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
지은이 : 강신주
펴낸곳 : 오월의봄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는 나에게 ‘거리의 철학자’ 강신주(姜信珠, 1967- )의 열아홉번째 책이었다. 3년 전 초봄, 서로 대립적인 시각의 동서양 철학자 132명을 등장시킨 1,500여 쪽 분량의 『철학 VS 철학』을 잡고 나는 대중철학자의 글에 무섭게 빨려 들어갔다. 철학자의 본령은 노자와 장자를 비롯한 동양철학이었다. 책은 철학자의 초창기 두 권의 책,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2003)과 『노자: 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2004)을 한 권으로 묶었다.
기존 동양철학에서는 노자와 장자를 함께 도가사상道家思想으로 보았다. 흔히 장자를 노자 철학을 계승한 후학 정도로 취급했다. 하지만 대중 철학자는 노자 철학은 기본적으로 통치자와 피통치자로 구성되는 국가적 위계질서를 긍정하고, 그로부터 양자 사이의 바람직한 관계 원리를 모색했던 철학으로 규정했다. 철학자는 말했다. “인간의 자유를 긍정하는 방향으로 당당히 걸어간다면 나는 장자의 계승자가 될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장자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고 있다.”
Ⅰ.노자의 철학―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 『노자』는 81장의 철학시들(philosophical poems)로 이루어진 아주 간결한 운문 텍스트. 우리가 보는 해석본은 왕필(王弼, 226-249)이 18세에 주석을 붙인 ‘왕필본’. 1973년 12월 장사長沙 마왕퇴馬王堆에서 전한(前漢 BC 206-AD 8)시대 묘 발굴, 제3호 무덤에서 출토된 20여종의 백서帛書 중 《노자》는 문제文帝 12년(BC 168년)으로 추정 ‘백서본’. 1993년 겨울 호북성湖北城 곽점촌郭店村 고분 발굴, ‘곽점 1호묘’에서 출토된 죽간竹簡 800여 매에서 일부 《노자》 발견, 전국시대(BC 475-BC 22) 중기 이전 ‘곽점본’.
노자는 세계를 도에 의해 설명했던 사변적 형이상학자가 아닌 국가의 논리, 즉 통치자와 피통치자 사이의 교환의 논리를 발견. 노자가 군주와 국가의 철학자였다면 장자는 단독적인 개체와 삶의 철학자. 사마천(司馬遷, BC145-?)의 『사기史記』와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 BC 179-122)의 『회남자淮南子』에서 처음으로 노자와 장자를‘도가’학파라는 범주로 묶은 것은 정치적 상황의 불가피한 영향. 노자의 철학이 기본적으로 정치적이었다면 장자의 관심은 실존적. 노자가 영원하다고 본 것은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체계가 아닌 ‘국가’와 ‘천하’.
노자의 철학은 국가를 통치와 피통치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교환의 관계, 즉 수탈과 재분배의 논리에 입각하여 파악. 우리 시대의 철학이 해야 할 일은 자본주의 혹은 국가주의를 민주주의로 호도하는 허구적인 담론들과 싸우면서 인간을 주인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담론을 생산해내는 것. 유가적 정치방법에서 재분배의 중요성을, 법가적 정치방법에서 수탈의 중요성과 공권력 확보의 중요성을 배운 노자의 정치철학. 노자의 수양론은 통치자가 통치자로서의 자리를 영구히 유지하기 위한 수양론.
Ⅱ.장자의 철학―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거의 대부분이 짧은 우화나 에피소드로 구성된 『장자』. 판본은 곽상(郭象, 252-312)이 편집한 것으로 총 33편. 〈내편〉7편은 기원전 4세기말의 장자 사상이 그대로 온전이 들어있고, 〈외편〉15편, 〈잡편〉11편은 장자에게 직간접으로 사상적 영향을 받은 장자 후학들에 의해 이루어진 일종의 논문집 형식. 장자는 전쟁과 논쟁의 혼란 속에서 인간의 삶과 소통의 진실을 탐구했던 철학자. 장자는 칠원漆園의 관리자가 유일한 벼슬로, 이후 아내가 옷이나 이불을 수선하며 근근이 생활.
장자는 불가피한 타자와의 충돌을 외면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삶의 조건으로 긍정하고 있는 철학자. 장자의 주장은 타자 중심적인 발상으로 주체의 영속성은 새롭게 만날 타자에 따라 항상 단절되고, 주체는 근본적으로 새롭게 다시 구성. 장자의 소통은 처절한 주체의 자기 변형을 전제. 소통의 긍정은 공존과 공생의 긍정과 연결되고, 비움虛으로 상징되는 깨어남覺은 이런 본래적 존재양식으로의 복귀라는 의미. 도란 실천과 실행을 통해서만 전달될 수 있을 뿐, 말로는 아무리 전달하려고 해도 전달할 수 없는 것.
장자는 사유와 주체 중심적인 진리관을 꿈이라고, 존재와 타자 중심적인 진리관을 깨어남이라고 생각. 장자에게 인간의 마음은 사유 체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비인칭적이고 유동적인 자기구성의 역량에 관계. 사유와 존재의 일치를 서양에서 진리truth, 동양에서는 도道. 장자 철학의 목적은 도가 주체 및 타자와 무관하게 미리 존재하고 있었다는 생각의 부조리함을 폭로하고, 동시에 도는 주체와 타자가 소통하는데서 생성되는 것. 장자가 생각했던 자유는 타자와의 새로운 소통관계의 구성, 그 관계에서의 새로운 의미부여에서만 가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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