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목련 전차
지은이 : 손택수
펴낸곳 : 창비
『호랑이 발자국』(창비, 2003),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창비, 2014), 『나무의 수사학』(실천문학사, 2010)
『목련 전차』(창비, 2006)는 내가 잡은 시인의 네 권째 시집이었다. 시인 손택수(孫宅洙, 1970- )는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언덕 위의 붉은 집」 등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호랑이 발자국』이후 3년 만에 출간된 두 번째 시집이었다. '농경문화적 상상력과 동양적 사유가 어우러진 서정성' 짙은 시집이었다.
시인은 전남 담양 영산강 수원지 용소 부근에서 태어났다. 네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부산으로 이사 갔다. 예닐곱 살 때 가족과 헤어져 외조부모가 사시는 담양으로 혼자 귀향했다. 시인의 말에서 “아버지는 말했다. ‘시란 쓸모없는 짓이라고. 기왕 시작했으니 최선을 다해보라’고.
시집은 4부에 나뉘어 66편이 실렸다. 문학평론가 홍용희는 해설 「대지의 문법과 화엄의 견성」에서 “손택수의 재래적인 대지적 삶의 문법은 궁극적으로 삼라만상의 우주적 존재원리를 체득하고 구현하는 화엄의 노래로 귀착”(127쪽)된다고 말했다.
구례 화엄사 / 영산강변 할아버지 무덤 / 한전 부산지사 전차기지터 / 성프란시스코 수도회 / 명옥헌 배롱나무 / 에밀레종 / 가지산 석남사 / 부산 동물원 북극곰 / 신라 女根谷 / 장생포 우체국 / 가덕도 숭어잡이 / 남해도 어부림 / 자갈치 횟집촌 골목 / 오징어 먹물 글씨 / 뻘설게잡이 막대기 / 곰소항 젓갈 / 남해도 미조항
시편들을 읽어나가다 거칠게 긁적인 제재였다.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시 「강이 날아오른다」(10쪽)의 전문이다.
강이 휘어진다 乙, 乙, 乙 강이 휘어지는 아픔으로 등 굽은 아낙 하나 아기를 업고 밭을 맨다 // 호밋날 끝에 돌 부딪는 소리, 강이 들을 껴안는다 한 굽이 두 굽이 살이 패는 아픔으로 저문 들을 품는다 // 乙, 乙, 乙 물새떼가 강을 들어올린다 천마리 만마리 천리 만리 소쿠라지는 울음소리― // 까딱하면, 저 속으로 첨벙 뛰어들겠다
휘어지는 강과 물새떼와 아기를 업고 밭을 매는 아낙의 모습이 乙의 모양새였다. 시인은 물새떼가 날아오르는 것을 강을 들어 올리는 풍경으로 보았다. 타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시인은 시 속으로 뛰어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