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다

대빈창 2012. 5. 2. 02:47

 

'소가 물마시듯 마시는 사람들은 목구멍에다 탁 털어놓고, 얼굴빛이 홍당무처럼 붉고 구토를 해대고 잠에 곯아 떨어져 버린다. 술 마시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병에 걸리기만 하면 폭사한다.' 다산은 둘째아들 학연에게 당부했습니다. '입에서 딱 끊고 마시지 말도록 하라' 2010년 5월 29일에 ‘다산문학선집’을 읽고, 저는 금주에 도전합니다. 2011년 1월 1일 새해 다짐으로 저는 금주를 결심합니다. 야매댄서님은 섣부른 저의 다짐을 댓글에서 이렇게 충고했습니다. 금주가 아닌 절주를 새해소망으로 하시질 그랬냐고. 그만큼 술꾼들은 아무리 모진 마음을 먹어도 천형처럼 떨칠 수가 없나 봅니다. 저의 두 번의 금주는 실패 했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결심입니다. 제 방에 걸린 이철수의 판화달력 문구는 ‘禁酒, 메이데이부터 전태일 열사 기념일까지’입니다. 저는 남들보다 일찍 고교시절에 술을 입에 대었습니다. 어릴 적 또래끼리 남몰래 막 배운 술이라, 나쁜 버릇이 골수에까지 미쳤습니다. 공장노동자 시절, 활동가의 책무에서 오는 긴장과 경제적 사정으로 술을 멀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섬에 들어오고 나이가 들면서 술을 가까이 하자, 나쁜 옛날 버릇이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알콜성 치매’라고 부르는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빈번해졌습니다. 풀무질 책방의 일꾼 은종복은 술을 끊고, 시민단체를 후원합니다. 보일러 공 시인 이면우는 늦게 본 아들을 위해 술을 끊은 지가 20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마음을 다잡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결심을 달력에 새겼습니다. 국제노동절인 메이데이는 올해 122회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지 42년이 됩니다. 저는 3년 전 금연을 결심하면서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그래 5월 1일부터 11월 13일까지만 버텨 보자고. 의지가 약하고 막내기질이 강한 저의 나약한 정신을 일깨우는 ‘의지 강화’의 일환입니다. 금연은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금주는 4월 14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대 총선 후, 낙심한 저는 덕유산자락 후배를 찾아 갔습니다. 2박3일 동안 저는 식음을 전폐하고, 술만 처먹었습니다. 알콜의존증이 역력한 제게 후배는 몹시 실망했습니다. 저는 산중 후배의 오두막에서 추방(?) 당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후배에게 전화를 걸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내년 이때 쯤 금주에 성공하고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그리고 네 곳 시민단체에 CMS로 후원을 신청했습니다. 당연히 전태일재단도 포함 됐습니다. 금연이후 후원하기 시작한 시민단체가 이제 열손가락을 채우게 되었습니다. 금주에 성공해야 지속적으로 후원할 수 있습니다. 근 열흘간 전태일 평전을 천천히 읽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책으로 전태일 열사를 세 번째 만났습니다. 전태일 열사 - 1970. 11. 13 / 조영래 변호사 - 1990. 12. 12. / 이소선 어머니 - 2011. 9. 3. 이 땅 노동자들의 억압, 착취, 굴종, 체념, 무기력을 불태우는 쏘시개인 ‘전태일 평전’을 오늘 날 있게 한 세 분 모두 경기 마석 모란공원에 잠들어 계십니다. 다녀와야겠습니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