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동경東京 돈가스

대빈창 2025. 10. 31. 07:00

 

나의 블로그에서 〈옥동식屋同食 돼지곰탕〉, 〈일미一味 식당의 생선구이〉에 이어 세 번째로 소개하는 맛집이다. 대처에 나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48번 국도를 타게 되면 될 수 있는 한 들러 점심 혼밥을 먹는 나의 최애 맛집이다. 상호는 〈동경東京 돈가스〉다.

강화읍으로 향하는 48번 국도를 타고, 통진 읍내를 지나면 한때 대한민국의 3대 IT기업이었던 팬택Pantech 진입로가 좌측에 나타났다. 팬택은 우리에게 브랜드 베가VEGA, 스카이SKY, 큐리텔Curitel로 익숙했다. 2010년대 한국에서 휴대폰을 세 번째로 많이 판매했던 회사는 문을 닫았다.

식당이 자리 잡은 행정구역은 김포시 통진읍 옹정리甕井里였다. 분명 독항아리 우물이 있던 마을이었다. 진입로가 일자로 곧게 뻗었고, 우측 초입에 얕은 야산을 등지고 단층건물 두 채가 앉았다. 좌측은 건물터를 닦느라 중장비 굉음이 시끄러웠다. 외떨어진 허름한 단독주택 식당은 의외로 점심시간이면 빈 테이블이 없었다. 사람들이 어디 숨어있다 불현 듯 나타난 것처럼 의아했다.

국도변에 1·2층 상가 건물이 드문드문 서있는 한갓진 곳이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에서 일하고 있을까. 내가 모르는 제조공장이 숨어 있을지 모르겠다. 미닫이 유리문을 밀치고 들어서면 70년대식 인테리어가 정겨웠다. 4인용 테이블에 놓인 소파는 둔탁하기 그지없었다. 조명시설은 가정집이나 진배없었다. 항상 혼자 들어서도 노부부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일본식日本式 식사류 메뉴는 돈가스, 냉소바, 덴뿌라우동, 야끼만두 네 가지였다. 나는 무조건 돈가스로, 가격은 만원이었다. 내가 즐겨 찾는 이미지의 돈가스 곱빼기는 1만3천원으로 분량이 2인분이었다. 배가 든든했다. 나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식당은 동절기에 새로운 메뉴를 내놓았다. 얼핏 김치찌게가 떠올랐다.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아기 입맛이었다. 돈가스 소스가 깔끔했다. 튀김옷도 노릇노릇 보기 좋았다. 소위 일본식인지 모르겠다. 썰어 나온 돈가스를 젓가락으로 집어 소스에 찍어먹는 맛이 그럴듯했다. 국물도 개운했다.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었다. 더군다나 허름한 인테리어, 단출한 메뉴가 나의 취향이었다. 시간이 부족하면 포장주문해서 차안에서 요기를 때우는 나만의 숨겨놓은 맛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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