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 - 새만금

대빈창 2012. 4. 16. 05:38

 

 

 

 

제 블로그를 찾는 분들은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칭 ‘얼치기 생태주의자’가 새만금을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라고 명명하다니. 혀를 끌끌 차신 분들도 계셨을 것입니다. 저는 위 이미지를 처음 보았을 때 피라미드 모형물인줄 알았습니다. 부안에서 접근하는 방조제 초입으로 여겨집니다. 역시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의 첫머리답게 산 하나를 작살냈습니다. 산 정상까지 바리깡으로 밀어붙이고 거대한 계단을 축조했습니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아니 뻔뻔스럽게 큼지막한 구호로 관광버스를 타고 온 탐방객들에게 자기자랑(?)을 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이 땅 산들의 처참한 몰골을 미리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 거대한 인공 담수호를 메우려면 주위 산들이 전부 뭉텅이로 잘려 나가야만 할 것 같습니다.

새만금방조제는 2003년 6월 방조제 끝막이 공사가 완료되면서 20년의 대역사 공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총연장 33.9㎢로서 세계 최장 방조제로서 기네스북에 오를만 하다고 합니다. 새만금사업단을 찾으니 비전과 전략목표가 화려한 청사진으로 눈을 현혹합니다. 글로벌 명품 ‘새만금’은 경쟁력을 갖춘 첨단기술 및 고품질 수출농업을 육성하고, 청정한 물과 자연, 사람이 어우러진 베니스, 암스테르담처럼 풍요와 품격을 갖춘 친환경적 복합도시로 조성하고, 미래형 신산업의 핵심적 생산지지로 육성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그렸습니다. 아예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온갖 미사여구는 죄다 붙였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상쾡이가 집단폐사 했습니다. 제가 사는 주문도에서 ‘시억지’라고 하는 상쾡이는 몸길이 1 ~ 2m의 소형 돌고래입니다.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우리나라 동서해안을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바다포유류 130여 마리가 작년 초 새만금 방조제 안쪽 바다에서 집단폐사 했습니다. 막힌 바다의 생명체들이 죽어나가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이치입니다. 새만금에서 벌어진 생명체의 떼죽음은 부안에서 서울까지 65일동안 진행된 3보1배(三步一拜)를 떠올렸습니다.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 등이 중심이 되어 벌인 새만금 생명 살리기 운동이었습니다.

저는 새만금방조제를 세 번 가 보았습니다. 방조제가 완공된 후 세 번이면 자주 가 본 축의 한 사람입니다. 바쁜 모내기철이 지난 한가한 7월 중순 쯤 섬 주민들은 망중한으로 2박3일 관광을 떠납니다. 섬은 행안부로부터 생태마을로 지정되어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전국의 선진 생태마을을 벤치마킹하는 일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서해안을 경유하면 일행은 여지없이 새만금을 들러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저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생태마을로 섬을 살려야 할 주인공들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현장을 방문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경제성장’이라는 물신주의에 영혼이 잠식당할 수밖에 없었던 가련한 이 땅의 민중들의 보편적인 사고입니다. 이 땅에서 경제성장율은 GDP(1인당 국내총생산)의 증가율을 의미합니다. 그러기에 새만금에서 4대강까지 하루도 포클레인 삽날이 멈추지 않는 토건국가 대한민국은 갯벌을 막고, 강을 파헤치는 공사를 보며 환호합니다.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행복을 추구하기 보다 토건·개발의 미학에 빠져든 중독자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