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일본미술 이해의 길잡이

대빈창 2025. 3. 20. 07:00

 

책이름 : 일본미술 이해의 길잡이

지은이 : 쓰지 노부오

옮긴이 : 이원혜

펴낸곳 : 시공사

 

《시공사時空社》의 ‘교양 미술 강좌’ 시리즈로 출간된 『일본미술 이해의 길잡이』는 일본 미술사학자 쓰지 노부오(辻 惟雄, 1932- )의 ‘岩波日本美術の流れ’의 마지막 시리즈 『日本美術の見方』(岩波書店, 1992)을 완역한 것이다. 표지그림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의 《후지산의 36 경치》에서 〈가나가와의 파도〉(1831년경)외 도판 102점을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차례는 6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일본미술이란. 송宋 휘종徽宗의 야마토에 병풍 감상평. 프랑스 에른스트 셰스노Ernest Chesneau의 일본미술평.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의 『동양의 이상』. 야시로 유키오矢代辛雄의 『일본미술의 특질』. 워너Langdon Warner의 『불멸의 일본예술』. 셔먼 리Sherman Lee의 『일본의 장식미술』, 『일본미술에서의 현실의 반영』. 미나모토 도요무예源豊宗의 『일본미술의 흐름』. 다나카 히데마치田中英道의 「세계 속의 일본미술」.

2장 아름다운 자연. 회화에 나타난 일본인의 자연묘사는 항상 감상자의 가정이입에 기대는 감상성感傷性이 특징. 내면적인 감상ㆍ영탄ㆍ기분의 몰입으로부터 넘쳐흐를 듯한 생명감의 방출로 상호간에 큰 진폭을 그리며 왕래.

3장 꾸미는 즐거움. 조몬繩文토기의 다양한 문양 속에서 일본인의 뿌리 깊은 ‘꾸미기’ 본능과 독창성. 6세기 지부산 고분의 석실 네 부분을 덮은 기하학적 문양. 헤이안 전기 마키에 칠공漆工 〈물새무늬의 나전마키에 작은 궤〉 12세기전반. 이미지 연상 작용을 살린 시각적 유희 〈어망무늬의 통소매옷〉 17세기후반. 12-13세기 초엽은 일본 장식미술의 전형이 확립된 시기. 풍류, 사치스러움, 허세, 괴상함, 본뜨기, 멋 등의 일본미술의 장식성 창출의 원동력이 된 것은 ‘꾸밈의 열정’.

4장 ‘꾸미지 않은’ 미의식. 다도의 모든 형식을 완성시킨 센노 리큐(千利休, 1522-1591)의 초암草庵풍 다실茶室에 보이는 고요한 순리의 차 형식. 일본 수묵화의 최고 걸작 16세기 하세가와 도하루長谷川等伯가 그린 〈소나무숲그림병풍松林圖屛風〉은 아침안개 속 소나무 표현의 여백의 중요성. 물도 나무도 없는 석정石庭 료안지龍安寺 정원.

5장 유희하는 마음. 일본화가 이토 자쿠추伊藤若仲의 〈갈대와 물총새〉 18세기중엽경. 어린아이의 그것으로 생을 긍정하는 낙천성과 단순한 천진함이 가득 찬 일본예술의 유희성. 다와라야 소다쓰俵屋宗達의 〈풍신뇌신도병풍風神雷神圖屛風〉의 활달한 세계는 일본미술의 유희정신의 승화. 모티프를 지나치게 확대ㆍ축소하기도 하고, 유럽의 사실적인 수법을 빌려서 있을 수 없는 이미지를 실제로 눈 앞에 있는 것처럼 그리는 수법이 에도시대 후반 민간화가들 사이에서 유행. 일본미술 활력의 커다란 원천은 유희의 정신.

6장 신성한 것 조몬적繩文的인 것. 신성한 표현과 엄숙하고 숭고한 표현은 불교미술 분야에 집중. 운케이(運慶, ?-1223)의 고후쿠지興福寺 호쿠엔도北圓堂 본존불 〈미륵불좌상彌勒佛坐像〉은 정신성과 조각성과의 절묘한 결합. 〈슌조스님 조겐화상俊乘坊重源坐像〉은 신성함과 리얼리즘이 잘 결합된 희귀한 인간상. 일본미술사학자 쓰지 노부오는 말했다. "일본미술의 특색은 감각성과 정취성에 있으며 그 본질은 무엇보다도 '꾸밈'과 '유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초판은 1994년이었고, 내가 가진 책은 2000년도에 출간된 2쇄였다. 작은아버지 댁의 사촌동생 방에서 만난 책이었다. 그 시절 동생은 활자중독자였다. 큰아버지 집에 놀러온 동생은 나의 책장에 쌓인 책들을 부러워했었다. 책장이 없었던 동생의 방은 산더미 같은 책들로 어질러져 있었다. 용케 눈에 뜨인 책을 메모했고, 나는 강화도 유일의 읍내 책방에 주문했다. 벌써 25여년 저쪽의 세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