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들이대자 진순이가 의젓하게 포즈를 취했습니다. 진순이는 이제 만 한 살이 되었습니다. 작년 5월 태어난 지 한 달된 진순이의 어린 모습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어릴 때는 온몸이 흰털로 뒤덮였던 진순이가 자라면서 두 귀와 잔등 그리고 꼬리털이 누렇게 변했습니다. 아궁이가 있는 봉당에서 지내던 진순이가 커가자 창고 한 칸에 집을 마련했습니다. 언제인가 소개했듯 저희 집은 산자락에 자리잡아 경사면을 깍아 창고를 앉히고 그 위에 집을 지어 멀리서 보면 이층집처럼 보입니다. 창고 앞은 텃밭으로 어머니의 놀이터 겸 일터이기도 합니다. 창고는 세 칸입니다. 정면에서 보아 가장 큰 중간 칸은 잡동사니 창고로 쓰이고, 중간 크기의 우측 칸은 농기구, 비료, 농약, 종자를 보관합니다. 가장 작은 좌측 칸이 진순이의 집입니다. 쓸모없이 방치됐던 플라스틱 개집을 얻어와 창고에 들여 놓았습니다. 어느 바람이 몹시 부는 밤에 창고 문짝이 떨어져나갔습니다. 개의 후각은 예민합니다. 먼저 주인 진돌이의 체취 때문인지 한겨울에도 개집에 들어가지 않고 진순이는 창고 바닥이 빙판인데도 그냥 밤을 보냅니다. 비가 들이치거나 돌풍이 들이닥치거나 바닥이 얼음장이거나 눈발이 쏟아져 들어와도 진순이는 절대 개집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냥 개집 앞 시멘트 바닥에서 웅크리고 앉아 잠을 청합니다.
진순이는 힘이 장사입니다. 고양이나 산비둘기, 닭, 까마귀, 심지어 참새가 눈에 뜨여도 무섭게 짖어대고 온 몸을 비틀며 사나운 몸짖을 보입니다. 자라면서 끊어진 목줄만 해도 부지기수입니다. 보기에도 목줄이 아주 튼튼합니다. 만약 저 목줄이 끌러지기라도 하면 동네 닭들은 줄초상이 납니다. 그렇지 않아도 몇 달 전 앞집 닭 두 마리를 작살내어 어머니가 단도리를 단단히 하셨습니다. 주문도에 터를 잡고 가족이 된 개 중에 진순이가 세 번째인데 가장 영리합니다. “진순이는 사람 말귀를 잘 알아듣네.” 어머니가 진순이의 영리함을 칭찬합니다. 한겨울 삭풍에도 개집에 들지 않고 얼음판 위에서 밤을 새는 진순이가 불쌍해 어머니는 라면박스를 빙판위에 깔아주었습니다. 영리한 진순이는 깔판을 그대로 둡니다. 밥과 사료를 허술하지 짝이 없는 쌀라면 얇은 플라스틱 그릇에 주어도 불평 없이 싹싹 핥아 먹습니다. 아마! 다른 개들 같으면 발기발기 그 자리에서 찢어버렸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방안에서 책을 보고 있어도 어머니가 언덕아래 아랫집 할머니 댁에 마실 가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진순이가 조르기 때문입니다. 참! 진순이는 우리 집에 자주 마실 오시는 할머니들께는 절대 짖지 않습니다. 주인의 친구라는 것을 눈치 챘습니다. 영리한 진순이는 분명 어머니에게 불성(佛性)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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