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녹색평론 통권 121호
지은이 : 녹색평론 편집부
펴낸곳 : 녹색평론사
표지 사진은 최 근간 10권의 녹색평론이 쌓여 있고, 주위를 기존 발간된 책들이 둥그렇게 에워싸고 있다. 정확히 세워보지 않았지만 110권이 되어야 모든 ‘녹색평론’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2011년 11 - 12월호인 통권 121호로서 녹색평론이 어언 20살 청년으로 성장했다. 현재 발행부수는 1만부로 정기구독자가 7천명이다. 격월간지 녹색평론은 1991년 11- 12월호가 통권 1호가 된다. 90년대 초반, 이 땅의 진보세력은 카오스의 시기였다. 소비에트 연합이 무너지고, 동유럽이 붕괴되었다. 나는 그때 푸른 작업복과 신발 코에 쇠가 박힌 단화를 신은 안산공단의 화공약품 공장노동자였다. 문래동 마찌꼬바의 쇠를 깍는 선반 견습공을 거쳐, 대형건설업체의 직업훈련원에서 중장비를 배우다, 다리가 부러져 90년대 중반 시골로 낙향했다. 그리고 6년 전 외딴섬에 들어왔다. 녹색평론은 통권 100호부터 정기구독하다, 한발 더 나아가 후원회원이 되었다. 공짜로 얻은 98, 99호로 내 책장에는 4년치 24권의 녹색평론이 책장 한 칸을 차지했다. 김종철 발행인 겸 편집인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평론에도 20년 동안 작은 변화가 있었다. 영남대 교수였던 발행인은 대구 범어동에서 책을 펴냈는데, 3년전 서울 사직동으로 이사했다. 당연히 발행인은 교수직을 내 놓았다. 그 과정은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나는 올해가 지천명이다. 갑작스런 일이 닥치지 않는 한 나는 20여년을 더 살 것이다. 그러면 나의 책장의 녹색평론은 5칸으로 늘어날 것이다. 뒤늦게 녹색평론을 정기구독했지만, 삶을 떠나는 날까지 녹색평론을 정기구독하고 후원할 것이다. 발행인은 창간호에서 이렇게 물었다.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지금부터 20년이나 30년쯤 후에 이 세상에 살아남아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라고. 민중 시인 브레히트의 말처럼 ‘자신이 앉아있는 나뭇가지를 베고 있는’산업문명에 중독된 어리석은 인간의 행동은 나아지기는커녕 파멸을 향해 브레이크 고장 난 열차처럼, 성난 코뿔소처럼 달려가고 있다.
코팅도 안된 재생지로 밋밋한 표지의 녹색평론은 폼(?)이 안 난다. 하지만 나는 한·미 FTA, 4대강 콘크리트 직강화, 사이버-카지노 자본주의의 금융위기, 그리고 요즘 후쿠시마 피폭 사태를 녹색평론을 통해서 받아들이고, 세상과 소통한다. 3. 11 일본 후쿠시마 원전 피폭이후 녹색평론은 이 주제를 여적 꽉 물고 놓지 않은 채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치고 있다. 얼마전부터 책등에 주요 이슈를 적는데, ‘원자력과 민주주의’, ‘방사능과 상상력’ 등이다. 플루토늄 폐기물은 78만9천년이 지나야 소멸한다. 그런데 인간은 10만년뒤 핵폐기물 저장소를 인지할 수 있는 기호나 언어를 개발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핵발전을 주장하는 원전업계의 뒷돈을 챙기는 정치인들, 대규모 토건 사업으로 한몫 챙기는 건설업자들, 연구비 등 떡고물에 군침을 흘리는 학계, 큰돈이 흐르는 은행, 광고비에 홀린 언론'과 돈이라는 실용을 위해 인간의 윤리까지 폐기처분한 정권까지 똘똘 뭉친 조국이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녹색평론을 통해 배웠다. 과학자들은 지구환경에서 9가지 넘을 수 없는 한계를 규정했다. 그것은 ‘기후변화, 해양산성화,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 질소 순환, 인 순환, 지구 규모의 담수 사용, 토지 체계 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대기의 에어로졸 방출, 화학적 오염(243쪽)’을 말한다. 그런데 인류의 부하로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의 감소, 질소 순환의 변화는 임계점을 벌써 넘어섰다. 여기서 ‘생태적·사회적 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자립적 순환경제에 기반한 공생공락의 삶을 재건하는 것’이라고 녹색평론은 말한다. 당연하다. 나는 삶이 다할 때까지 녹색평론을 옆에 두고, 자급공동체가 살아있는 외딴섬과 함께 할 것이다. 광고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매체인 녹색평론을 닮은 꿋꿋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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