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장자와의 명상

대빈창 2011. 8. 11. 05:38

 

책이름 : 장자와의 명상(내편)

엮은이 : 유덕선

펴낸곳 : 도서출판 동반인

 

장자는 우리에게 총 33편의 글을 남겼다. 그것은 내편(內篇) 7장, 외편(外篇) 15장, 잡편(雜篇) 11장으로 구성되었다. 장자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내편을 장자 스스로의 저작이라 여기고, 나머지 외편과 잡편은 그의 문인이나 후세인들이 더한 것이라고 본다. 장자의 이름은 주(周)이고, 전국시대 송(宋)나라 태생으로 일찍이 몽지(蒙地)에 설치한 관영에 소속된 칠원의 관리를 지냈다. 그는 천지자연과 뜻을 교환하며 자유로이 소요하는 것을 즐겼으며, 세속의 부귀나 공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우리에게 소요유와 호접몽의 사상가로 장자는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사상에는 시대의 흔적이 각인되어 있다. 그가 산 시대는 전국시대의 중기로서 정치·경제적 변혁기이었으며, 전쟁이 지속된 제자백가가 난립한 혼탁한 세상이었다. 평생을 생활고에 시달리며 은둔생활을 해 “비관적 염세주의자”로 후세인에게 비쳐지기도 했지만, 장자는 세상을 탐색하는 소요파면서 제 이상에 충실한 계몽사상가적 실천에 눈길이 모아지며, 문학적으로 산문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선구자이다.

장자 글의 진수인 내편(內篇) 제1장 소요유(逍遙遊)를 열면, 바로 장자의 엄청난 과장과 허풍을 만난다. 북녘바다에 사는 곤이라는 물고기는 그 크기가 몇 천리인지 알 수 없고, 이 물고기가 변해 붕이라는 새가 되는데 그 크기를 역시 알 수 없다. 이 새는 바다의 기운이 일면 남녘바다로 날아가는데 파도가 삼천리요, 하늘에 비상하면 구만리라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현실적으로 도저히 “곤과 붕”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그것은 장자에게 소요유(逍遙遊)를 의미하는 것이다. 곧 허구(과장과 허풍)는 사실의 세계, 경험적 인식을 뒤 짚어 엎는 장자의 언어유희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자주 인용하던 다음과 같은 일화도 소요유(逍遙遊)에 전한다. 요임금이 허유에게 그를 찾아가서 천하를 맡아 주기를 간청했다. 그러나 허유는 단호히 거절하면서 “임금이라는 명예는 실질의 손님에 불과하다”고 거절한다. 그는 요임금에게 “나는 천하에 아무 쓸모가 없다”고 강변한다. 이런 인물을 장자는 지인(至人), 신인(神人), 성인(聖人)이라고 했다. 여기서 주어진 현실과 한계성의 벽을 뛰어 넘어 세상의 명분과 이해, 물욕과 집착에서 벗어나 완전한 정신적 만족과 자유를 누리는 경지를 읽을 수 있다.

이 허유의 고사를 이 땅에서 벽화로 확인할 수 있다. 지리산자락 산간마을 산청에 가면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룬 남명 조식의 유적지가 곳곳에 널려 있다. 그는 경상 좌·우도를 유학계에서 이황과 양분한 조선 선비들의 정신적·사상적 지주였다. 산청에는 남명의 무덤과 그의 학문과 정신을 기리는 덕천서원, 그리고 세상사를 실천적으로 고민한 남명이 잠시 머리를 식혔을 덕천강가의 세심정 그리고 장자의 소요유에 실려 있는 허유와 소부의 고사가 벽화로 살아있는 산천재(山天齋)가 있어, 아직도 그의 매서운 정신의 한 단면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의 장자와 조선중기의 남명 조식은 그렇게 손을 잡고 우리를 찾아 왔다.

제물론(齊物論)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꿈을 꾼 것이 자신이었는지 나비였는지 알 수 없었다는 ‘나비의 꿈-호접몽(胡蝶夢)’은 후세에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장자의 성가(聲價)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나비의 꿈 모티브는 현재진행형으로 우리의 현실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 작가 차현숙의 나비 시리즈 작품들, 김민종, 김정은 주연의 영화 “나비” 그리고 2003 이상문학상수상작품도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다. 우리는 물질주의, 배금주의, 한탕주의에 오염된 현대인들의 어리석음을 조롱하는, 또한 환경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정작 그 환경을 파괴하는 장본인인 인간의 파괴된 마음을 질타하는 장자의 대갈일성을 그의 우화에서 읽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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