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느긋하게 친해져도 괜찮아 산나물 421
지은이 : 이재명
펴낸곳 : 환크리에이티브컴퍼니
이 책은 우리땅 산과 들에 지천으로 자라나는 산나물에 대한 도감이다. 언젠가 '텃밭백과'의 리뷰에서 저자가 한국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서 아마추어 농사꾼이 빚어 낸 '현장감이 살아있는 텃밭의 모든 것'을 담은 성실함에 감동을 받았었다. 그런데 이 책도 그에 못지 않다. 저자는 서울 출생으로 1990년 KT에 입사하면서 첫 근무지로 하늘아래 첫동네인 강원 정선에 배치 받았다. 어느날 동네 사람들과 우연히 산에 올랐다가 고사리, 참나물, 곤드레 등 이 땅의 자생 산나물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 20년동안 오로지 발품에 의지하여 기록한 산나물 도감인 이 책에는 총 421종이 소개되었는데, 먹을 수 있는 나물 391종과 유독 식물 30종이 구분되었다. 다채로운 산나물 사진과 새순, 꽃, 이파리 등 1,000여장의 사진과 산나물에 대한 저자의 서정적인 단상이 어우러져 빛을 발한다. 부록으로 산나물 구분법, 산나물 채취요령, 보관방법, 조리유형 등이 실려 있다. 그렇다. 산나물은 캐는 것이 아니라 뜯는 것이다. 지구환경을 망쳐 놓는데 앞장 선 도회인들이 웰빙을 외치면서 이 외딴섬까지 물밀듯이 들이 닥친다. 그리고 산나물을 초토화 시킨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이 눈 앞이건 말건, 자기 가족에게 오염되지 않은 낙도오지의 산나물을 먹인다는 일념 앞에 보호식물, 희귀식물이 눈에 뜨일 수 없다. 하긴 알 수도 없다. 그런 탐욕으로는.
눈에 뜨이면 흥미를 갖게 되고, 관심을 기울이면 공부를 하게 된다.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것도 주문도에 정착하면서 어머니가 뒷울안을 갖은 산나물과 약초밭으로 일구셨기 때문일 것이다. 둥굴레, 더덕, 마, 곰취, 취나물, 달래, 박하, 상사화, 원추리, 머위, 고수, 배암차즈기, 고들빼기. 흰민들레, 씀바귀 등. 책을 읽어 나가다 표시한 북다트 쪽을 펼친다. 고들빼기 - 몸을 막 굴려 병원 신세를 질 때, 병원 밥에 이골이 나면 찾던 고들빼기 김치. 고수 - 어릴 때부터 나는 고수의 특이한 향을 좋아했다. 요즘은 매일 고수 쌈이 밥상에 오른다. 김포에 살 때 언덕 밑에 사시던 할머니는 빈대 터진 냄새가 난다고 코를 막고 줄행랑을 놓으셨다. 까마중 - 국민학교 시절 먼길을 등하교하면서 혓바닥이 보라색이 되도록 입안에 움켜넣던 간식. 큰까치머리·얘기똥풀 - 사무실을 오가는 언덕배기 초입을 수놓는 야생초. 달래 - 뒷산인 봉구산을 양탄자처럼 뒤덮은 섬에서 제일 흔한 나물. 뚱딴지 - 어릴 적 돼지가 먹는 감자라고 손도 안댔는데 요즘은 당뇨에 특효라고 도시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매화마름 - 강화도 길상 초지리에서 최초로 발견된 보호식물. 배암차즈기 - 해소·천식에 효과가 좋다는 소리에 내가 NLL 섬인 말도에서 캐와서 말려 어머니에게 차로 대접한 효자(?) 풀. 지금은 집주위를 뒤덮어 골칫거리로 전락. 수국 - 잎은 두터운 깻잎처럼 생겼는데, 옮겨 심으면서 줄기를 짧게 치니 꽃이 피었다. 파란, 빨강 두 가지 종류인데 꽃이 말그대로 무더기로 피어난다. 수영 - 어릴적 또다른 간식거리인 '싱아'의 표준말이다. 으름덩굴 - '한국의 바나나'로 요즘 한창 외딴섬 뒷산 초입 그늘에서 왕성한 덩굴을 뻗는다. 찔레꽃 - 일생 노래방 한번 가보지 못한 어머니의 18번지. 하지만 노래가사를 끝까지 외우시지도 못하신다. 해당화 - 내가 사는 섬 주문도의 대표적인 자생식물. 흰민들레·흰씀바귀 - 나의 삶터에서는 희귀성이 아니라 지천이다. 할미꽃 - 공동묘지에 지천이던 할미꽃을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는 요즘이다. 작년에 어머니가 할미꽃 두 포기를 뒷울안에 옮겨 심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이 섬에도 산성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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