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국경 없는 농장

대빈창 2026. 3. 17. 07:00

 

책이름 : 국경 없는 농장

지은이 : 하종오

펴낸곳 : 도서출판b

 

인력회사, 초과·야근수당 갈취, 철야작업 혹사, 강제출국, 외국인보호소, 불법체류자, 임금체불, 학대, 성폭행, 비닐하우스 숙소, 고용허가, 한국어능력시험, 노동착취, 업종이동 금지… 이주노동자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었다. 이 땅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사각지대에 놓였다. 그들의 삶은 각박하기 그지없었다. 1990년대 산업구조조정 이래 아류제국주의 한국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3D업종에서 힘겨운 노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2005년 이주노동조합을 결성했지만 10년 만에 간신히 합법화가 되었다.

나는 그동안 이주노동자에 대한 글로, 이주인권활동가 우춘희의 『깻잎 투쟁기』, 김재영의 소설집  『코끼리』를 잡았다. 『국경 없는 농장』은 하종오(河鍾五, 1954- ) 시인의 스물아홉번째 시집이었다. 『국경 없는 공장』(도서출판b, 2007)는 산업 현장의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고, 『국경 없는 농장』(2015)은 농촌에서의 이주노동자의 삶을 다루었다.

시집은 4부에 나뉘어 57편이 실렸다. 1부는 농업 이주노동자와 농업노동의 관계를 다루었고, 2부는 농업 이주노동자와 농촌생활의 관계를 살폈다. 3부는 농업 이주노동자와 농업 자체의 관계를 다루었고, 4부는 시인 ‘나’와 농업 이주노동자와의 관계를 다루었다. 부의 구성은 노동현장에서 생활현장으로, 생활공간에서 특정 이주노동자의 내면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졌다. 시인은 말했다. “한국시가 외면한 2010년대 중반의 농촌과 농업과 농업노동자를 내 시는 바라보고 있고 상상”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재현은 해설 「농업의 미래를 묻는 질문의 형식을 찾아서―2010년대 한국의 소기업농과 농촌 이주노동자」에서 말했다. “이 시대에 농촌에 대한 시를 쓴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낭만성에서 벗어나는 일, 그러한 감정들은 농촌의 현실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 요구에 맞춰 구성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며, 현실을 직시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134쪽)이다.

내가 상상한 것보다 이주노동자들의 삶은 훨씬 열악했다. 비닐하우스 숙소는 화장실이 없어 용변을 보고 호미로 흙을 덮었다. 농장 사장은 제 집안끼리 돌아가며 이주노동자들을 부려 먹었다. 근로기준법 제63조는 농림, 축산, 양잠, 수산 산업의 경우 근로시간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고용허가제는 한국어 능력시험 성적순에 따라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순으로 취업분야가 정해져 있었고, 업종 이동을 금지했다. 2014년 4월부터 결혼이민비자 발급기준이 강화되어 한국어 능력시험에서 일정점수 이상을 받거나, 현지 한국어 교육기관의 수업을 일정정도 수료해야 입국이 허용되었다. 마지막은 「비닐하우스 숙소의 모닥불」(70-71쪽)의 전문이다.

 

늙은 농장 사장이 비닐하우스 숙소에 / 프로판가스도 연결해 주지 않고 / 난로도 설치해 주지 않고 / 이빨 빠진 톱을 하나 놔두었다 //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먹고 자는 / 동남아 여자들은 번갈아서 / 산기슭에 쓰러져 있는 고사목을 베어와 / 땔감으로 썼다 / 춘하추동 모닥불을 피워서 / 끼니땐 냄비를 얹어 밥을 해먹었고 / 추울 땐 둘러앉아 몸을 녹였다 // 새벽에 일을 시작해서 밤에 마치고 / 비닐하우스 숙소에 들어온 동남아 여자들은 / 모닥불을 피워서 밥을 해먹고 몸을 녹이며 / 야근수당을 주지 않는 늙은 농장 사장에게 분개했다 // 그날 밤 비닐하우스 숙소에 불이 나 / 시신 여러 구가 발견되었을 때 / 동남아 여자들의 실화인지 방화인지 따졌을 뿐 / 늙은 농장 사장의 부실관리인지 수수방관인지 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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