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메고 길나서다

내포(內浦)를 아시는가 - 1

대빈창 2013. 2. 4. 07:00

 

여행은 불편과 고생을 잃어버리기 않기 위해서 떠도는 움직임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잃지 않음이다. 여행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기억하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밖으로 나와야 한다. 여행은 안에서 바깥으로 나와 오래된 미래로 향하는 출발이며,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치열한 반성이다. - 안치운, 「옛길」, 학고재, 1999년, 15쪽 -

 그는 어김없이 길을 떠났다. 답사길에 오르는 그는 묘한 감흥에 휩싸였다. 여행을 즐겨하던 그가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고, 처음 답사라는 형식으로 길을 떠난 그곳 충남지역. 그때 그는 예산의 덕숭산 수덕사와 추사고택. 서산의 개심사, 해미읍성 그리고 청양의 칠갑산을 등반하고 하산길에 장곡사를 들렀다. 그동안 그의 발길은 서산의 ‘백제의 미소’ 마애삼존불, 태안의 안면도 송림(松林)과 이름처럼 예쁜 꽃지 해수욕장, 무학대사의 전설이 어린 간월도. 계룡산의 삼불봉에서 천황봉 능선을 타면서 동학사와 오누이탑. 부여의 부소산성과 정림사지, 국립부여박물관에 닿았다.

그는 이번 답사여정에 욕심을 내었다. 충남지역에서 아직 그의 발걸음이 미치지 못한 유형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찾고 싶었다. 호두로 유명한 천안의 광덕사. 공주가 자랑하는 춘마곡(春麻谷)과 추갑사(秋甲寺), 금강 물속에 드리운 마티산 암벽의 절경 금강창벽. 최치원의 4대비문중 하나인 낭혜화상백월보상탑비가 있는 보령의 성주사지. 아산에 있는 조선의 청백리 맹사성의 옛집 맹씨행단. 논산의 개태사와 관촉사 그리고 윤증고택. 금산의 절경으로 암벽이 붉은 빛을 띠어 이름을 얻은 적벽강을 머리속에 그렸다. 길은 멀고 시간은 없었다. 그는 여정에 필요한 옷가지와 메모노트, 카메라를 챙겨 중고지프에 몸을 실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경기 평택과 충남 아산을 연결하는 아산방조제로 접어들었다. 농업용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건설된 총연장 2,564m, 높이 8.5m, 폭 12m의 방조제로 거대한 인공 담수호인 아산호가 형성되었다. 나그네에게 좌우 모두 드넓은 물천지는 어느쪽이 바다와 담수호인 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아산 인주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충남의 들쭉날쭉한 리아스식 해안선은 굴곡이 심해 내륙으로 깊숙히 들어온 바다 물길을 막은 방조제가 많다. 삽교방조제는 청양 백월산에서 발원하여 예당저수지를 만들고, 무한천으로 흐르다가 예산과 당진 사이의 삽교호를 형성하고 바다로 흘러드는 삽교천을 막은 방조제이다. 아산시 문방과 당진 신평을 잇는 3,360m의 길이, 담수량은 8,400만톤으로 이 일대가 국민관광지로 조성되었다. 열어놓은 차창으로 시원한 바다바람이 밀려 들어왔다. 하지만 나그네의 눈가에 깊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1979년 10월 26일 권력자는 헬리곱터를 타고 삽교천방조제 준공식에 참석했다. 그날 저녁 부하의 총탄에 비명횡사한 권력자의 마지막 연설이었다.(계속)

 

p.s 청담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내포(內浦)를 가야산 일대에 자리한 열 개 고을을 가리켰다. 충남도는 내포 신도시에 신청사를 마련했다. 위 글의 이미지는 구글에서 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