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뭍에서 섬에 들어오려면 당연히 다리를 건너야한다. 두 대교가 놓였다. 북부권역의 중심지 강화읍으로 들어오는 강화대교, 남부권역의 중심지 길상면과 통하는 초지대교이다. 나의 삶터 주문도에서 뭍에 나오는 포구는 화도면 선수항으로 남부권역이다. 서울과 인천, 고양과 김포로 향하려면 초지대교를 건너 김포시 대곶에서 김포―인천간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나의 일상에서 강화대교를 건너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 대부분 강화읍에서 도서관, 병원, 마트, 은행…… 일을 보고 섬으로 돌아왔다.
강화군공공도서관은 강화읍에 《강화도서관》, 선원면에 《지혜의숲》, 내가면에 《내가도서관》, 그리고 《작은도서관》이 길상·교동·하점·화도면 네 곳에 있다. 강화도의 중심을 횡단하는 중앙로를 기준으로 보면 도서관은 북부권역에 편중되었다. 남부권역에는 《작은도서관》 길상과 화도 뿐이었다. 네 곳의 《작은도서관》에서 사서가 있는 유인도서관은 ‘길상’이 유일했다. 나에게 천만다행이었다. 나는 책을 대여하면 다음날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무조건 반납연기를 신청했다. 3주에 한번 꼴로 뭍에 나가기 때문이다.
대처로 향하면서 《강화도서관》과 《지혜의숲》에서 빌린 책들을 상호대차로 《길상작은도서관》에 반납했다. 나의 독서여정에서 베이스캠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독서 뿐만아니라 일상에서는 휴식공간이었다. 동절기에는 2항차 배시간에 일정을 맞출 수가 없었다. 3항차는 오후 3시20분이었다. 대부분의 읍내일은 오전이면 마칠 수가 있었고, 오후 시간이 고스란히 남았다. 길상작은도서관에서 배터 선수항까지 20분이면 넉넉했다. 나는 점심을 먹고 두 시간을 도서관 열람실에서 보냈다.
내가 《길상작은도서관》에 첫 발걸음을 한 날은 2021. 9. 23.이었다. 작가 정찬주는 일본여행가 후지와라 신야의 책을 권하면서 ‘압도적 리얼리즘’이라 표현했다. 온라인서적을 통해 『인도 방랑』을 손에 넣었으나, 갈증만 더했다. 강화공공도서관의 책을 훑었다. 다행스럽게 《길상작은도서관》에 『동양 기행』 두 권이 있었다. ‘작은도서관’과의 첫 인연이었다. 그리고 무슨 일인지 2년6개월의 공백이 있었다.
2024. 3. 12. 미술평론가 이진숙의 『롤리타는 없다 1·2』, 시인 진은영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시인 조은의 『따뜻한 흙』, 의사·신경과학자 올리버 색스의 『엉클 텅스텐』 다섯 권을 대여했다. 이후 꾸준히 발길을 재촉했다. 2024. 12. 17.의 대중철학자 강신주의 『강신주의 다상담 1·2·3』, 시인 이승훈의 『인생』, 사진집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까지 모두 서른아홉 권을 대여했다. 도서관 출입문 왼쪽 벽에 독서에 관한 잠언을 새긴 팻말이 붙었다.
Rene Descartes -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Bill Gates -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작은도서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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