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똥 살리기 땅 살리기
지은이 : 조셉 젠킨스
옮긴이 : 이재성
펴낸곳 : 녹색평론사
이 책의 표제를 보는 순간 눈살을 찡그리고, 손을 입에 가져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똥에 대한 사회정서가 혐오를 넘어 공포에까지 이르렀다. 똥과 땅을 살리다니. 나 같은 얼치기 생태주의자도 표제를 ‘지구별 살리기’라고 부드럽게 고쳤으면 좋겠다. 저자는 좀 짖궂은 면이 있는 것 같다. 본문에 실려 있는 삽화의 내용도 그렇고, 더군다나 원제는 인분핸드북(The Humanure Handbook)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보다 역겨움으로 책을 집어 들기는커녕 도망갈 지경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20년간 톱밥변기와 퇴비장을 이용하여 가족과 손님의 분뇨를 퇴비화하여, 텃밭의 거름으로 먹거리를 키운 체험을 활자화 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똥을 싼다. 그런데 존경받는 농부 시인 웬델 베리의 말처럼 '인간은 자신이 마실 물 주전자에 분뇨를 섞고, 그 오염된 물을 비싼 돈을 들여 기술을 개발하여 정화하고, 그 물을 마시는 격'이다. 나의 기억에도 이 땅은 70년대 까지만해도 시골집 한 귀퉁이에는 퇴비장이 있었다. 무더운 여름의 땡볕을 피해, 여명이 트자마자 지게를 지고 들녘으로 나가 풀더미를 한 바리씩 지고와 퇴비장에 얹고, 푸세식 변소에서 인분을 퍼 얹었다. 그 시절 퇴비장의 똥거름은 비위생적인 기생충 감염 원인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똥은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이라고. 즉 똥이 순환해야 죽어가는 지구가 살아난다고. 동양의 순환농법에서 우리 조상들은 똥을 귀하게 여기고 소중하게 다루었다. 육식을 주로 하는 서양인들의 배설물은 냄새가 고약해 수세식 화장실을 발달시키고, 화학비료를 만들어 땅을 오염시키고, 환경오염이라는 미증유의 사고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별인 지구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먹은 만큼 다시 땅으로 돌려주는 ‘오래된 미래’의 지속가능한 순환농법을 근대화, 산업화라는 미명아래 이 땅은 수세식 화장실로 알아서 개조했다. 그리고 압축성장이라는 경제발전을 이루었다고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법석이다. 이제야 그 폐해의 심각성을 눈치 챈 선각자들이 ‘오래된 미래’를 찾아 나섰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아주대 강명구 교수로 ‘퇴비화 변기’로 재래식 비슷한 변기이지만 전혀 냄새가 없는 ‘동도서기’의 화장실 문화를 개척하였고, 장수군순환농법시범단지인 ‘하늘소마을’에서는 이 책에 등장하는 톱밥변기를 사용하고 있다.
냄새 안 나는 화장실이라면 누구나 선암사 해우소를 떠올릴 것이다. 전통적 해우소로서 선암사 뒷간은 사찰창건으로 따지면 나이가 무려 1,500살이나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해우소인 셈이다. 어느 해 올여름 날씨처럼 고문에 가까운 염천에 나는 선암사 뒷간을 찾았다. 더군다나 새벽까지 폭음하여 나의 속은 완전 구라파 전쟁 중이었다. 분명 도시의 화장실이었다면 나의 속은 뒤집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나무창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눈을 시원하게 만드는 우거진 녹음을 바라보는 나의 입에서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 나왔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 전무후무한 나의 뒷깐 자랑을 해야겠다. 나의 뒷깐은 작은 섬 주문도에서 가장 높은 해발 147m에 자리잡고 있다. 7시에 조반을 먹고, 두루마리 화장실을 대충 끊어 챙기고, 낡은 등산화로 아침 산행에 나선다. 30여분 뒤 정상에 이르면 먼 바다에 시선을 한번 주고, 자연 자체의 뒷깐에서 일을 본다. 사시사철 같은 자리로 5월 ~ 10월까지는 쇠똥벌레 군락지가 된다. 장마철 비가 잠깐 갠 새에 올라갔더니, 무려 100여 마리 이상이 웅성거리고 회의를 한다. 집까지 침범한 큰물 피해에 대한 대처이리라. 엄지손톱만한 곤충의 이마에 수놈은 코뿔소의 외뿔, 암놈은 불도저 삽날을 닮은 뿔을 이마에 달았다. 겨울철 나의 배설물은 쌓여 가지만, 풍화되고 건조되어 생각만큼 쌓이지 않는다. 5월 중순, 드디어 녀석들이 복귀하면 두 달이 채 안되어 나의 똥은 부식토로 변한다. 녀석들의 노동량은 엄청나다. 산행하면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녀석들을 만나면 나는 친절하게 작업장으로 옮겨준다. 방법은 엄지와 검지로 가볍게 살짝 집는다. 그러면 녀석은 죽은 채 꼼짝도 않는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꾸로 보는 고대사 (0) | 2011.08.25 |
---|---|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0) | 2011.08.22 |
장자와의 명상 (0) | 2011.08.11 |
누가 말을 죽였을까 (0) | 2011.08.08 |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0) | 2011.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