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대빈창 2008. 2. 12. 14:41

 

책이름 :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지은이 : 이윤기

펴낸곳 : 웅진지식하우스

 

힘깨나 쓰는 친구가 하나 있다. 그는 무모하게 보일만큼 용기가 넘쳐 흘렀다. 하지만 마음은 여려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뉘우친다. 그리고 그 잘못을 풀기 위해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무작정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주위 사람들은 그의 이러한 면을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다. 몇 사람 빼놓고는. 하지만 그의 삶을 고달프게 만드는 못 고치는 고질병이 하나 있다. 술을 너무 즐긴다. 그것도 말술로. 문제는 '필름이 끊겼을 때'다. 만취 상태의 '꼬장'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 그는 알아주는 천하장사다. 술에 취해 저지른 주사로 인한 죄없을 씻는 일이 그의 삶이 되었다. 책은 복잡할 것이 없다. 주인공 헤라클레스가 술에 취한 3번의 '땡깡'으로 인한 죄업을 씻기 위해 종살이로 업보를 씻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다소 길겠지만, 내 나름대로 최대한 짧게 요약한다. 헤라클레스의 탄생과 삶의 여정 그리고 죽음을 맞는 그의 일대기를 살펴보자.

카사노바도 울고 갈 제우스의 난봉 기질은 누구나 잘 알고있다. 올륌포스 천상 최고의 신은  여신, 요정, 여자 가릴 것 없이 얼굴이 반반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씨앗을 뿌렸다. 나는 제우스의 자식이 얼마나 되는 지 도저히 셀 능력조차 없다. 암피트뤼온으로 변신한 제우스는 암프트뤼온의 약혼녀 알크메네와 무려 3일 밤낮을 함께 했다.  열달 뒤 헤라클레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즉 헤라클레스는 반신반인(半神半人)이었다. 하지만 시앗의 자식을 헤라가 가만 두고 볼 일인가. 헤라의 질투는 모질다. 팔개월 된 헤라클레스에게 팔뚝만한 독사 두 마리를 보냈다. 하지만 신화에서 주인공이 금방 죽으면 말이 안된다. 당연히 독사가 죽었다.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처녀다. 헤라클레스의 뒷배를 봐 주지만 젓을 먹일 수 없어 헤라에게 몰래 젓 구걸을 한다. 헤라클레스는 장사다. 잠든 헤라의 젓꼭지를 너무 세게 빠는 바람에 헤라는 기겁을 하고 잠에서 깬다. 그때 뻗친 젓줄기가 은하수가 되었다.(신화에서 논리적 정합성을 찾는 자는 얼간이 소리를 들어도 마땅하다) 이러다가 몇 쪽에 걸쳐서도 헤라클레스의 일대기를 마무리 짖지 못하겠다. 확 줄인다. 빼앗긴 소의 2배를 찾아준 헤라클레스에게 테바이왕 크레온은 아리따운 딸 메가라를 붙여준다. 아들 3형제를 낳으며 헤라클레스는 행복한 삶을 영위한다. 이대로 끝날 수는 없다. 그럼 영웅신화가 아니지 않은가. 헤라의 저주로 헤라클레스의 첫번째 '꼬장'이 터진다. 주량이 말술인 헤라클레스는 술이 취해 눈이 뒤집혀 아내와 자식을 죽인다. 죄값을 물으며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서 신탁을 받는다. 1신년 반(1신년은 8년, 그러니깐 12년이 된다)동안 아르고스의 지배자 밑에서 종살이을 해야 한다. 드디어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헤라클레스의 유일한 패션이 탄생한다. 첫번째 과업인 네메아의 사자를 사냥하면서 사용한 올리브 나무 몽둥이와 죽인 사자 가죽을 뒤집어 썼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스의 술 취한 주사는 살인이었다. 두번째 사건은 열두 과업을 완수한 헤라클레스가 테바이에서 아우게이아스 왕과의 활쏘기 시합 후에 터진다. 내기에 지고도 약속을 어긴 왕과는 달리 왕자 이피토스는 헤라클레스 편을 들어준다. 손님으로 찾아 온 이피토스를 위해 티륀스 성벽에서 잔치를 베푼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필름이 끊어져 이피토스를 성 아래로 집어 던진다. 우격다짐으로 아폴론 신전에서 받은 신탁은 3달란톤에 몸이 팔려 3년간 종살이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웃긴다. 헤라클레스를 산 소아시아 뤼디아의 여왕 옴팔레는 음란한 과부였다. 과부 마님과 힘 좋은 머슴. 쿵! 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가 아닌가. 밤일에 열중하는 것도 종살이라 할 수 있을까.

술먹고 사고치는  헤라클레스의 세번째 '주정'은 재수가 없었다. 앞서 열두가지 과업 중 맨 마지막 케르베로스를 잡으러 저승에 간 헤라클레스는 칼뤼돈 멧돼지 사냥의 비운의 영웅 멜레아그로스믈 만난다. 죽은 오빠가 산 누이 데이아네이라를 부탁했었다. 구혼자 들간의 경쟁시합 결선에서 아켈로오스를 꺽은 헤라클레스를 데이아네아라를 차지한다. 천하장사를 사위로 맞은 오이네우스 왕은 축하잔치를 벌인다. 호사다마. 왕의 조카 에우노모스는 잔치의 술시중을 들다가, 활시위 당기는 시늉을 하며 자기 자랑에 여념이 없던 헤라클레스의 팔꿈치에 맞아 즉사한다. 헤라클레스는 죄업을 닦으러 데이아네이라를 데리고 트라키스를 향해 북상한다, 에우에노스 강을 만난다. 그 길에 헤라클레스 죽음의 단초가 숨어 있었다.

열두 가지 과업 중 네번째 에뤼만토스 산의 멧돼지 사냥 중 헤라클레스는 포도주 원액을 마시고 도망치는 켄타우로스를 쫒다가, 실수로 스승인 케이론을 죽이고 켄타우로스 족장 폴로스는 어이없이 죽게 된다. 그때 켄타우로스 넷소스가 에우에노스 강으로 숨어들었다. 강을 건너는 것을 도와주는 척 하면서 넷소스는 데이아네이라를 납치하지만, 헤라클레스의 화살에 죽는다. 그 화살에는 물뱀 휘드라의 독이 묻혀 있었다. 정신적 기둥 케이론과 우두머리 폴로스에 대한 넷소스의 보복은 독이 밴 핏물이 묻은 옷깃을 데이아네이라에게 건네준다. 여자의 허영과 질투는 남편의 죽음을 예비한다. 이올레(활쏘기 시합에서 진 에우뤼토스 왕의 공주로 원래 헤라클레스에게 시집와야 했다. 후에 헤라클레스에게 왕국이 풍비박산나고 포로가 된다)에 대한 질투심에 휩싸인 데이아네이라는 제우스 신전에 제사를 드리려는 헤라클레스의 예복에 예의 피붇은 옷깃을 숨겨 보낸다. 휘드라의 독성이 내뿜는 지독한 고통에 죽음을 감지한 헤라클레스는 스스로 장작더미에 올라선다. 헤라클레스의 육신은 소멸 후 하늘의 별자리로 박히고, 영혼은 올륌포스 천궁에 올라간다. 그리고 화해한 헤라가 딸 헤베를 짝 지어준다.

21세기 한국의 독서 풍토에 신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2000년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이 출간된 것이다. 놀랍게도 인문서로는 드물게 174쇄까지 인쇄했다. 그 바람은 돌풍이 아니라 현재도 무지막지하게 불어 닥친다. 1, 2, 3권이 모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데 4권도 한 몫 단단히 할 것이라는 사실은 명약관화다.(지은이는 이 시리즈 물을 10권으로 예정하고 있다) 도대체 이런 대중적 폭팔성은 어디서 연유할까. 독자들이 스스로 신화의 세계를 탐색할 수 있게끔 신화 속에 갈무리된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찾아내는 저자의 능력 때문일까. 그것은 우리 사회의 대중문화 메커니즘에 해답이 숨어있다. 신화의 판타지가 즉물적인 감성을 원하는 대중의 욕구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나의 눈에 뜨인 지은이의 착각(?)인 지, 출판사의 오류인 지, 아무튼 2군데의 '옥의 티' 을 밝힌다. 50쪽 '신화의 역사' 저자 '카렌 암스트롱'은 미국 신화학자가 아닌 영국의 종교학자다. 26쪽 D. 그로스먼은 '사자의 꿀'이라는 저서에서 삼손을 부정적인 영웅으로 주장했다고 하는데, 나의 시각으로는 당연하다. 왜냐하면 '사자의 꿀'은 세계신화총서의 일환으로 출간된 현재적으로 재해석된 신화쓰기의 소설이다. 신화서라면 모르지만 소설은 작가적 상상력의 산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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