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성서와 동성애
지은이 : 김진호
펴낸곳 : 오월의 봄
이 땅에서 ‘반동성애’를 외치는 가장 큰 스피커는 개신교 우파였다. 그들은 몇몇 성서 구절을 근거로 혐오주의를 정당화하고, ‘종교적 신념’으로 동성애를 악마화했다. '반동성애' 운동은 개신교 우파 목사들의 혐오주의적 성서 해석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들의 혐오주의적 설교는 집회나 시위에서 신자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끼쳤다.
민중신학자 김진호(金鎭虎, 1962- )는 성서의 구절들에 대해 문맥과 사회,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여 재해석했다. 성서 비평학에서 부르는 ‘역사적 해석’으로 텍스트들에 대한 정치사적 해석을 시도했다. 텍스트는 개신교 우파가 ‘반동성애’의 근거로 내세우는 〈사사기〉, 〈로마서〉, 〈레위기〉 몇 구절이었다. 『성서와 동성애』는 문자주의적 기독교 극우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성서 구절을 역사적 개연성을 좇아가며 정치사적으로 재해석한 비판서였다.
1부 “제발 이런 수치스런 일은 마시오”―집단 강간 사건의 소거된 목소리, 〈사사기〉19장 22-23절. 16장까지는 부족동맹 이스라엘 시대의 여러 사사士師 혹은 판관判官이라고 불린 영웅들shoftim에 관한 이야기, 17장부터 마지막 장까지는 영웅들과 아무런 관계없는 설화들. ‘기브아의 집단 강간사건’은 부족동맹의 질서와 비전이 와해되고 있는 시점에 일어난 사건. 권력분산을 유지하려는 세력의 통제력이 우세하던 시기에 레위인의 아내 윤간사건이 일어난 것. 가해자는 부족동맹 이스라엘의 지배이데올로기에 반감을 가진 베냐민 부족의 성읍 기브아 주민들. 이데올로기들이 저마다의 이상적 가치를 뽐내며 서로 치열하게 경합하던 시절, 어느 편에서도 도움받지 못하고 심지어 살해당한 몸마저도 명분으로 이용되었던 이야기.
2부 “사람들을 부끄러운 정욕에 내버려두셨소”―‘부끄러운 정욕의 진짜 의미’, 〈로마서〉1장 26-27절. 〈로마서〉는 바울의 친필로 로마의 그리스도파 공동체에 보낸 서신. 바울은 서기 30년대 후반부터 이스라엘 신앙의 한 분파로서 그리스도파 운동가로 공적 활동을 시작해 60년대 전반기에 사망한 인물. 당시 로마에 이주해 온 이스라엘계 이민자들은 주로 로마 서부 가장자리의 트라스테베레 지역에 모여 살았고 대대수는 빈곤계층. 바울이 권력자들을 비판한 이유는 노예나 빈민, 서민층의 남자나 여자들을 성적으로 농락하기 때문. 바울은 〈로마서〉에서 수신자들에게 로마 지배자들의 성폭행 문화를 비판.
3부 “남자가 남자와 동침하면 사형에 처하라”―‘여자와 여자’의 동침은 언급하지 않은 이유, 〈레위기〉 20장 13절. 특정한 사적인 성적 범죄를 극형에 처하라는 법적 주장은 정복국 바빌로니아에 강제유배되었던 귀환자 세력의 소유권 주장과 연관. 유대왕국은 기원전 586년경에 바빌로니아에 멸망, 폐허가 된 예루살렘으로의 귀환운동은 기원전 6세기 초부터 4세기 사이. 〈레위기〉는 헬레니즘 초기인 기원전 3세기 편찬 운동의 산물로 시작. 〈레위기〉 20장은 실정법이라기보다는 집권세력의 이데올로기적 홍보물. 〈레위기〉가 만들어진 헬레니즘 초기는 지중해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문화적 혼합이 전례없이 활발하던 때, 이 시기 그리스 문헌들에서 남성간 동성애가 가장 권장되는 성적 관계. 〈레위기〉 20장 13절이 겨누고 있는 실제 과녘은 ‘히에로스 가모스’ 예배. 제사장들이 신의 역할을 대행해 숭배자들과 만드는 ‘가상 결혼식’. 가상 결혼식의 하이라이트 성관계는 제사장과 숭배자로 남자와 남자. 구이스라엘 지역과 유대지방 곳곳에서 횡행하던 히에로스 가모스 예배를 타락한 우상숭배로 간주하고 예루살렘 성전의 예배만을 성결한 것으로 보는 순결주의 정치학.
더하는 글, 동성애 문제에서 퀴어 문제로―2016년 4·13총선과 반동성애 혐오동맹 출현의 종교정치학. 2016년 창당한 기독자유당은 여전히 ‘반공’을 강조하지만, ‘반동성애’라는 신상품에 과몰입한다는 점에서 보수정당의 새로운 지형을 개척. ‘탈이념시대의 증오’를 정치화한 극우정당의 탄생. 기독자유당의 정치적 의제 반동성애, 반이슬람, 반낙태 등의 극우적인 혐오주의 담론은 최초로 극우주의 지형에 폭넓게 공유. 반동애적 어젠다는 독자정당을 위한 전략적 요소, 동성애 혐오동맹은 전략적인 선택을 신앙으로 합리화하는 자기기만의 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