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요절
지은이 : 조용훈
펴낸곳 : 효형출판
1부 운명, 사랑을 만나다. 1.은지화에 각인된 자기탐닉―대향大鄕 이중섭(李仲燮, 1916-1956). 〈황소〉, 종이에 유채, 32.2x49.5㎝, 개인소장. 1945년 4월 원산의 이중섭을 찾아 혼자 현해탄을 건넌 마사코(이남덕李南德). 한국전쟁으로 허기와 가난에 찌들어, 아내는 두 아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귀환. 절망한 이중섭은 엽서그림을 일본에 띄우고, 아내를 향한 지독한 사랑을 은지화에 각인. 1955년 1월 미도파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개인전 개최. 정신이상 징후를 보이며 가학증세에 시달리던 이중섭은 1956년 9월 6일 만 40세로 고단한 삶을 마쳤다.
2.공작도시의 자라지 않는 나무―손상기(孫祥基, 1949-1988). 키가 5척에 못 미쳤던 꼽추화가. 〈공작도시―고립〉, 캔버스에 유채, 45.5x53㎝, 1984년. 인간이 사라진 침울한 도시 풍경화, 철조망은 현실의 폭력성을 비정하게 제시. 피폐하고 험난했던 생활고와 육체적 불행은 화가의 삶과 예술을 위협. 산업화 사회에서 소외된 채 산동네로 내몰린 도시빈민의 풍경은 고단하고 삭막, 어둠보다 통곡에 잠기는 산동네의 살풍경. 1988년 2월 11일 서대문 고려병원에서 마지막 눈을 감았다.
2부 여성의 이름으로. 3.영원한 신여성, 최초의 선각자―정월晶月 나혜석(羅蕙錫, 1896-1948).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자화상〉, 캔버스에 유채, 62x50㎝, 1928년. 구시대적 권위와 폐습을 거부하고 도덕률에 저항했던 자의적 강한 여성. 봉건적 제도와 질곡에 의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는 여성의 비애를 폭로하고, 형극의 삶을 타개하고자 동등한 인격체로서의 여성의 해방을 주장. 행려병자로 처리되어 용산의 한 시립자제원의 무연고자 병동에 시신이 방치되었다.
4.지하생활자의 색과 소리―최욱경(崔郁卿, 1940―1985). 〈비참한 관계〉,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2㎝, 1984년. 추상표현주의의 열정적 색채와 행위에 화려하게 매료. 현대미술의 새로운 창조적 공간 뉴욕에서 세 차례의 개인전으로 자신의 예술적 고뇌와 성과를 쟁취. 여성에 대한 질시가 난무하는 사회적 편견을 장대한 화면과 활달한 색채를 통해 온몸으로 맞선 뛰어난 화가. 1985년 7월 16일, 나이 45세에 세상을 떠났다.
3부 현실이 주인이다. 5.현실이 주인이다―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 1668-1715).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증손자. 겸재謙齋 정선鄭敾,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과 함께 조선후기 삼재三齋. 속화俗畵의 선구자. 〈자화상〉, 종이에 담채, 38.5x20.5㎝, 해남종가소장, 국보240호. 전신사조傳神寫照라는 초상정신의 탁월한 결정체. 회화는 인문정신과 실득實得적 체험이 겸비되어 발로된 것으로 세상을 통찰하는 유용한 수단. 나이 48세에 세상을 떠났다.
6.영원한 재야―오윤(吳潤, 1946-1986). 〈애비와 아들〉, 목판, 36x38㎝, 1983년. 80년대 미술의 한 방향을 실천적으로 제시. 1969년 현대미술사 탄압사례 제1호 ‘현실동인전’사건, ‘현실과발언’ 창립의 주역. 엄혹한 현실 앞에 발가벗겨진 민중들의 비애를 구체적으로 노출하지 않고 시적으로 묘파함으로써 품격을 유지하며 긴장감을 고조. ‘판화’가 갖는 진보적 기능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가. ‘그림마당 민’개관 첫 초대전으로 열린 오윤의 판화전. 개인전을 끝으로 41세에 세상을 떠났다.
7.생체권력과 저항―류인(柳仁, 1956-1999). 〈윤의 변·2〉, 청동+무쇠+철근, 73x106x98㎝, 1988년. 억압의 실체를 거부하고 통렬하게 저항하는 인간의 육체를 강력하게 표명한 작품. 조각가는 인체의 특정 부위를 변형하고 왜곡하여 현재의 인간이 처해 있는 비극적 상활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데 특출. 폭압적 세계와 맞서는 유일한 방법이 끊임없는 저항, 꿈꾸되 잠들지 않는 열린 의식. 그는 43세를 넘기지 못했다.
4부 시가 그림을 완성했다. 8.개결한 소나무―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 1710-1760). 뛰어난 학식을 갖춘 개결介潔한 선비. 〈설송도〉, 종이에 수묵, 117.2x52.9㎝, 국립중앙박물관. 종횡무진 질풍노도로 퍼붓다가 잠시 숨죽인 폭풍전야의 고요를 순간적으로 포착. 예술적 학문적 성취와 고결한 성정은 서출의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 가난과 병고 그리고 은거 끝에 생을 마감. 처사의 삶은 혼탁한 세상을 버린 채 은일자로서의 고귀한 삶을 마감하고 싶었던 자기결단.
9.바람의 역설―고람古藍 전기(田琦, 1825-1854). 서울 수송동에서 약포藥圃를 운영하던 중인. 뛰어난 감식안을 지니고 그림을 중개·매매하는 근대적 지식인. 〈계산포무도〉, 종이에수묵, 41.5x24.5㎝, 국립중앙박물관. 화면을 가득 채운 사물들은 다만 바람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풍경. ‘매치梅癡’라는 인장을 새기고 애호할 정도로 매화에 심취. 30세에 요절한 천재.
5부 한국화란 무엇인가. 10.야수와 표현―서산西山 구본웅(具本雄, 1906-1953). 척추장애 꼽추화가. 〈친구의 초상〉, 캔버스에 유채, 65x53㎝, 1935년. 지독한 냉소를 위트와 아이러니로 표현했던 이상의 시적 우울까지 포착. 침울하고 파괴적인 그림은 화단의 독특한 개성. 세상에 대한 객관적 표현보다 자기 색채의 개성을 강조. 한국전쟁 중 1953년 2월 급성폐렴으로 47세에 하직했다.
11.향토적 서정주의―청정靑汀 이인성(李仁星, 1912-1950). 약관에 독자적 세계를 확립한 천재화가. 일제시대 최고의 영광과 혜택을 누린 화가. 〈창가〉, 종이에 수채, 69.5x88.5㎝, 1934년. 식민치하에서 향토성은 현실성을 결여한, 식민지의 모순을 은폐하고 일제의 정책에 순응하는 복고 취향의 애잔한 정서로 귀결. 1950년 11월 4일 한국전쟁중 치안대원과 사소한 시비 끝에 39세의 한창 나이에 비명횡사.
12. 비범한 기인―회산繪山 김종태(金鍾泰, 1906-1935). 선전 6회 연속 특선. 서양화가 최초 선전 추천화가. 7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홀로 세상의 풍파를 견딘 고아. 〈포즈〉, 캔버스에 유채, 89x80㎝, 1928년. 순간적인 대상의 포착과 과감한 조형, 단순한 구도와 강렬한 색채의 구사. 표현주의적 색채와 기법을 동양적인 기법으로 재해석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연출. 순수예술을 지양하고 생활과 사상을 예술적 감각으로 구현할 것을 주장. 1935년 8월 17일 평양에서 개인전 도중 장티푸스로 나이 29세에 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