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옛 그림으로 본 제주
지은이 : 최열
펴낸곳 : 혜화1117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 사진작가 김영갑(金永甲, 1957-2005)의 〈김영갑두모악갤러리〉. 제주의 화가 우성宇城 변시지(邊時志, 1926-2013). 서귀포 피난시절 대향大鄕 이중섭(李仲燮, 1916-1956). 제주도의 예술인하면 고작 뇌리에 떠오르는 인물은 이 정도였다. 혹시 추사의 대정 유배시절 제주도에 발자취를 남겼던 소치小癡 허련(許鍊, 1809-1892),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의 그림이 있을까?
막상 책의 부피는 『옛 그림으로 본 서울』보다 묵직했다. 부제가 ‘제주를 그린 거의 모든 그림’은 서장과 4장에 나누어 20편의 글을 담았다. 서문 「탐라의 오늘과 제주의 어제를 보며 꿈꾸는 이 땅의 미래」에서 “신성함은 사람에게 있지 않다. 자연 속에서 숨 쉬는 법이다.”라고 운을 떼었다. 서장―“제주, 이곳은 신과 자연의 나라, 이 땅의 사람들을 품어주는 오름과 바람의 세상”. 한국미술사상 신을 그린 그림으로 가장 탁월한 예술성을 과시, 19세기 조선의 《내왓당 무신도》. 서장은 책에 수록한 그림을 모아 작은 크기로 배치함으로써 독자에게 전반적인 형태와 이해를 도왔다.
각 장의 끝에 《탐라순력도》, 《탐라십경도》, 《영주십경도》, 《제주십경도》, 《제주십이경도》를 배치하여 각 개별 그림들의 특징을 따로 설명했다. 그림 상단의 한문 원문과 그 뜻을 풀어 게재했다. 명실상부 제주를 그린 그림을 집대성한 국내 최초의 저작은 미술사학자가 20여 년 전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를 만나면서 잉태되었다.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 1653-1733)은 1702년 제주목사로 부임하여 제주 전역을 돌면서 토박이화가 김남길(金南吉)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화가는 마흔한 폭의 그림을 완성했다. 화첩은 현재 보물 제652-6호로 지정되었다. 한라산에 오른 〈한라장촉漢拏壯囑〉. 제주목 관덕정에서 열린 승보시 〈승보시사陞補試士〉. 진상용 말을 점검 〈공마봉진貢馬封進〉. 진상용 감귤을 선별ㆍ포장 〈감귤봉진 柑橘封進〉. 관덕정 망경루 후원 귤밭 연회 〈귤림풍악橘林風樂〉. 교래근처 진상용 짐승사냥 〈교래대렵橋來大獵〉. 산장의 말 점검 〈산장구마山場驅馬〉. 성산 해돋이 〈성산관일城山觀日〉. 우도 말 점검 〈우도점마牛島點馬〉. 화북진 성정군 훈련 〈화북성조禾北城操〉. 조천진 군대ㆍ물자 점검 〈조천조점朝天操點〉. 김녕굴 구경 〈김녕관굴金寧觀窟〉. 별방진 군대ㆍ물자 점검 〈별방조점別防操點〉. 별방진 활쏘기 시험 〈별방시사別防試射〉. 수산성 군사훈련 〈수산성조首山城操〉. 정의현 군대ㆍ물자 점검 〈정의조점旌義操點〉. 정의현 양로잔치 〈정의양로旌義養老〉. 정의현 문무시험 〈정의강사旌義講射〉. 정방폭포 구경 〈정방탐승正方探勝〉. 천지연폭포 활쏘기 〈천연사후天淵射帿〉. 서귀진 군대ㆍ물자 점검 〈서귀조점西歸操點〉. 천제연폭포 활쏘기 〈현폭사후縣瀑射帿〉. 고둔과원 옛 유적지 탐방 〈고원방고羔園訪古〉. 산방산 산방굴 술자리 〈산방배작山房盃酌〉. 대정현 군대ㆍ물자 점검 〈대정조점大靜操點〉. 대정현 임금께 축하글 올리는 의식 〈대정배전大靜拜箋〉. 대정현 양로잔치 〈대정양로大靜養老〉. 대정현 문무시험 〈대정강사大靜講射〉. 모슬진 군대점검 〈모슬점부摹瑟點簿〉. 차귀진 군대점검 〈차귀점부遮歸點簿〉. 명월진 군사ㆍ말 점검 〈명월조점明月操點〉. 명월진 활쏘기 〈명월시사明月試射〉. 애월진 군사ㆍ말 점검 〈애월조점涯月操點〉. 제주목 군사ㆍ말 점검 〈제주조점濟州操點〉. 제주관리 공적 심사 〈제주전최濟州殿最〉. 제주목 관덕정 활쏘기 〈제주사회濟州射會〉. 제주목 양로잔치 〈제주양로濟州養老〉. 용두암근처 용연 뱃놀이 〈병담범주屛潭泛舟〉. 모두 모여 임금께 절을 올리는 〈건포배은巾浦拜恩〉. 사냥으로 잡은 사슴을 이듬해 비양도에 풀어주는 〈비양방록飛揚放鹿〉. 화북포 목사 배웅 장면 〈호연금서浩然琴書〉.
1장―제주를 돌아보고 바람을 따라 우도까지. 1770년 한양길에 올랐다가 표류되어 류큐열도까지 휩쓸려갔다가 1771년 귀국하기까지의 기록, 제주선비 장한철(張漢喆, 1744-?)의 『표해록漂海錄』. 의녀반수醫女班首 김만덕(金萬德, 1739-1812)의 이야기를 듣고 추사가 써 준 〈은광연세恩光衍世〉. 제주성 서문밖 용삼동 한천의 신당 내왕당에 전하는 《내왓당 무신도》는 ‘내왓당川外堂 열두시위전十二神位前’에서 오늘날 전해지는 10폭. 제주도로 유배된 기묘팔현己卯八賢의 한사람 충암沖庵 김정(金淨, 1486-1521)의 16세기 두 폭 그림 〈산초백두도山椒白頭圖〉, 〈수조도水鳥圖〉.
2장―성산의 바다에서 산방의 산으로. 조선중기 시인 백호白湖 임제(林悌, 1549-1587)의 『남명소승南溟小乘』은 제주도 여정을 기록한 기행문. 1951년 화가 이중섭은 가족과 함께 10개월간 서귀포에 피난, 〈소묘-서귀포 게잡이〉, 〈서귀포 바닷가 아이들〉, 〈서귀포 풍경 1-실향의 바다 송〉, 〈서귀포 풍경 3-바다〉, 〈서귀포 풍경4-나무〉, 〈서귀포 풍경 2- 섶섬〉. 〈천제연도〉의 학산鶴山 윤제홍(尹濟弘, 1784-1845?)은 손가락에 먹을 묻혀 그림을 그리는 지두화 사족문인화가.
3장―이름 어여쁜 모슬포에서 어느덧 애월에 이르다. 《탐라순력도》에 등장하는 아홉 곳의 주요 포구 성곽들은 진영으로 곧 구진. 머슬포 대정향교 동재東齋에 걸린 〈의문당疑文堂〉 현판은 추사의 글씨. 제주사람 계첨癸詹 박혜백朴蕙百이 김정희가 사용하던 인장 180과를 찍어 만든 책 『완당인보 阮堂印譜』. 소치가 스승 추사의 유배 적거지를 방문하여 그림 실경산수화 〈제주도성에서 한라산을 보다〉 1843.
4장―은하수에 이를 만큼 우뚝한 봉우리, 한라산.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한라산을 바다 복판의 산 가운데 크고 기이한 것夫海山中 亦多奇異”이라고 표현. 한라산 서남쪽 허리에 전체길이 2킬로미터, 깊이 350미터가 넘는 바위기둥, 바위숲 영실靈室. 허련의 〈오백장군암〉은 우뚝선 바위를 모두 장군의 형상으로 의인화. 제주대학교박물관 소장 춘원春園 정재민(鄭在民, 19-20세기)의 《영주십경도》는 관념화된 산수화의 양식을 깔고 그 위에 대상의 사실성을 위한 정교한 사실묘사.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대한 관계 (2) | 2025.03.26 |
---|---|
혼자 가는 먼 집 (1) | 2025.03.25 |
옛 그림으로 본 서울 (3) | 2025.03.21 |
일본미술 이해의 길잡이 (2) | 2025.03.20 |
그림 속 여인처럼 살고 싶을 때 (1) | 2025.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