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여기에 사는 즐거움
지은이 : 야마오 산세이
옮긴이 : 이반
펴낸곳 : 도솔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은 스님이 생전에 손 가까이 두었던 책들 50여권이 목차를 차지한다. 나는 여적 '사랑한 책들'을 잡지도 못 했으면서 50여권의 책들 중 나의 책장에 없는 5권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이 책을 두 번 째로 잡았다. 옮긴이는 ’이반‘으로 본명은 최성현이다. 2002년에 초판이 발간된 책의 앞날개에 강원도에 살면서 틈나는 대로 좋아하는 산을 찾는다고 짧게 이력을 실었다. 이후 옮긴이는 저자의 삶처럼 천등산 박달재에 뿌리를 내리고 산골 생활을 하면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짖고 있다. 지은이 ’야마오 산세이‘가 일본의 작은 섬 야쿠에서 ’여기에 사는 즐거움‘을 누렸다면, 옮긴이 최성현은 천등산 박달재 산 속에서 또한 그러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7,200년 묵은 조몬 삼나무를 찾아가 위안을 받는다. 비파, 매실, 산앵두, 야생나무 딸기, 수유나무 열매와 우수절기의 백목련, 제비꽃, 나무딸기, 털머위, 쑥을 채취하면서 석기시대 문명의 풍요로움을 만끽한다. 텃밭을 망치는 야생사슴을 막으려 쓸모없는 어망으로 울타리를 두른다. 바닷가에서 이소몬 조개, 거북손을 채취하고, 냇가에서 뱀장어를 잡는다. 아침에 일어나 나팔꽃 수를 세고, 아웃도어 라이프란 모든 생물들의 집을 방문하는 것으로 배려가 우선이다. 산과 바다에서 땔감을 구하는 작은 즐거움에 만족하고, 자연농법으로 토란을 가꾸며, 어부의 숲’을 조성한다. 1,400년 전 융기한 바닷가 바위에 대한 상념과 사후 영혼이 거처할 곳으로 거문고자리 직녀성과 오리온자리 세별을 꼽는다. 들풀 베니바나보로키구를 야채로 섭취하고, 야쿠 섬의 ‘태풍의 계절’을 이겨낸다. 2,000년된 ‘뱀 문양 삼나무’가 태풍에 뿌리 채 뽑혀지고, 정월 초 야쿠 섬의 풍속인 계곡물 정화수 뜨기와 공동 떡치기에 참가한다. 기와, 평목을 벗겨내는 헌집 해체와 끌과 망치로 목재를 직접 다루어 새집을 들인다. 이 책은 저자의 섬 생활을 그린 21개의 에세이로 이루어졌다. ‘바다에서 열흘, 산에서 열흘, 밭에서 열흘’이라는 말이 있듯이 ‘여기에 사는 즐거움’에는 저자의 섬의 자연생활이 그려졌다.
저자 야마오 산세이(1938 ~ 2001)은 20대부터 ‘부족’ 공동체를 꾸리고,‘프리박스‘, 카페 ‘소라고둥’, ‘호빗토 마을’ 등 자연과 하나 되는 대안적 삶을 제시했다. 그리고 77년 일본의 남쪽 작은 섬 ‘야쿠’에 가족과 함께 정착해 2001년 8월 세상을 떠났다. 시인, 농부, 구도자로서의 25년 섬 생활이 이 한권의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스며들었다. 인류의 문명사란 오랜 시간에 걸쳐 인류를 자연에서 억지로 떼어 놓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도시문명을 일군 인류는 오히려 불행해졌다는 자연철학의 야마오 산세이는 작은 섬 야쿠에 살면서 ‘이대로 충분하다.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만족했다. 야마오 산세이는 현대문명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신애니미즘’사상을 주창했는데, 핵심 개념인 ‘가미’를 이해해야 올바로 접근할 수 있다. 가미란 ‘선한 것으로 나타나고, 아름다운 것으로 나타나고, 사랑스러운 것, 고요한 것, 영원한 것, 진실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모두 신의 숨결이다. 그러나 교회나 사원 안에 있는 신과 구별하기 위해 삼라만상으로서 나타나는 오래되고도 새로운 신’을 표현한다.
섬 생활이란 어디나 비슷한 거 같다. 저자의 야쿠 섬이나, 나의 서해 작은 섬 주문도나. 나는 주일에 한번 800년 된 은행나무를 찾고, 산딸기, 밤, 개복숭아, 머위, 취나물을 채취한다. 다행히 창고 한 칸을 차지한 진순이(만 한 살이 된 진돗개 트기)가 고라니의 텃밭 훼손을 막아 헌그물로 울타리를 두르는 노고를 감해 주었다. 가끔 바다에 나가 소라나 고둥, 민꽃게를 잡고, 요즘은 망둥어가 한창일 때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의 섬 생활의 즐거움은 아침은 봉구산 숲으로, 저녁으로 대빈창 해변을 한 바퀴 도는 산책하는 여유로움이다. 저자의 ‘가미’ 가 나에게는 ‘영성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나의 섬 생활은 6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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