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시인들이 절에 가면

대빈창 2008. 2. 14. 16:57

 

 

책이름 : 시인들이 절에 가면

지은이 : 강규외

펴낸곳 : 프레스21

 

남원 실상사, 강화 전등사, 경주 감은사지, 영주 부석사, 위도 내원암, 강화 보문사, 순창 강천사, 양양 낙산사, 화순 운주사, 의왕 청계사, 북한산 진관사, 여주 실륵사, 김제 귀신사, 고창 선운사 동운암.

 

이상 14곳이 '시인들이 절에 가면'에 등장하는 절과 암자다. 이중 나의 발길이 머물렀더 곳은 8 군데이니, 젊은 시절 나도 꽤나 싸돌아다녔던 축에 든다. 이 책에는 젊은 시인 14명의 신작 에세이라고 토를 달았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강규는 소설가이고, 원재훈은 소설을 겸하고, 이홍섭과 정끝별은  평론도 한다. 아마! 출판사 측은 '시인'이 갖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흔히 소설가나 평론가보다는 시인의 감수성이 풍부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마련이다. 14명의 시인(?)이 14곳의 절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담은 에세이 모음집이다.

사람들은 왜, 어느 때 절을 찾을까. 나는 나름대로 희망과 이상세계를 추구한다는 신념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이상이 현실에서 무너져 내리는 절망감에 그 허망함을 부릴 곳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적막과 고요를 찾아 시간만 나면 배낭을 짊어지고 일주문 안을 두리번 거렸다. 그 시절 나는 출가를 꿈꾸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하긴 실존적 고민으로 출가를 꿈꾸지 않는 젊음은 없다) 조계종 총무원에 전화를 걸어 출가 자격을 묻기도 했다. 그리고 비구 조계종과 대처 태고종의 뿌리 깊은 종단간의 갈등이 해방정국에서 이승만의 한마디가 씨앗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종단간의 헤게모니 투쟁.

책은 '프레스21`에서 2000년도에 출간되었다. 출판사 이름을 보면 21세기를 찍어내겠다는 의욕이 서려 있으나, 아쉽게도 자취를 감추었다. 90년대에는 '신춘문예당선작품집'을 연초에 독자에게 선 보였으나, 21세기인 오늘날 정작 우리 눈앞에서 사라졌다. 책날개를 들추니 펴낸 책이 별로 없다. 이 책도 찾는 이가 별로인가 보다. 출간된 지 7년이 넘었는데, 인기좋은 대형출판사가 눈길을 주지 않는지 품절 상태다. 시인 친구 함민복의 글이 실려있어 4년 전에 구입한 책이다. 며칠전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통진에 짖고있는 13평짜리 주공 임대아파트에 당첨되었단다. 가난한 시인의 환한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힘없이 대꾸했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 술로 회포나 풀 인연인가 보다." 나는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시멘트 범벅이 되고있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통진이 싫어져 낙도에 보금자리를 준비하고 있다. 겉표지 도안이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닥나무 껍질이 군데군데 묻은 전통한지다. 산중사찰의 유리문에 비친 햇살이 사금파리처럼 눈을 찌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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