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멧돼지가 나타났다 - 2

대빈창 2025. 9. 8. 07:00

 

어제가 백로白露였다. 강화도속노랑고구마 밑이 들기 시작할 즈음이다. 주문도의 속노랑고구마 수확 시기는 10월 초순이었다. 섬의 고구마 재배면적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었다. 환금작물로 고추가 자리 잡으면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고구마를, 농가들이 기피했다. 고구마 대신 재래종 땅콩재배가 늘기 시작했다. 나의 산책코스 봉구산 옛길을 따라가면 고구마가 심겨진 밭은 두 필지였다. 저녁산책, 대빈창 해변 솔숲 캠핑장을 지나치는데 낯선 세 분이 나무테크 평상에 앉아 있었다. 유해조수수렵단원이었다. 그들은 어둠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번 사냥에서 허탕을 치셨다고 들었는데, 그 멧돼지가 여전히 말썽을 부리고  있나봐요.”

“그때 한 마리 잡았시다.”

 

〈멧돼지가 나타났다〉의 정보는 잘못되었다. 나는 멧돼지 사냥에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사냥개를 동원한 그날 밤, 수렵단은 한 마리를 잡았다. 한달보름 정도 뜸하더니 섬에 멧돼지가 또다시 출몰했다. 놈은 항상 다니던 길로 다녔다. 고라니 방책용 폐그물은 멧돼지에게 무용지물이었다. 밭주인은 네다섯 고랑에 심겨진 고구마 두둑에 제초제를 뿌렸다. 멧돼지가 파헤쳤지만 용케 살아남은 고구마 몇 포기가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다른 작물을 건지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멧돼지는 고구마밭을 파헤치러 산에서 내려오면서 고추·참깨 두둑의 비닐 피복을 찢어놓았다.

이미지는 〈멧돼지가 나타났다〉의 고구마 밭이다. 어느날부터 개 한 마리가 밤낮으로 고구마 밭을 지키고 있었다. 녀석의 이름은 진돌이였다. 틀림없이 진돗개 트기로 수놈일 것이다. 나는 아침저녁 산책마다 녀석을 만나면 안녕을 전했다. 진돌이는 멍~~ 멍~~ 아는체를 했다. 지원사업으로 보조금을 받아 휀스 울타리를 둘렀는데도 멧돼지가 침범했다. 밭주인은 구이장네 개를 데려왔다. 내가 이미지를 잡으려 다가서자 진돌이는 사람이 그리웠는지 반갑게 뛰어왔다. 길쭉한 공터가 고구마밭과 야산 경사면 사이에 자리 잡았다. 밭주인은 개집에서 밭 모서리까지 줄을 늘여 진돌이의 행동을 자유롭게 했다. 녀석은 케이블카를 타는 것처럼 줄을 타고 오가며 멧돼지로부터 고구마를 지켜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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