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가난은 유지되어야 한다

대빈창 2025. 1. 13. 07:30

 

책이름 : 가난은 유지되어야 한다

지은이 : 김사이

펴낸곳 : 아시아

 

『반성하다 그만 둔 날』(실천문학사, 2008)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창비, 2018)

『가난은 유지되어야 한다』(아시아, 2023)

 

시인 김사이가 펴낸 시집들이다. 시인은 2002년 『시평』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두 번째 시집은 온라인 서적을 통해 손에 넣었고, 세 번째 시집은 군립도서관에서 대여했다. 시집은 출판사 《아시아》의 한영대역 시선집 시리즈 〈K-포엣〉의 서른두 번째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그동안 노동 현장의 부조리와 그 속에서 이중으로 고통 받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렸다. 시집의 구성이 특이했다. 부 구분없이 29편이 실렸고, 시인노트의 「돌아보다」는 자서시였다. 에세이로 「거기에 바다가 있다」, 시인에 대한 평론에서 발췌한 짧은 글 두 편이 마무리를 장식했다.

시인 박형준은 발문 「그만큼의 서사 삶의 노래」에서 말했다. “가장 극한의 고통에 직면해 있는 소외된 사람들과 연대가 가능하고 그들의 편에 서서 이 세계의 아픔을 함께 하는 노래 가 될 수있다고. 표제는 「계속 다음」(13-14쪽)의 5연2행에서 가져왔다.

 

가을운동회, 난민촌, 고속도로 휴게소, 시급, 비정규직, 해고, 농업노동자, 복직투쟁, 구직자, 알바, 성추행, 부당해고, 상경上京, 배달 서비스, 코로나-19, 자취방 이사, 인력시장, 아동학대ㆍ살해, 이상기후.

 

시편을 읽어나가다 되는대로 긁적거린 소재였다. ‘가리봉의 시인’은 여전히 여성이자 노동자로 살아가는 일에 골몰하고 있었다. 마지막은 「그만 퇴직하세요」(22-23쪽)의 전문이다.

 

하루의 거리만큼 무방비로 줄 서 있다가 / 느닷없이 진실 너머로 사라진 그대 / 슬퍼할 겨를도 없이 / 그대 떠난 자리에 내가 투입된다 / 뺏고 빼앗기는 밥줄의 공식이니까 // 온전한 고용보다 안전한 일터보다 / 노동자를 노동자로 돌려 막고 축적한 곳간에서 / 풍요를 걸친 자들이 / 법쩐을 구들장 삼아 밥을 먹는다 // 젊은 노동자가 십수 년 복직 투쟁하다 / 정년을 일주일 앞두고도 거리였다 / 복직 투쟁하면서 반쪽이 된 늙은 노동자는 / 정년퇴직하는 날까지 복직하지 못했다 // 가난한 밥이 선한 것만은 아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에게 / 밥과 법이 평등했던 적이 없듯이 / 법은 쩐의 기술자가 되었다 // 정체성을 상실했으나 / 쩐의 힘으로 버티고 있으니 / 수평을 잃은 저울 / 무딘 칼 / 낡은 법전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방일기 5  (11) 2025.01.15
해방일기 4  (9) 2025.01.14
해방일기 3  (14) 2025.01.09
해방일기 2  (11) 2025.01.08
해방일기 1  (14) 2025.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