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삶을 바꾸는 책읽기
지은이 : 정혜윤
펴낸곳 : 민음사
바빠서, 능력이 없어서, 삶이 불안해서, 위로가 되는지, 쓸모가 있는지, 진짜 쓸모가 뭔지, 오래 기억하려면, 어떤 책부터 읽어야. 『삶을 바꾸는 책읽기』의 부제는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이었다. 책은 독서에 대한 흔한 여덟 가지 질문으로 시작했다. 저자는 그동안 읽어온 수많은 책을 통해(프롤로그부터 ‘마지막, 비밀 질문’까지 소개ㆍ인용된 책은 100종) 독서법, 독서론, 인생론을 이야기했다.
프롤로그―사랑하는 자의 모습으로. 책과 인생에 대한 익숙한 여덟 가지 질문과 새로운 삶에 대한 창조적 해답. 우리의 충동, 능력, 게으름, 타성, 우정, 불안, 고통, 회한, 슬픔, 욕망, 상상력, 기억, 위로, 정체성, 공감, 재탄생, 창조······ 이러한 디테일을 책을 통해 조금씩 배운 듯.
1. 자율성의 시간, 기쁨에 몰두하는 시간. 일흔이 넘은 충북 음성 한충자 할머니는 노인복지관 한글교실․시창작반에서 한글을 깨우치고 시를 쓰시는. 황학동 벼룩시장 허름한 라디오가게의 진공관 라디오 수리에 몰두하는 노년의 가게주인. 세사르 바예호의 詩 「“인간은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키워 보는 경험.
2. 문자보다 삶을 바라보는 능력. 존 버거의 『랑데부』에 실린 「이상적인 궁전」은 실존인물 우편배달부ㆍ농부 페르디낭 슈발(1836-1924)에 대한 이야기. 프랑스 오드리브 마을에 아직도 남아있는 ‘모든 상상력을 동원한 궁전’은 그가 저녁마타 특색있는 돌들을 무더기로 쌓은 것이다. 가까운 거리가 4-5킬로미터, 때로는 10킬로미터가 되는 거리로 종종 새벽 2-3시가 되어서야 일이 마무리가 되었다. 아무리 세상이 불평등해도 평등한 것이 있는데 그것들 중의 하나가 책읽는 능력.
3. 운명보다 거대한 선택의 힘. 1185년 일곱 살 일본 천황 안토쿠의 헤이케 일파는 겐지파와의 산노우라 해전에서 함대가 전멸. 살아남은 시녀 마흔두 명은 어부들에게 몸을 팔며 생존. 매년 4월 24일 산노우라 해전을 기념하는 축제를 연 후손들. 어부들 사이에 구전되는 전설은 일본 내해 산노우라 바닥을 헤매는 게는 헤이케 사무라이들의 변신. 등딱지 무늬가 기이하게 사무라이의 얼굴을 닮은 게가 잡히면 어부들은 바다에 놓아주었다. 이는 진화의 바퀴를 특정방향으로 돌려 산노우라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무라이게들이 살게 되었다.
4. 슬픔을 표현하는 자기만의 형식.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삶에 비추어보는 경험.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우리의 삶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끼어든 하나의 이야기란 걸 말하는 형식.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의 이탈리아 노동자 로렌초는 여섯달동안 레비에게 빵 한쪽과 먹고 남은 배급음식을 주었다. 누덕누덕 기운 스웨터를 선물하고, 레비를 위해 이탈리아로 엽서를 보내주고 답장을 전해주었다. 그는 어떤 보답도 바라지않았다.
5. 자기계발의 진정한 의미. 자기계발서는 삶의 복잡한 변수들을 깡그리 무시한 조야한 세계관. 어떻게든 선택당하고 살아남고 싶어, 손을 내밀어 붙잡는 것은 성공에 관한, 긍정심리학, 자기계발서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존재』의 중요한 키워드의 하나 ‘키치’. ‘키치적 인간은 현실의 이면을 보지 않으려 합니다. 그저 주어진 현실을 수용합니다.’(113쪽) 고통과 불안을 직시한 책들만이 우리를 구원.
6. 공통성의 경험, 능력자 되기, 앎의 시작. 1943년도부터 운전대를 잡은 80살이 넘은 택시기사 할아버지는 사랑했던 여자 기생의 이름을 부를 수 없다고 했다. 마음속에 간직했다가 죽을 때 아주 큰 소리로 부를 이름이었다. 인간은 누구도 자기 혼자 능력을 키울 수 없어,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하는데 책이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다. 보르헤스는 책은 누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의미가 무한.
7. 잘 잊어버리기, 손으로 기억하기, 몸으로 기억하기. 사르트르의 ‘고매성의 협약’은 작가는 독자가 최고로 잘 읽을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고, 독자는 작품 속에서 최고의 어떤 것을 찾아내려 하는. 서평은 자기 생각을 써보는 것으로 아무리 혼란스러워 보여도 진실된 마음이 담겨있으면 서평은 자기 자신.
8. 우리를 계속 꿈꾸게 하는 리스트. 2002년 원폭 2세의 유전병을 최초 공개 선언한 김형률. 그는 불꽃같은 삶을 살다 3년 뒤 2005년 5월 9일 피를 토하며 죽었다. 1970년 7월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다. 동생은 1년6개월 만에 폐렴으로 죽고, 형은 태어나면서 사흘이 멀다하고 병원행. 1995년 스물다섯 살 때 특수 피검사 결과 선천적으로 면역력이 약하다는 것을, 병명은 면역 글로블린 결핍증. 2001년 5월 금성폐렴으로 응급실행. 무심코 진료 차트를 보고 방사능 때문에 유전적 면역 체계 교란 결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머니 가족은 1945년 8월 모두 히로시마에 있었다. 그는 스스로 ‘고통과 정체성의 책 리스트’를 만들었다.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세계의 역사와 전쟁과 평화를 다룬 이야기, 의학과 과학 지식이 다 필요했다.
9. 마지막 비밀 질문. 우리 앞길에는 두 가지 선택. 다수가 택하는 쉬운 길을 다수가 택한다는 이유만으로 택해 그 사회의 일부가 되는 것, 나중에 그것이 지옥 같은 것이란 것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선택하기가 훨씬 쉽다. 어려운 길은 지옥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마치 지옥이 아닌 것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그 사람들이 살도록 자리를 넓혀주는 것이다. 그것이 어려운 것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나도 지옥과 싸워야하기 때문이다.
추천사는 시인 심보선과 영화감독 변영주의 몫이었다. 영화감독은 말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삶과 당대와의 관계를 증명하는 일이다. 세상 모두가 우리에게 스승이듯 나의 독서도 공부 그 자체가 되곤 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는 넷플릭스에 접속해 〈화차火車〉를 열었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의 기원 (48) | 2024.12.11 |
---|---|
언니에게 (46) | 2024.12.10 |
건축을 묻다 (51) | 2024.12.05 |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46) | 2024.12.04 |
기호와 탐닉의 음식으로 본 지리 (48) | 2024.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