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지은이 : 강제윤
펴낸곳 : 홍익출판사
신안-가거도, 만재도, 도초도, 비금도, 재원도, 흑산도, 홍도. 군산-선유도, 무녀도, 명도, 방축도, 말도. 옹진-대청도, 소청도, 백령도, 연평도, 문갑도, 소야도. 진도-독거도. 당진-대난지도, 소난지도. 안산-풍도. 통영-한산도, 사량도, 용초도. 강화-교동도. 완도-당사도, 노화도.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 사는 28개의 섬이다. 이제 시인은 이 땅의 사람 사는 섬 200여 곳을 돌아다녔다. 이 책은 ‘섬 순례기’ 2권이 된다. 1권 ‘섬을 걷다’에 비해 편집이 세련되었다. 게재된 사진이 큼직하게 독자의 시선을 배려했고, 찾아가는 섬의 위치를 도입부에 간략한 지도로 나타냈다. 1권은 오타가 곧잘 눈에 뜨였지만, 2권은 교정 작업에 충실을 기했다. 하지만 한 가지 실수가 너무 크게 드러나는 게 흠이다. 백령도는 행정구역이 강화가 아니라 옹진이다. 차례나 chapter는 ‘강화(?)’이면서 정작 본문에 ‘옹진’으로 바르게 표기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 유인도의 정확한 개념을 알았다. 국제해양법에 유인도란 ‘섬에 두세대 이상이 거주하고, 식수가 있고, 나무가 자라는 섬‘을 이른다. 세가지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유인도가 아니다. 내가 사는 주문도에 딸린 수시도라는 무인도가 있다. 몇 년전만 해도 그 작은 섬에 한 어부가 움막을 짓고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렸다. 하지만 그 섬은 물이 나고, 나무가 우거졌지만, 유인도가 아니다.
‘지척에 있는 섬들 간의 거리가 때로는 머나먼 육지보다 멀다(62쪽)’ 그렇다. ‘격강천리(隔江千里)’다. 서도 군도(群島)는 4개의 유인도와 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섬들 간의 왕래는 드물다. 모든 섬의 생활권은 강화도다. 주민들은 여객선을 타고 본도인 강화도에 나가 일을 본다. 강화 5일장에 맞추어 생필품을 구입한다. 정 급한 물품은 마트와 전화로 계약한다. 폰뱅킹으로 물건 값을 지불하고, 선창에 시간 맞추어 나가 여객선에 실려 온 물건을 내린다.
내가 사는 섬들의 어부들을 먹여 살리는 것은 젓새우다. 그 유명한 강화밴댕이는 씨가 완전히 말랐다. 병어, 꽃게 구경한지가 언제였던가. 고기를 잡는 목선은 고작 7척이고, 주꾸미 소라방을 던지거나, 농어 낚시를 하는 선외기도 10대 안팎이다. 4개의 유인도에 흩어져 사는 650여명의 주민들은 어부가 아니다. 농부다. ‘섬 주변의 어장에서 물고기가 고갈되는 것의 원인 중 (······) 도로의 영향도 크다(309쪽)’ 섬에서 흘러드는 유기물이 도로에 의해 차단되니, 먹이가 없어지고 고기들은 섬의 해안을 찾지 않게 되었다. 4대강을 먹어치운 토건족들은 이제 섬으로 눈길을 돌렸다. 내가 사는 작은 섬 주문도에 연일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의 굉음이 울려 퍼진다. 새로 선창을 만들고 해안도로을 뚫으면서 섬의 산들이 뭉개지고, 아름드리나무들이 베어나갔다. 섬들 간에 연도교를 놓고, 하루빨리 조력발전소를 건설해야 섬이 발전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주민들이 떠나 가면서 적막강산의 섬이 시멘트 범벅으로 변해가고 있다. 막돼먹은 토건국가 대한민국의 개발이고 성장이고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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