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대한민국 史 - 1(단군에서 김두한까지)
지은이 : 한홍구
펴낸곳 : 한겨레출판
‘한홍구의 역사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초판이 2003년에 발간되었다. 주간지 ‘한겨레 21’에 연재되었던 글을 책으로 펴냈다. 그런데 나는 2008년에 이 책들을 구입했다. 왜 하필 이때 책을 구입했을까. 그렇다. MB정권이 들어서면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30년 전 군홧발정권 시절로 되돌리자, 얼씨구나! 국방부가 이 책을 23선 불온서적의 금서목록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자칭 진보주의자인 나는 애써 이 땅의 근·현대사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케이스에 담긴 4권의 책을 나는 재수 좋게 반값 할인된 가격에 온라인 서적에서 구입했다. 욕심만 앞서는 나의 게으름에 이 책도 책장 한 칸을 차지하고 하염없이 손길만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저자가 현대사를 다룬 ‘특강’과 ‘지금 이 순간의 역사’를 먼저 잡았다. 19대 총선 후 나는 맥이 빠져 식음을 전폐하고 술에 젖어 살았다. MB정권 심판이 물 건너 간 것이다. 마음을 다잡고 케이스에서 먼저 1권을 빼 들었다. 이 책은 모두 5부 26절로 구성되었다.
‘우리는 보수다. 우리를 수구(守舊)로 매도하지 말라!“ 빨치산 아버지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가시밭길이 되었다고, 이 땅 우파의 나팔수가 된 한 대중작가의 절규다. 그런데 이 땅에 보수가 있을까. 일제 시 임시정부는 독립운동 진영의 이념적 스펙트럼 중 가장 오른쪽의 보수 세력이었다. 하지만 조선총독부, 미군정, 남한단독정부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정부는 임시정부 법통도 계승하지 못한 친일파가 정권을 잡았다. 그러기에 민족해방운동에 헌신했던 수많은 집단의 역사적 의미를 부인할 수밖에 없다. 임시정부는 중국 땅에서 전적으로 중국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광복군을 조직하여 중국 쪽에 넘어간 작전지휘권을 끈질긴 노력으로 되찾았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객군‘인 미군에게 부담스럽다는 작전지휘권을 계속 가져달라고 안달복달이다. 도대체 이게 주권이 있는 독립국가인가. 일제에 부역하던 인물들이 해방 후에도 정권을 장악하고 민족해방운동세력을 학살한 나라에서 모든 역사가 본말이 전도될 수밖에 없다. ’친일파 박정희의 기념관을 짖지 못해 안달하는 나라, 제국주의의 베트남 침략전쟁에 동원되어 민간이 학살의 과오를 범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나라, 친일파 행위를 비롯하여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하나도 가르치지 않는 나라, 과연 우리가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우경화에 제대로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일까? 일본의 우익들이 비웃을 일이다.(109쪽)‘
‘시대의 모순을 향해 서슬 푸르게 깨어 있는 지식인의 정신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때이다’ 신영복 교수가 강화 양도 하일리의 영재 이건창의 묘소를 찾았다. 이건창. 우리는 그에게 전통적 보수주의자의 원형을 읽는다. 이건창은 동학교도의 난을 일으킨 자들을 짐승 사냥하듯 소탕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농민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하고, 난에 이르게 한 학정을 더 매섭게 비판했다. 그는 20대 암행어사로서 부패한 관찰사를 2명이나 파직시킨 강골이었다. 이건창의 할아버지 이시원은 병인양요 때 양잿물을 마시고 자살했다. 개화파에 협력을 거부한 것은 그들의 부박함과 뿌리 없는 태도에 대한 견딜 수 없음이었다. ‘시대와의 불화’로 1898년 47살의 한창 나이로 이건창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형제와 동지들은 만주 망명 길에 올라 송장이 되어 고국에 돌아왔다. 시대의 질곡에 맞서 장엄한 최후를 맞은 이 땅 보수주의자들의 삶은 가슴저미는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뭐! 쥐새끼처럼 일제와 미군정에 빌붙어 구차한 목숨을 구걸한 친일파들이 권력을 잡고 그 후예들이 ‘수구가 아닌 보수’라고 우기는 이 땅의 삶은 정말! 쪽팔린다. 이 땅의 진보주의자는 그 뿌리가 모두 보수다. 그것은 민족분단의 특수상황에서 보수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보니 다다를 수밖에 없는 길이었다. 그럼 대한민국의 진보진영 큰 어른들의 젊은 날 발자취를 살펴보자. 장준하는 극우민족단체 민족청년단 간부, 함석헌은 신의주반공의거의 배후로 월남한 사상가, 문익환은 미군 통역장교, 계훈제는 우익 반탁진영의 행동대장, 김수영은 반공포로, 리영희는 국군 장교였다. 그런데 이 땅에서는 '빨갱이'란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