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을사년乙巳年, 한가위 대보름

대빈창 2025. 10. 13. 07:00

 

10. 3(금) 개천절, 10. 4-5(토·일) 휴일, 10. 6-7(월·화) 추석 연휴, 10. 8(수) 대체휴무, 10. 9(금) 한글날, 10. 11-12(토·일) 휴일

생애에서 가장 긴 추석 황금연휴였다. 10. 10(금) 연차를 내면 무려 열흘이었다. 10월은 한달동안 초반이 전부 휴일이었다. 자그만치 3분의1이나 되었다. 하지만 나는 1년 365일을 휴일로 지내는 백수였다. 아무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연휴가 길수록 나의 슬쓸함은 강도가 더했다.

형제 중 두 분이 벌써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 그만큼 우리집의 명절치레는 어머니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시면서 번거롭기만 했다. 작은형부부만 섬에 들어오셔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인천으로 떠났다. 내가 그러시라고 권했다. 좁은 평수의 단독주택은 사람이 북적이면 금방 과부하가 걸렸다. 작은형은 잊지 않고 막걸리 두 병을 사왔다. 추석아침 그는 아버지와 누이가 묻힌 나무아래 술을 따라 드렸다.

아버지 형제분들이 돌아가시고 우리집도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 사촌들과는 집안에 경조사가 있어야 그나마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가 장남이셔서 설날과 한가위 친사촌들이 우리집에 모여 조상께 차례를 올리고 성묘를 갔었다. 나는 3남1녀 중 셋째아들, 친사촌들은 가운뎃집이 3남1녀, 작은집이 1남2녀였다.

가을날씨가 한마디로 미쳤다. 10월 들어 지금까지 2일과 4일 이틀만 빼놓고 매일 비가 내렸다. 비경지정리 대빈창 들녘은 물이 빠지지 않아 콤바인이 논바닥에 들어설 수 없었다. 강화속노랑고구마도 속수무책 손을 놓고 있다. 땅속작물 수확기가 진흙에 맥을 못추기 때문이다. 비가 그친 사이에 텃밭에 내려섰다. 김장배추 몇 포기가 기우뚱 쓰러져 있었다. 배추무름병이었다. 올해 김장도 배추를 사서 담가야겠다. 손바닥만한 텃밭농사도 기후변화의 피해를 입었다. 작물들은 일조량 절대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10월 들어 매일 부슬비가 오거나 하늘이 잔뜩 찌뿌렸다. 올 한가위는 대보름달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대체휴무일 8일에 아침나절부터 오랜만에 햇살이 비쳤다. 대빈창 들녘에 콤바인 넉 대가 몰려나와 여기저기 벼베기에 바빴다. 월출시간은 18:28이었다. 저녁 19:00 슬라브 옥상에 올라 위 이미지를 잡았다.

어머니는 요양 4등급을 받으셨다. 올 여름만 해도 당신은 요양원 이야기가 나오면 굵은 눈물을 떨구셨다. 아침저녁으로 날이 선선해지며 어머니의 생각이 바뀌셨다. 스스로 요양원에 들어가시겠다고 하신다. 막내아들에게 짐스러운 것이 못내 미안하셨다. 나는 요양등급을 재가에서 시설로 변경했다. 하지만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지 못하겠다. 천주교재단이 운영하는 요양원 두 곳에 석 달 전 접수대기를 신청했다. 두 곳에서 모두 전화가 왔다. 자리가 났다고.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입소를 미루었다. 갈 데까지 가보겠다고 혼자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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