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갈매기가 날씨를 예보하다

대빈창 2012. 5. 7. 04:34

 

 

 

청개구리가 울면 비가 온다.

달팽이가 길 위에 나와 있으면 비가 온다.

제비나 잠자리가 땅위를 낮게 날면 비가 온다.

물고기가 물 위로 입을 내놓고 숨을 쉬면 비가 온다.

개미가 줄을 지어 지나가면 비가 온다.

두더지들이 한꺼번에 땅을 파면 비가 온다.

두꺼비가 떼 지어 나타나면 비가 온다.

지렁이가 땅위로 올라오면 비가 온다.

오리가 수면에서 날개를 쉬지 않고 퍼덕이며 자맥질을 하면 틀림없이 비가 온다.

 

우리 선조들은 동물들의 이상행동을 지켜보면서 날씨의 변화를 예측하고, 농사를 지어 왔습니다. 동물들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감각으로 자연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여 재앙을 피합니다. 무시무시한 대지진이 터지기 전 동물들은 미리 진앙지를 벗어나 목숨을 구했고, 세상의 종말을 암시하는 듯한 거대한 쓰나미도 동물들은 피해갔습니다. 2004년 인도네시아, 2011년 일본 쓰나미의 가공할 위력을 동물들은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으로 가볍게 뛰어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상기후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동물들의 일기예보도 많이 빗나갈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제 동물들의 선지적인 이상행동은 생태계 파괴가 불러 온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을 암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문도 저수지는 25년 전에 축조되었습니다. 넓이가 만평이고, 깊이가 25m 정도로 깊습니다. 저수지 물은 농업용수로 쓰입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주문도 섬 주민들은 비가 올 것을 위 이미지의 현상을 보고 예측합니다. ‘갈매기가 떼지어 저수지에서 자맥질을 하면 틀림없이 비가 온다.’ 그렇습니다. 위 이미지의 새들은 놀랍게도 갈매기입니다. 갈매기가 바다가 아닌 저수지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습니다.

20여 년 전 어느 무더운 초 여름날. 일군의 갈매기들이 저수지 위를 날아 바다로 향했습니다. 갈매기들은 이 시기가 되면 먹이사냥을 위한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물량장에서 그물을 손질하며 어부들이 내버리는 잡어를 공짜로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잡어를 실컷 포식한 갈매기 일행은 그들의 아지트로 되돌아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보이지 않던 커다란 물웅덩이가 눈 아래 내려다보였습니다. 그때 배가 터지도록 욕심을 부려 자기 몸뚱이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언제나 모든 일을 어겨다하는 갈매기 ‘꼴통’이 하강비행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녀석은 정말! 겁 없는 갈매기였습니다. 1km만 더 날면 우리 동네인데도 그것을 참지 못하고 녀석이 물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날 저녁 녀석의 무용담에 일행은 귀에 딱지가 앉았을 정도였습니다. 하나둘 녀석을 따르는 갈매기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찐득거리는 짠물보다 담백한 단물의 자맥질이 훨씬 시원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