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지은이 : 오주석
펴낸곳 : 월간미술
선생은 2005년 2월 세상을 떠나셨다. 49세의 나이에 혈액암과 백혈병으로 고생하시던 선생은 스스로 곡기를 끊음으로서 생을 마쳤다. 가장 올바른 삶을 살다 간 스콧 니어링이 떠오른다. 그는 100세 생일을 맞아 명징한 죽음을 맞으려 스스로 곡기를 끊고 죽음을 맞았다. 책은 오주석선생 유고간행위원회의 노력으로 2009년 초봄에 세상의 빛을 보았다. 나는 마니아답게 출간되자마자 온라인 서적을 통해 책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에야 책을 펼쳤다. 그새 책에는 ‘품절’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선생은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이 책의 출간을 준비했다. 선생이 떠난 지도 6년이 넘었는데, 나는 책머리에서 선생의 ‘책을 펴내며’를 읽어 내려간다.
이 책은 전통회화의 걸작 27점에 대한 선생 특유의 맛깔스런 글 솜씨가 빛을 발한다. 김홍도 - 황묘농접도, 해탐노화도, 송하맹호도, 소림명월도, 마상청앵도, 씨름. 정선 - 금강내산도, 금강전도, 통천문암도, 만폭동도. 신윤복 - 월하정인도, 미인도. 김명국 - 답설심매도, 달마도. 강세황 - 영통통구도, 자화상. 김득신 - 야묘도추도. 김수철 - 하경산수도. 이정 - 풍죽도. 김정희 - 세한도. 장승업 - 호취도. 강희안 - 고사산수도. 변상벽 - 모계영자도. 이인문 - 송계한담도. 이재관 - 오수초족도. 그리고 작자미상의 이재 초상과 일월오봉병. 신문에 연재된 200자 원고지 7장 분량의 짧은 글들로 깊이가 아쉬운 독자들은 선생의 전통회화 대중서인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를 잡으면 미진함을 씻을 수 있겠다.
표지그림 ‘황묘농접도’는 살찐 누런 고양이가 큰 제비나비를 희롱하는 그림인데 장수를 축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 그림은 원래 종이 채색본인데, 둥근 원형 안에 집어넣어 표지로 삼았다. 김득신의 ‘야묘도추도’는 돗자리를 짜던 바깥양반이 도둑고양이가 병아리를 물고 도망가는 것을 발견하면서 일어난 소동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핍진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선생의 독보적인 유려한 문체는 슬그머니 독자의 입가에 미소를 짖게 만든다. 김홍도의 ‘노탐해화도’의 화제 海龍王處也橫行 - ‘바닷속 용왕님 계신 곳에서도 나는야 옆으로 걷는다!’를 설명하면서 막돼먹은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한마디 하신다. ‘권력 앞에서 쭈뼛거리지 말고, 천성을 어그러뜨리지 말라’고.(151쪽) 선생은 살아생전 고흐와 피카소는 알아도 단원과 겸재를 모르는 세태를 질타 하셨다. 그런데 진정으로 우리 옛 그림의 당당한 아름다움을 모든 이들에게 일러 줄 당신은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 아쉽고 서글프다. 선생의 학술서인 ‘이인문의 강산무진도’와 ‘단원 김홍도’로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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