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기후위기 시대의 자연재해〉라는 표어에서 보듯 최근 잦은 대형 산불은,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한다. 일본과 중국은 한국과 유사한 기후조건과 기후변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10년간 대형 산불이 발생하지 않았고, 중국은 산불피해가 급감하고 있다. 울진, 삼척, 고성, 밀양, 합천, 홍성, 안동, 강릉의 대형 산불과 올해 발생한 대참사 의성과 산청의 대형 산불은 모두 소나무 우점림에서 간벌과 ‘숲가꾸기 사업’이 집중된 곳이다.
한국의 모든 숲은 조선 말엽,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전후 회복기를 거치면서 토양화폐화가 가속되었다. 한국의 산림은 1970년대까지 대부분이 벌거숭이산에 가까웠다. 화석연료의 보급으로 땔감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숲은 스스로 회복하기 시작했다. ‘생태적 천이’ 과정으로 참나무 류는 빠르게 소나무를 밀어내고 있었다. 이때 공공근로사업을 이용한 ‘숲 가꾸기 사업’은 생태적 전환을 가로막았다. 어린 활엽수들을 ‘잡목’취급으로 제거하고, 소나무만을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인위적 숲 가꾸기 정책은 활엽수림으로 바뀌었어야 할 산림을 ‘불쏘시개’로 가득한 소나무 단순림으로 유지시켰다.
한국 자연의 모습은 수십 년 간의 반환경적 정책이 만든 ‘산림행정의 결과물’이었다. 숲은 구조적으로 단순해졌고, 생물다양성은 저하되었으며, 밀도가 낮아져 건조해졌다. 침엽수는 휘발성 기름 성분을 가지며, 수분 함량이 낮아 불이 붙으면 수관화樹冠化가 발생하기 쉽다. 활엽수는 수분이 많고 불연성에 가까워 불을 억제하거나 천천히 번지게 한다. 살아있는 활엽수는 불타지 않는다. 물을 잔뜩 머금은 활엽수 나무 자체는 태우지 못한다. 대형 산불의 원인은 바로 인간의 과잉 개입이었다. ―『녹색평론』통권 190호, 홍석환의 「기후위기 시대, 산불을 막을 대안은」에서 발췌―
위 이미지는 나의 산책코스에서 대빈창 해변캠핑장을 지나 왼쪽방향 제방에 들어서서 바위벼랑 반환점으로 향하는 3분의 1 지점에 서있는 안내판이다. 2009년에 세운 덩치만 큰 둔탁한 통나무 방무목 안내판대신 날렵하고 변색되지 않는 세련된 안내판이 2010년도에 그 옆에 세워졌다.
‘주문도 숲가꾸기 시범림’은 대빈창 해변에 2009년도에 해송·해당화·사철나무를 식재하고, 방풍책으로 대나무 울타리를 세웠다. 2010년도에 해송·소사나무·해당화·모감주나무를 식재하고, 방풍책과 모래포집기를 설치했다. 주문도 봉구산 숲은 소나무와 참나무의 주종 혼합림이었다.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2008년 초겨울 느리 마을에 삶터를 꾸렸다. 두서너 번의 간벌로 기억되는 ‘숲 가꾸기 사업’은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주문도를 찾는 외지인들의 대부분은 대빈창 해변으로 몰렸다. 해송 숲의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조용한 바닷가의 정취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빈창 해변의 해송 숲은 반세기 전 섬 주민들이 땀으로 일구어냈다. 사람의 손이 가지 않았다면 대빈창 해변은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처럼 모래사막이었을 것이다. 주민들은 어린 소나무 묘목을 모래땅에 묻었으나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소나무 뿌리를 황토로 둥그렇게 감싸 모래땅에 심었다. 세월이 흘렀고 해송은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산림청은 반세기가 지난 현재 안정된 숲 생태에 묘목을 식재하고, 안내판을 세웠다.
산림학계는 자화자찬했다. 역사적으로 벌거숭이산을 울창한 산림으로 복구한 민족은 별로 없었다. 우리 민족은 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산림녹지에 성공했다. 하지만 근래 대형 산불의 대참사에서 그들은 자유롭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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