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가르강튀아|팡타그뤼엘
지은이 : 프랑수아 라블레
옮긴이 : 유석호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풍요와 번영의 이면에 드리운 인간 정신의 황폐화에 대항하는 정신의 마르지 않은 샘’을 모토로 내세운 〈대산세계문학총서〉와 나는 그다지 인연이 깊지 않았다. 아르튀르 랭보의 『나의 방랑―랭보 시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 다니카와 슌타로의 『이십억 광년의 고독』, 도연명의 『도연명 시집』에 이어 다섯 번째 잡은 책이었다.
『가르강튀아|팡타그뤼엘』은 현실에서 행복과 진실을 추구하려는 인간중심적 가치관을 반영함으로써 프랑스 르네상스의 이상과 염원을 ‘그로테스크한 사실주의’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프랑수아 라블레(François Rabelais, 1483-1553)는 그리스ㆍ로마 고전에 정통한 인문주의자, 수도사, 외과의사였다. 그는 몽테뉴와 더불어 16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였다.
1532년 리옹에서 출간된 『팡타그뤼엘Pantagruel』이 본격적인 문학 활동의 시작이었다. ‘팡타그뤼엘’은 중세 전설에 등장하는 술에 취해 잠든 사람들의 입에 소금을 뿌리고 다닌다고 알려진 작은 악마다. 그래서 술에 취해 잠들었다 깨어나면 입안에 물기 한 점 없는 조갈에 시달렸는지 모르겠다. 딥소디인들의 왕 팡타그뤼엘 / 이 책의 저자에게 위그 살렐 선생이 보낸 10행시 / 작가 서문 / 제1장 ~ 34장으로 구성되었다. 당시 유행했던 작자 미상의 대중소설 『거대한 거인 가르강튀아의 놀라운 대연대기』에 착안해서 쓴 작품이었다.
이에 힘입어 1534년 원작과는 전혀 다른 『가르강튀아Gargantua』를 발표했다. 팡타그뤼엘 아버지 위대한 가르강튀아의 경이로운 생애 / 독자에게 / 작가 서문 / 제1장 ~ 58장으로 구성되었다. 거인 아들의 이야기가 2년 먼저 출간되었지만 책에 소개될 때는 아버지―아들 순으로 『가르강튀아|팡타그뤼엘』로 차례를 구성했다.
소설은 전설적인 두 거인왕의 출생에서 영웅적 활약상을 그린 연대기였다. 당시 프랑스의 wl적 풍토와 종교ㆍ정치ㆍ사회 상황을 유쾌하고 파격적으로 풍자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권력층인 위선적인 가톨릭, 무능한 군주를 신랄하게 조롱했다. 『팡타그뤼엘』과 『가르강튀아』는 아랍인 연금술사의 이름이 연상되는 '알코프리드 나지에Alcofribas Nasier'라는 필명으로 발표했다. 프랑수아 라블에François Rabelais의 철자 순서를 바꾼 것이다. 라블레가 현세적 삶의 이상적 방식으로 제시하는 팡타그뤼엘리슴pantagruélism은 ‘평화로이, 즐겁고 건강하게, 언제나 좋은 음식을 먹으며 사는 것’을 뜻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모든 사람들에게 술을 마시도록 권하려는 것처럼 “마실 것! 마실 것! 마실 것!”라고 큰 소리로 외쳐(47쪽)
아이에게 정상적으로 젖을 먹이기 위해서 퐁티유와 브레이몽의 암소 1만7천9백13마리가 징발되었다.(49쪽)
바지 앞주머니의 앞부분은 지팡이(1.8미터)만한 길이였고,(53쪽)
그의 물건을 꺼내서 공중에 쳐들고 신나게 오줌을 싸서 여인네와 아이들을 빼고 26만4백18명을 익사시켰다.(92-93쪽)
그동안 하인들 중 네 명은 차례차례로 계속 그의 입 안에 한 삽 가득히 겨자를 퍼 넣었다.(108쪽)
가르강튀아가 그의 나이 4백하고 4곱하기 20더하기 40하고 4살에 낳은 아들 팡타그뤼엘(283쪽)
그가 방귀를 뀌자 사방 90 리의 땅이 흔들기고, 이로 인하여 오염된 공기와 함께 5만3천명 이상의 기형적인 난쟁이들이 생겨났고, 소리 없는 방귀에서 같은 수의 작은 여자들이 생겨났는데(436쪽)
팡타그뤼엘의 입안은 사막과 넓은 내포內浦를 제외하더라도 사람들이 사는 스물다섯 개 이상의 왕국이 있는 세계(475쪽)
팡타그뤼엘은 임질에 걸려 시의侍醫들이 병을 오줌을 통해서 배출시켰는데 오줌이 몹시 뜨거워서 아직 식지 않아, 그 오줌의 흐름에 따라 여러 곳에 사람들이 온천이라고 부르는 것이 생겨나게 되었다.(4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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