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

대빈창 2025. 10. 15. 07:00

 

책이름 :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

지은이 : 엄원태

펴낸곳 : 창비

 

왼무릎 반월연골판 봉합술로 왼무릎에 보조기를 차고 목발을 짚은 채 길을 나섰다. 수술한 지 보름이 지났다. 내시경 수술 자국 실밥을 푸는 날이었다. 김포소재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강화읍으로 들어왔다. 월요일이었다. 군립도서관은 휴무일이었다. 문을 연 분점 도서관 두 곳을 들러 책을 대여했다. 교통이 외진 내가도서관은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직원에게 출력한 메모지를 건넸다.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할 때마다 시집 한 권을 포함시켰다. 낯선 시인의 시집 표제가 인상적이었다. 시인 엄원태(嚴源泰, 1955- )는 1990년 『문학과사회』에 「나무는 왜 죽어서도 쓰러지지 않는가」등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는 네 번째 시집이었다. 4부에 나뉘어 53편이 실렸다. 시인 문인수(文仁洙, 1945-2021)는 표사에서 “잡념 없는 사람의 잡음이 없는 말, 언제 어디서나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사람, 시인은 마침 자신의 내면 풍경에 당도했다”고 말했다.

시집은 “소멸의 운명을 타고난 존재들의 한계를 껴안으며 고통의 삶을 따듯한 시선으로 감내하는 마음을 성찰하는 언어에 담아 소멸의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노래”했다. 표제는 「강 건너는 누떼처럼」(97쪽)의 1연에서 따왔다. 먼 우레처럼 / 다시 올 것이다, 사랑이여. 시인은 1987년부터 만성신부전증을 앓았다.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하면서 대학에서 조경을 가르쳤다. 소멸이 그다지 멀지 않다 / 삶이란, 언제나 죽음 지척의 길 「주저앉은 상여집」(56-57쪽)의 마지막 연이다.

시집은 제15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의 심사평은 “시집에 한 고독한 영혼의 자기단련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고 그런 데서 양성된 지극한 울림”이 있다고 말했다. 시인은 대구시 동북쪽 변두리로 이사와 초례봉 산자락을 산책하면서 “심상에 들어온 소멸의 역동성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 시 「타나 호수」(10쪽)의 전문이다.

 

이제 너는 타나 호수로 돌아갔다. 세상에서가장 아름답다는 타나 호수, 내 침침한 흉강 한쪽에 넘칠 듯 펼쳐져 있다. 거기에 이르려면 슬픔이 꾸역꾸역 치미는 횡경막을 건너야 한다. 고통의 임계 지점, 수평선 넘어가면 젖가슴처럼 봉긋한 두개의 섬에 봉쇄수도원이 있다. 우리는 오래전 거기서 죽었다. 파피루스 배 탕크와는 한때 내 몸이었다. 언젠가 다시 그곳에 가리라. 그때면 너는 물론 거기 없을 테지만, 한 무리 펠리컨들이 너를 대신해서 오천년쯤 날 기다려 주리라. 그때, 내 입에서 문득 악숨 말로 된 노래가 흘러나올 것이다.

 

p.s 4월 마지막날 긁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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