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지은이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옮긴이 : 이영의
펴낸곳 : 민음사
첫 문장이다. ‘여느 때처럼 아침 다섯 시가 되자, 기상을 알리는 신호 소리가 들려온다.’(7쪽) 슈호프는 영원히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랬다. 몸에 오한이 나 늦게 일어난 슈호프는 간수실 마룻바닥 청소를 하라는 관대한 처분을 받았다. 삼일간의 노동 영창에 처해질 죄목(?)이었다. 그는 사십사년 우스치-이지마 수용소에서 영양실조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면서 이를 많이 잃었다. 수용소 생활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아침 식사 시간 십분, 점심과 저녁 시간 오 분이 유일한 삶의 목적이었다. 슈호프는 소심해서 불평을 하거나 따질 위인이 못 되었다.
아직도 형기를 마치려면 겨울을 두 번, 여름을 두 번이나 보내야했다. 그는 허리나 등 어깨까지 온 몸이 뻐근한 상태로 작업장에 나갔다. 체자리는 부자 죄수로 한 달에 두 번이상 소포가 왔는데 뇌물을 써서 따듯한 사무실에서 시간만 때웠다. 작업장에서 석탄을 태우는 것은 죄수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 판이 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곡괭이질을 해서 몸에 열이라도 내야 동사를 막을 수 있었다. 수용소에서 남의 것을 훔치는 놈들은 오히려 땅을 파는 노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슈호프와 벽돌공들은 일을 서둘러 땀을 흘리며 추위도 잊었다. 몰디비아 놈이 깜박 잠에 빠져 인원점검이 지체되어 작업장에서 수용소로 돌아오면서 한 시간이나 지체되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며 따끈한 국물이 배에 들어가자 오장육부가 요동을 쳤다. 이 한순간을 위해서 죄수들은 살았다. 막사 천장에 여전히 성에가 끼었다. 밤이 오면 온 몸이 얼어붙을 것이다. 취침점호는 밤 아홉시, 두세번 할때도 있었다. 잠자리에 들어가는 것은 빠르면 열시이고, 기상시간은 다섯시였다. 막사 하나에 사백 명, 다섯 명씩 줄을 서면 여든 줄이었다.
슈호프는 흡족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하루는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도 가지 않았고, 쉬운 작업이 걸렸고, 점심은 속여서 두 그릇이나 먹었고, 반장이 작업량 조정을 잘했고, 줄칼조각도 들키지 않고 막사로 반입했고, 체자리의 소포 찾는 순번을 대신해서 벌이가 괜찮았고, 품질 좋은 잎담배도 얻었고, 아침에 찌뿌듯하던 몸도 낳았다.
소설은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의 새벽 다섯시부터 취침에 들어가는 밤 열시까지의 하루 일상을 그렸다. 시대적 배경은 소비에트 스탈린의 철권통치가 이루어지던 1950년대였다. 슈호프의 형기는 만 10년, 3653일이었다. 윤년으로 사흘이 더 늘었다. 농부 슈호프는 제2차 세계대전에 독일군 포로가 되었다. 전쟁이 끝나자 그는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강제노동수용소에 유배되었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솔제니친이 자신의 감옥생활 체험을 작품화했다. 작가는 스탈린을 비방했다는 죄명으로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8년을 지냈다.
‘극도의 굶주림, 권력자에게 빌붙어 같은 죄수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막사장이나 당번들, 그리고 비인간적 행위를 자행하는 수용소 감독관들, 소포를 담당하는 사람, 물건을 보관해주는 사람, 취사부들, 그리고 일직 당번들 등 일반 죄수들을 이용하거나 등쳐먹고 갈취하는 인간들, 수용소 내에서 만연하고 있는 부패와 뇌물 행사, 밀고, 죄수들을 최대한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엉뚱한 갖가지 제도와 각종 규율’(215쪽) 등은 강제노동수용소가 상징하는 스탈린 시대의 가장 적나라한 사회상이었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 1918-2008)은 러시아의 저항작가였다. 그가 ‘반혁명 활동’으로 투옥된 것이 27세였다. 1962년에 발표된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데뷔작이었다. 197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나 당국의 방해로 참석하지 못했다. 1974년 반역죄로 소련 당국에 피검, 국외로 추방되어 미국에 정착했다. 1994년 20년간의 망명 끝에 러시아 시민권을 회복 귀국했다. 2007년 러시아 최고 명예상인 국가공로상을 수여했다. 2008년 향년 89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스웨덴한림원의 솔제니친 노벨문학상 선정이유는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추구하면서 도덕과 정의의 힘을 갖춘 작가’였다. 솔제니친은 소련의 정치 체제와 타협을 거부하고 자신과 몇몇 동료 반체제작가들에 대한 소련 당국의 냉대를 끊임없이 비판했다. 그의 작품은 현실사회에 존재하는 모순과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20세기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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