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
엮은이 : 필립 드와이어·마크 S. 미칼레
옮긴이 : 김영서
펴낸곳 : 책과함께
나는 정기구독하는 생태인문 격월간지 『녹색평론』의 서평란에서 세계적 인지심리학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1954 - )를 처음 만났다. 군립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했다. 귀여운 아기천사들이 핑크 표지를 수놓은 양장본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한 손으로 들기에도 버거웠다. 153*225mm 신국판은 1,400여 쪽이 넘는 압도적 부피를 자랑했다. 2014년에 출간된 책은 대여기간을 넘겨 두 번에 걸쳐 간신히 책씻이를 했다. 4년 전 정월이었다.
온라인 서적을 서핑하다 눈에 익은 표제,『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를 발견했다. 출간된 지 2년이 흘렀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군립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했다. 책은 군립도서관 분점에 비치되어 있었다.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한 도서관에 기꺼이 발품을 팔았다. 카피는 ‘고삐 풀린 폭력으로 점철된 현대 세계에 잘못 호출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들, 근거 없는 낙관론자 스티븐 핑거에 대한 역사학계의 첫 전면적 비판서’였다.
미국 폭력연구센터 설립자 필립 드와이어와 역사학자 마크 S. 미칼레를 포한한 17인의 역사학자, 역사 중심의 인류학자·사회학자들의 18편의 논문을 실었다. 책에 실린 글들은 지성의 역사, 감정의 역사, 문화사, 사회사, 의학사, 고대사, 중세사, 근현대사, 유럽사, 지역사, 형법사, 환경사, 생물학·고고학의 역사등 학제간 방법론이 동원되었다.
스티븐 핑커의 통계 사용은 대개 제한적이고 의심스러운 증거에 근거. 서구 문명과 자본주의가 폭력적이고 불평등하고 부정의하다기보다 본질적으로 선한다고 생각. 2016년 시점에서 4030만명이 현대판 노예제 속에서 살고 있으며 강제노동 2490만명, 강제결혼을 한 1540명을 포함, 이는 세계인구 1000명당 5.4명이 피해자. 중세후기 유럽의 처형·사법 고문은 인구대비로 드문 일.
핑커 논지의 정량적 증거는 부주의하고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방식으로 동원. 기원전 1만2000~기원전 1만년 수단에서 나온 개인 유골은 59구에 불과, 절대수 부족으로 2000년 동안의 평균값 불가. 그의 정량적 기록은 과잉 해석하고 단순화하고 선별하고 심지어는 조정해서 자신의 거대 서사에 끼워 맞추고 그것을 뒷받침. 신세계로 끌려간 아프리카인의 대부분인 약 95퍼센트는 브라질과 카리브 제도에서 노예가 되었고, 브라질은 전체 아프리카 노예의 41퍼센트. 브라질의 노예제 유산은 사회불평등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극심한 경제불평등의 정치적·사회적 결과를 거의 고려하지 않는 핑커. 미국 최상위 부자 400명의 부는 미국인구의 하위 64퍼센트와 맞먹고, 전세계 최상위 부자 2153명이 소유한 부는 전세계 인구의 하위 46억명이 소유한 부와 맞먹었다. 20세기 최악의 범죄-제노사이드, 대규모 인종 청소, 아사 유발, 집단 학살, 대량 살인-의 원인은 국가의 팽창과 물리적 폭력의 독점. 작은 무덤에서 발견된 21구의 개인 유해만으로 선사시대 폭력적 상호작용에 대한 범지역적 혹은 대륙적 추세를 광범위하게 논하는 오류.
핑커는 암울하고 무시무시한 중세 풍경을 펼쳤으나, 중세 법원의 기록을 보지도 않았고 중세 법 작동의 몰이해. 핑커의 주장은 계몽주의는 이성으로 폭력의 감소, 반反계몽주의는 이성에 대한 거부로 폭력의 증가라는 도식. 콩고민주공화국은 1880년에서 1920년 사이 1000만명이 살해·혹사당하고 아사. 핑커가 내세우는 주장의 핵심은 중앙집권적 국가의 부상, 지역 간 상업의 확대, 문명화한 행동의 확산. 제한된 자원에 대한 외골수적 추구는 러시아가 무수한 방식으로 폭력을 전개하게끔 압박.
폭력은 자본주의에 내재하는 긴장의 한 증상이지만 핑커의 이데올로기는 역사적 악당들, 파시즘, 공산주의 뿐. 인도의 의류노동자, 중국의 공장노동자의 고통을 핑커는 폭력계산법에서 제외. 핑커는 영국 식민통치 시기 케냐에서의 체계적 폭력에 대한 천인공노할 산더미같은 증거를 무시. 핑커의 수치에 따르면 아르테카는 매년 도시 인구의 25-35퍼센트에 맞먹은 규모의 사람들을 인신공양. 핑커는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취하고 특정한 피해를 축소하며 진화심리학적 접근법을 채택.
1985년에서 2007년까지 영국 경찰에 신고된 강간 사건은 1842건에서 1만3133건으로 증가. 같은 기간 프랑스에서는 2823건에서 1만128건으로 4배 증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미국 인구의 1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미국에서 2019년 법집행에 의해 총에 맞아 사망한 1003명중 흑인 희생자는 23퍼센트. 핑커가 비폭력의 ‘새로운 시대’와 결부시킨 시대의 처음과 끝은 가장 유명한 도시 봉기 2건, 즉 1965년 로스앤젤레스 와츠Warts 반란과 1992년 LA 봉기.
교도소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은 백인 남성보다 4배 많고, 230만명의 수감자중 거의 60퍼센트가 아프리카 미국인·라틴계. 핑커는 아시아·아프리카를 관통하는 제국주의적 정복 및 전쟁에 무관심. 세계보건기구는 앞으로 수십년에 걸쳐 기후변화로 매년 25만명이 초과사망-영양실조, 말라리아, 설사, 열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 핑커의 서사에서 식민주의는 대부분 긍정적 문명화의 동력, 탈식민화는 ‘비문명화의 무정부 상태’. 핑커는 모든 비판적 논평에 대해 반사적反射的이고, 분개하는 묵살로 대응.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지금 다시 계몽』에서 평화화로의 전반적 추세는 식별가능하고 부인할 수 없다고 믿었으나 현세계의 혼돈스러운 상황과 양립 불가능했다. 전세계를 휩쓰는 유행병, 세계 시장의 침체, 끊이지 않는 총기 폭력, 되살아나는 인종주의 및 민족주의, 급증하는 실업율 및 노숙자. 거대한 건강 불평등. 기후변화가 몰고 온 자연재해, 개발도상국 정부의 지독한 부패, 치명적 도시 공해, 가속화하는 산림파괴……. 정치학자 제니퍼 미첸은 말했다. “핑커는 우리에게 세련된 근대성과 영리한 통계를 점진적으로 제공해 인간에 대해 좋은 기분이 들게 도움으로써 우리를 정치적 참여로부터 멀리 분산시키고 폭력의 원인 및 희생자로부터 괴리시킨다.”(5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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