형. ‘아파트’는 한국의 발명품으로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거쳐오고 이룬 모습을 집대성해서 현재형으로 보여주는 건물 형식.
건축, 다시 의미를 묻다. 건축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이고, 건축가의 역사. 건물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고자했던 인간의 기록과 이들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후대인들의 가치관 체계.
건축가의 기능과 역할, 가치에 대한 물음에 건축가는 이렇게 말했다. “(건축가는) 인간의 생활, 인간의 체계, 즉 사회가 이렇게 재조직되어야 한다고 제안하는 사람이다. 건축가의 도구는 공간이며, 건축가의 무기는 내적 성찰에 근거한 상상력이다. 사회에 대한 분석과 비판에서 시작해서 상상력으로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건축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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