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꿈의 도시 꾸리찌바
지은이 : 박용남
펴낸곳 : 녹색평론사
내가 손에 넣은 책은 2009년 펴낸 재개정증보판이다. 나는 책을 펼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동안 녹색평론사에서 출간된 책들과 달리 장정부터 고급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세상을 꿈꾸는 출판사답게 그동안 녹색평론사의 책들은 재생지를 사용했다. 당연히 누리끼리한 종이위에 활자만 빽빽하고, 그림과 사진은 조잡스런 흑백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책은 본문도 코팅된 고급스런 종이를 사용했고, 첨부된 사진도 총 컬러였다. 그것은 개정증보판을 내면서 사진을 흑백에서 컬러로 바꾸어 ‘꿈의 도시 꾸리찌바’의 내용을 독자에게 좀 더 실감나게 전달시킬려는 의도였다. 그동안 나는 격월간지 녹색평론에서 저자의 몇 편의 글들을 접할 수 있었다. 글의 내용은 지역화폐인 ‘한밭 레츠’와 꾸리찌바의 최근 소식들이었다.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 ‘희망의 도시’등 화려한 찬사가 침이 마를 정도인 꾸리찌바는 브라질의 대서양 연안 빠라나 주의 주도(州都)로 170여 만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다. KBS 1TV ‘환경스페셜’에도 소개된 생태도시 꾸리찌바는 290여종의 조류와 파충류가 살고 있는 숲이 도시의 균형 잡힌 생태계를 유지시킨다. 꾸리찌바의 1인당 녹지면적은 54㎡으로 세계보건기구 권고 수치의 4배, 서울의 10배 이상 되는 면적이다. 정말! 부러운 도시환경이다.
근대화의 필연적 산물인 도시는 메트로폴리스를 넘어 이제 메갈로폴리스로 확장되어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의 인구 과반수가 도시에 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뉴욕 시민들의 60% 이상이 도시 탈출을 꿈꾼다. 우리나라의 도시인은 전체 인구의 90%를 넘어섰다. 급격한 인구팽창에 따른 교통체증, 주거 공간 부족, 환경오염(수질, 대기, 토지 등), 슬럼화에 따른 범죄, 에너지 공급 등 대도시 문제를 해결하려 중앙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인 비효율성 문제에 봉착한 것이 현재 도시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그런데 지하철 하나 없는 꾸리찌바의 시민들 99%가 다른 곳에서 살지 않겠다고 한다. 이 도시는 버스 중심의 교통운영 체계로 버스전용차로 제도를 벌써 30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었다. 쓰레기 처리 문제는 빈민구제 사업과 병행하여 쓰레기를 구매하여 식료품 등으로 환불해주는 제도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이에 어민들도 적극적으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자, 어획량이 느는 효과를 가져와 해양 정화에 스스로 발 벗고 나서게 되었다. 꾸리찌바 시에도 빈민가인 파벨라가 존재한다. 그런데 저소득층 지역에 ‘지혜의 등대’를 세워 문화적 혜택을 골고루 나눠주고 있다. 그렇다고 꾸리찌바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브라질의 GDP는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자이메 레르네르(전 꾸리찌바 시장, 현 빠라나 주지사)의 철학에 크게 빚진다. 꾸리찌바의 도시관리 철학이나 행정원칙은 조세 기반, 정치적 압력, 개발업자의 계획에 기초하지 않는다. 따라서 엄청난 투자재원이 소요되는 지하철, 경전철, 자기부상열차 등의 건설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하천변 식생대를 고속도로, 하상도로, 주차장 등으로 무분별하게 훼손하고, 하천을 직강화하고, 강변을 시멘트로 뒤덮는 사업(한강 르네상스, 4대강)을 24시간 밀어 붙이면서 녹색성장이라고 국민을 기만하지 않는다. 이 땅의 정권을 장악한 신자유주의자들은 GDP가 3만불 이상 되도록 파이를 키워야 복지를 시행할 수 있다고 운운하며 복지 포퓰리즘을 내세워 아이들 무상급식을 무효화하려 기를 쓴다. 그리고 천박한 토건 중심의 개발지상주의는 용산 참사를 불러왔다. 무분별한 개발이 발붙이지 못하는 꾸리찌바는 오래 전부터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모토아래 복지를 시행하고 있다. 이 땅의 반 밖에 안되는 GDP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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