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지은이 : 허연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불온한 검은 피』는 소주병을 깨서 세상의 옆구리를 한번 찌르는 심정으로, 『나쁜 소년이 서 있다』는 돌아온 탕자처럼 다시 시로 돌아왔다는 선언, 『내가 원하는 천사』는 시와 대결하지 않고 시를 끌어안겠다는 화해, 『오십 미터』는 시 속에서 살았구나 하는 포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는 시는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세상에 그냥 있었던 것”(151쪽)
시인 박형준은 발문 『이곳에선 모든 미래가 푸른빛으로 행진하길』에 들어가기 전에 시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보냈고, 시인은 꾸밈없이 진솔한 답변을 보내왔다.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는 시력 30년을 맞은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었다. 시인은 1991년 『현대시세계』에 「권진규의 장례식」외 7편으로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나는 그동안 네 번째 시집을 제외한 세 권의 시집과 시선집 『천국은 있다』 그리고 산문집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한 문장이 남았다』를 잡았다. 그동안의 시편들은 “염세주의나 허무주의적 시각에서 현대성과 자본주의에 갇힌 영혼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시집은 3부에 나뉘어 60 시편을 담았다.
연작시 「무반주」 세 편이 실렸다. 내가 처음 만난 시인의 첫 시집 『불온한 검은 피』의 「무반주」와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동갑내기 시인이 발문에서 밝힌 것처럼 “자신의 생활과 인접한 공간 속 대상들을 소재”(152쪽)로 삼았다. 「무반주」(37쪽)의 병색의 노수녀, 그레그리오 성가, 베네딕도의 손수건에서 이해인 수녀를 떠올렸다. 마지막은 「빵 가게가 있는 풍경」(47쪽)의 전문이다.
석양 아래 // 늙은 노숙자 한 명 / 물끄러미 빵 가게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 추억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 지나가는 자동차들 / 고여 있던 빗물을 / 뿌려대고 // 죽음과 무척이나 가까운 화단에서 / 망설이고 / 또 망설이다 // 자목련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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