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남동해안은 한강의 막대한 영양염류의 운반, 큰 조석간만의 차, 광활한 갯벌로 천혜의 조건을 갖춘 해안생턔계로서 ‘게들의 천국’이다. 집단을 이루어 생활하는 농게와 칠게 그리고 세스랑게의 서식지다. 또한 1cm 남짓한 염낭게가 해변에 떼지어 산다. 이처럼 게, 새우, 물고기 등 먹이감이 풍부하여 천연기념물 제205호인 저어새를 비롯한 쇠청다리 도요사촌, 노랑부리 백로 등 희귀종의 철새 도래지이기도 하다.
갯벌은 66%의 수산생물이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 귀중한 생태계의 보고다. 우리나라는 ‘97년 3월 습지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인 람사협약에 가입했다. 갯벌은 조차가 크고 지형이 완만하며 개흙이 공급되는 특수한 지역에서 형성된다. 우리나라의 서해안은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으로 경관이 뛰어나다. 사고의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근시안적이고 단순한 경제적 논리에 머문 개발보다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고 람사협약 등록습지로 지정해야 한다.
수만년간 바다와 땅이 하루 두번씩 몸을 섞어 만든 갯벌. 그 광활한 강화도 남동해안의 갯벌을 바라보며 나는 길상면 초지리에 있는 사적 제225호인 초지진으로 향했다. 휴일이라 넓은 주차장은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빼곡하고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진입로 양안에 식재된 지 얼마 안된 어린 은행나무들이 노란 잎사귀를 흔들며 나그네를 맞이했다. 석벽을 온통 담쟁이 넝쿨이 뒤덮어 녹색융단을 한겹 뒤집어 쓴 것처럼 보였다. 서녁으로 기운 가을햇살을 넓은 잎사귀들이 튕겨냈고, 석축밑 경사받이의 잔디가 곱다.
초지진은 효종 7년(1656)에 구축한 요새로 1679년 성으로 축조했다. 고종 3년(1866) 천주교 탄압을 구실로 침입한 프랑스 로즈의 극동함대와 고종 8년(1871)에 통상을 강요하며 내침한 미국 로저스의 아세아 함대 즉 병인·신미양요의 현장이었고, 고종 12년(1875) 일본 군함 운요호사건 등 근대 제국주의 침입에 맞섰던 격전지였다. 특히 1876년의 운요호사건은 강화도조약 체결로 이어져 일본에 예속되는 운명에 처했다. 초지진 광장에 서면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이 기품있는 노송이다. 소나무와 성벽에 포탄의 흔적이 남아있어 이곳을 찾는이에게 일제 식민지 전야의 역사적 슬픔을 되돌아보게 한다.
짧은 시간 강화도 전역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찾아 보느라 급히 서둘렀다. 하지만 아직도 양도와 화도 방면 그리고 불은의 근대 국방유적지에 발길이 미치지 못했다. 나는 막바지 답사처를 불은면 덕성리의 사적 제227호인 광성보로 정했다. 불은면은 고릉리에 있었다는 고려시대 사찰 자은사(慈恩寺)의 부처의 은혜라는 뜻에서 유추했다는 설과 현재의 덕정산이 예전 불은산으로 여기서 연원됐다는 두가지 설이 있다. 광성보의 관람권 전면은 용두돈대가 염하를 내려다보고 있는 사진. 뒷면은 강화도의 들녘이 간척지라 미질이 좋은 강화쌀 광고가 실렸다. 광성보는 초지진보다 오히려 사람들이 더 많았다. 가족나들이, 답사객, 소풍나온
병아리같은 유치원생들. 주차장에 들어서 한참이나 빈 곳을 찾아 다녀야만 했다. 노란 잎사귀를 수없이 매단 은행나무가 도열한 진입로를 오르자 안해루(按海樓) 현판을 단 성문이 정면으로 보였다. 좌측에 광성돈대, 우측에 용두돈대와 손돌목돈대가 자리했다. 나는 광성보에 딸린 돈대로 발길을 돌렸다. 광성보도 초지진과 마찬가지로 1866년의 병인양요와 1871년의 신미양요의 격전지였다. 다리미 밑바닥 모양의 돈대안에 블랑기 1대, 소포 1대, 홍이포 1대가 전시되었다. 홍이포(紅夷砲)는 구경 100mm, 길이 215cm, 중량 1,800kg으로 포구에서 화약과 포탄을 장전하고 포 뒷쪽에서 점화하여 사격하는 포구장전식 화포다. 사정거리는 700m이며 조선 영조때부터 주조, 사용했다. 화약의 폭팔력으로 포탄이 날아가나 포탄자체가 폭발하지 않아 위력이 없었다. 이런 구식무기로는 신무기로 무장한 제국주의 선봉대에게 무참히 깨질 수 밖에 없었다. 서녁으로 기운 햇살이 기름칠을 먹인 무쇠 포신에 잔영을 드리웠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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