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빠진 / 갯골에서
저어새가 젓가락 같은 다리로 서서 /주걱 같은 부리로 뻘탕을 휘젓고 있다
어미 저어새가 그만 먹으라고 해도 / 새끼 저어새는 아직 더 먹어야 한다고 / 고개를 젓다가 깜짝, 멈춰 서서
턱 턱 턱, 칠게를 먹고 / 꿀꺼덕, 갯지렁이를 삼킨다
국물은 안 먹고 건더기만 골라 먹어도 / 혼나지 않는 저어새가 부럽다
함민복의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에 실린 ‘저어새(10쪽)’의 전문입니다. 저어새가 먹이를 먹는 모습이 어린이의 시선으로 잘 그려졌습니다. 저어새는 해안의 얕은 곳, 간석지, 갈대밭, 호수나 늪에서 작은 민물고기나 양서류, 늪지 식물의 열매를 즐겨 먹습니다.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5종이 알려졌는데, 우리나라에는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 2종이 천연기념물 제 205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노랑부리저어새는 저어새보다 몸집이 크고 부리 끝이 노란 것이 특징입니다.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2,300여 마리만 남아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희귀조입니다. 그동안 저어새의 번식지는 비밀에 쌓여있었는데, 20세기가 저물어가면서 수수께끼가 풀렸습니다. 1999년 7월 제가 살고 있는 서도의 한 무인도가 저어새의 번식지로 밝혀졌습니다. 이 발견으로 이듬해 천연기념물 제 419호로 강화갯벌 및 저어새번식지가 지정되었습니다. 강화의 군조가 바로 저어새입니다. 위 이미지에서 가운데 둥근 바위에 앉은 새들이 저어새 무리입니다. 위 섬은 서해5도 가운데 하나인 우도 인근의 무인도인 비도입니다. 서해의 크고 작은 무인도들은 철새들의 중요한 쉼터이자 번식지입니다. 저어새 외에도 천연기념물 제 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 천연기념물 제 361호인 노랑부리백로, 왜가리, 가마우지, 괭이갈매기, 칼새 등이 사이좋게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어린 새끼들을 키우며 집단서식하고 있습니다.
DMZ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되고, 강화 갯벌의 국립공원화를 눈에 핏발이 선 채 반대하는 섬주민들이 다수입니다. 그들은 어부가 아닌 땅마지기나 소유하고 있는 소위 지역 유지들입니다. 그들은 강화군의 새가 저어새인 것에 대해 분개합니다. 섬주변이 저어새 번식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섬의 개발이 막혔다고 혀를 찹니다. 섬에 개발 바람이 불고, 자기 땅값이 뛰어야 배를 두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집요한 탐욕으로 이 작은 섬들은 하루도 포클레인 삽날이 멈추질 않습니다. 가히 토건공화국답게 서해의 외딴 섬들에 개발의 마수가 뻗치기 시작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어새들은 무인도에서 새끼를 키우고, 사람 사는 섬에 날아와 무논에서 우렁이, 미꾸라지, 갯지렁이 등 먹이사냥에 여념이 없습니다. 저어새가 사라진 행성에서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까요. 주걱 같은 부리로 뻘을 휘저으면서 저어새는 오늘도, 자신이 사는 환경을 파괴하는 유일한 생명체인 호모 사피엔스에게 곁눈질을 줍니다. 혀를 쯔 쯔 쯔! 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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