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녹색평론선집 3

대빈창 2011. 6. 23. 05:20

 

 

책이름 : 녹색평론선집 3

엮은이 : 김종철

펴낸곳 : 녹색평론사

 

15여년 전 저쪽. 나는 덕유산 자락에서 '녹색평론선집1'을 처음 만났다. 노동운동을 하다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 옥살이를 치른 후배가 덕유산 자락에 삶의 자리를 꾸린 오두막에서였다. 보잘것 없는 산중 텃밭에 둘러싸인 외딴집의 책장에는 세월묵은 시집들이 빼곡했다. 하긴 후배는 학창시절부터 알아주던 문청이었다. 시집들 틈에서 제법 부피가 두터운 책이 눈에 뜨였다. 재생용지를 사용해 쪽수는 별로 안되었는데 부피가 상당했던 책이 바로 '녹색평론선집 1'이었다. 아름드리 노거수가 베어진 그루터기에 새싹이 돋아나는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선채로 대충 들추어 본것이 나와 녹색평론과의 첫 인연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선집1'과 '오래된 미래' 그리고 '우리들의 하느님'을 손에 잡았다. 격월간지 녹색평론을 정기구독한 것이 통권 제100호로 2008년 5-6월호 부터였다. 나의 삶에 있어 정기구독한 잡지로는 5번째였다. 70년대말은 파시즘이 말로를 향해 치닫던 암울한 시절이었다. 시골 소읍 다방까지 점령한 '뮤직박스'에서 흘러 나오던 '팝송'에 저당잡힌 나의 불쌍한 젊음은 DJ를 꿈꾸며 월간팝송을 정기구독했다. 대학시절 '창비 영인본'을 접하면서 부조리한 사회현실에 눈을 떴고, 복간된 계간지 '창비'를 잡았다. 푸른 작업복과 단화 차림의 공장노동자로서 혁명세력의 주축계급이라는 자부심으로 고달픈 삶을 버티던 시기 '길을 찾는 사람들'이 항상 나의 손에 잡혀 있었다. 그리고 다리가 부러진 나는 현장생활을 접고 시골로 낙향했다. 허세도 단단히 한몫 한 것이 틀림없다. 1990년에 창간된 한국판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정기구독했다. 2008년까지 9년간을 잡으면서도 나의 마음은 편하지 못했다. 한편으로 녹색평론사에서 간행되는 단행본을 잡으면서 나의 생태적 인식이 고양되었기 때문이다. 여린 나의 마음은 연말이면 걸려오는 마케팅 부서의 협박성 아부를 일거에 잘라내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녔다. 하지만 통권 100호를 발간하는 녹색평론을 잡으면서 매몰차게 끊었다. 녹색평론을 잡은 지 햇수로 4년째다. 그리고 올해부터 정기구독자에서 한발 더 나아가 후원회원이 되었다. 그것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파멸로 다가서는 이 행성에서 생태를 복구하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녹색평론의 정기구독자는 5,000여명이다. 나는 생각한다. 녹색평론의 정기구독자와 후원회원이 10만명이라면 하루도 빠짐없이 무자비하고 터무니없는 린치가 가해지는 이 땅이 해방될 것이라고. '선집 1'이 개정판을 내면서 「선집 1·2·3」의 겉표지 이미지는 책들이 차례대로 도열해 있고, 막 첫번째 책이 쓰러지는 중이다. 당연히 도미노 현상으로 모든 책이 쓰러질 것이다. 나에게는 쓰러지는 책들이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우리의 행성이 공격을 받고 있고, 바다가 죽어가고 있고, 강이 오염되고 있고, 숲이 파괴되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끔찍한 착취로 고통당하고 있으며, 매순간 생물종들이 소멸되어가고' 있는 현재의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가 횡행하는 말기적 자본주의 시스템의 지구별로 보인다. 그럼 쓰러지는 책은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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