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눈먼 자들의 도시

대빈창 2011. 6. 30. 05:05

 

 

책이름 : 눈먼 자들의 도시

지은이 : 주제 사라마구

옮긴이 : 정영목

펴낸곳 : 해냄

 

한 남자가 도시의 교차로에서 신호대기하다 갑자기 실명한다. 눈앞이 하얗게 변하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백색실명'이다. 원인을 알 수없는 이 병은 온 도시로 번진다. 정부는 이 병의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정신병원에 환자들을 수용하고 군인들로 지키게 한다. 이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실명하지 않은 '안과의사의 부인'은 남편을 돕기위해 실명자로 위장하고 수용소 생활을 이겨 나간다. 눈이 먼 인간들은 통제불능의 짐승으로 전락한다. 인간성을 상실한 수용소의 눈먼 자들에게 새로운 권력이 등장한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않은 '안과의사의 부인'만이 인간다운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날 경비를 서던 군인들이 사라진 것을 안 '안과의사의 부인' 일행은 수용소를 탈출한다. 수용소안이나 매한가지로 세상은 짐승으로 전락한 인간 군상들이 득시글거리는 아수라 지옥이었다. 어느날 돌연 눈이 먼 순서대로 광명이 찾아 오면서 소설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 소설의 간략한 줄거리다. 나는 세계문학의 변방이라 할 포루투칼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주제 사라마구는 1922년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집안 사정으로 고교만 졸업하고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1947년 소설 '최악의 땅'으로 문단에 데뷔한다. 1969년 공산당원으로서 반정부 활동으로 인해 국외로 추방당한다. 사라마구가 3살 때 터진 군사 쿠데타로 포루투칼은 48년동안 파시스트 철권통치아래 신음한다. 이러한 조국의 현실이 사라마구의 급진적 사상과 이념에 세례를 주었을 것이다. 1982년 '수도원의 회고록'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선다. 이후 돌뗏목, 예수의 제2복음, 눈먼 자들의 도시,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도플갱어, 눈뜬 자들의 도시 등 왕성한 창작활동을 전개한다.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는 마르케스, 보르헤스와 함께 20세기 세계문학의 3대 '마술적 리얼리즘' 작가로 손꼽힌다. 한편 1992년에 발표한 '예수의 제2 복음'은 보수적인 포루투칼 정부와 갈등을 일으켜, 작가는 1993년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란자로테 섬으로 이주한다. 2010년 섬에서 향년 88세로 작가는 눈을 감았다. 책갈피에 작가의 또다른 소설 '예수 복음' 광고 간지가 끼워져 있었다. 왜 원작대로 '예수 제2복음'이 아닌 '예수 복음'으로 제목을 달았을까. 이 땅은 포루투칼보다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것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알아서 기는 것이 문제 아닌가. '고소영'으로 대표되는 지배계급의 눈길을 의식한 제목달기는 아닌 지 모르겠다. 그래야만 책을 팔아먹을 것이 아닌가. 예수를 인간적으로 그려냈다는 이 소설에 대한 이 땅의 꽉 막힌 보수 종교인들의 행태는 뻔하지 않은가. 종교는 이 땅에서 자본 축적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제는 노골적으로 예수를 팔아 죽음을 구걸하는 앵벌이 짖도 서슴치 않는다.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는 거죠.' 소설 말미에 나오는 '안과의사의 부인'의 말이다. 그렇다. 호모 사피엔스는 '제6의 생물체 대멸종'이라는 절체절명 앞에서도 탐욕에 눈이 멀어 앞을 보질 못한다. 아니 못 본 척하고 있는 것이다. '숲은 과잉벌목되고, 초지는 과잉방목되고, 습지는 과잉배수되고, 농토는 과잉경작되고, 지하수는 과잉개발되고, 바다는 남획되고, 모든 지상과 해양은 화확과 방사능으로 심각하게 오염' 되었다. 체르노빌의 재앙 앞에서도 인간의 탐욕은 한 치도 줄어들지 않았다. 후쿠시마 폭발로 지구 전체가 방사능 피폭에 흽싸였는데도, 사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이 행성에 핵발전소 건설의 망치질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이 행성은 인간으로 말미암아 돌이킬 수 없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생태적 파괴를 이끄는 사회를 문명이라 부를 수는 없다'고. 더 어이없는 사실은 인간 탐욕의 원천인 돈 문제다. 세계의 통화 제도는 실질경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루 통화량은  OECD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무려 30배나 더 많다. 즉 통화량 중에서 2 ~ 3%만 실물무역이나 투자에 관계되고 있다. 이러한 작금의 황혼 자본주의를 '사이버-카지노 경제'라고 부른다. 도대체 이런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고 현재까지 버텼다는 것이 놀랍다. 멀지않아, 이 시스템은 파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OECD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달러로는 고작 2 ~ 3시간 밖에 못 버틴다. 지구가 파멸로 가는 급행열차의 브레이크를,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 깡패들이 잡고 있는 현실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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