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나오면서 안내실에 들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출간한 단원 김홍도 도록을 사들고, 유물 목록을 물으니 내년에 발간될 예정이란다. 성지에서 북쪽 끝 제일 높은 곳에 자리잡은 북장대에 오르니 노인 여남은 분이 한가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누마루에 서니 눈아래에 진주시내 전경이 내려다 보였다. 북장대에서 입구를 향해 성벽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진주중앙로터리클럽에서 창립 5주년 기념으로 ’96년 5월에 설치한 능소화 터널을 지나게 되어 있다. 엄지손가락 굵기만한 줄기가 연주황색 꽃을 달고 아치형 터널을 기어 오른다. 내년이면 소담스런 꽃송이들이 터널 하늘을 뒤덮어 그늘을 드리울 것이다.
진주성지앞 대로에서 오른쪽으로 몇걸음 가다보면 일반 빌딩건물 2층에 태정민속박물관이 있다. 태정(苔井) 김창문 관장이 일생을 받쳐 수집한 가구장식 3천여종에 20만점, 자물쇠 180여종에 2천점, 바가지 1천여점, 생활민속품 100여점이 실내가 비좁게 가득 전시되었다. 그가 가구장식을 본격적으로 수집하게 된 계기는 어느날 엿장수 리어카 장수한테 가구장식 한벌을 200원에 구입하면서 그 소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부터였다. 앞서가던 중년여인이 우스개 소리로 “이것팔면 꽤 돈이 되겠는데요”하자. 관장님 왈 “절 중이 고기맛을 보면 빈대 한마리 안 남듯이, 돈맛을 들이면 이 물건이 붙어있을 리가 없지요” 이끼태, 샘정의 아호를 가진 이다운 답변이었다. 70년 일본에서 인간국보로 인정받은 목공예가 구로다 다쓰아끼의 작품은 조선적 목공예의 전통적 기술을 구사하고 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데도 “이상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갖춘 즉, 순박하고 건강한 실용미의 조선의 미를 제작 이념으로 삼은 그는 『조선의 목공예품』에서 이렇게 말했다. - 오늘날 정창원에 전해지는 황실 소장품 가운데 제1급의 세계적 명품이라 칭하는 적칠문관목상자는 누가 보더라도 반도양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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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행선 열차에 앉아 있다. 매년 여름휴가때면 떠나는 답사 여정이지만 장거리는 항상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한다. 기차바퀴가 레일위를 달리면서 흔들거리는 리듬과 창밖 우리나라 산하의 부드러운 굴곡이 기묘하게 어울려 시선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그 느낌 때문이다. 레일이 반원으로 휘어지면서 철마 앞머리가 저만치 보였다. 이번 여정은 지리산 자락을 따라 가면서 전라도와 경상도를 넘나 들었다. 지역문화와 민족문화라는 개념을 떠 올리면서 나는 우리나라 고고학의 태두 고 김원룡교수의 글모음집인 “한국미의 탐구”에서 메모노트에 옮겨적은 글을 펴 들었다.
- 민족문화란 생활환경으로서 지역적·지리적 조건을 전제로 하여 민족의 생활방법으로 발전되어 온 문화를 말하는 것이며, 지역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역은 뒤로 물러서고 주인인 민족이 전면에 나서는 문화라고 하겠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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