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대빈창 2012. 11. 28. 07:00

 

 

책이름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지은이 : 유홍준

펴낸곳 : 창비

 

남도답사 일번지.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 평양의 날은 개었습니다. 다시 금강을 예찬하다. 인생도처유상수.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세트로 창비에서 출간한 1권부터 7권까지의 부제다. 나의 책장에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초판본들이 자리 잡고 있다. 1권부터 3권까지는 출판사가 창작과비평사다. 1권은 부제가 없었다. 4·5권은 표제가 ‘나의 북한문화유산답사기’다. 5권의 부제는 ‘금강예찬’이었다. 출판사도 중앙M&B다. 6·7권은 출판사가 창비다. 출판사 창비의 90년대 이름은 창작과비평사였다. 그리고 표지 사진도 전부 바뀌었다. 1권부터 7권까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제목 글씨다. 조선 후기 목판본으로 간행된 언간독(諺簡牘)에서 집자한 것이다. 예약 판매하는 7권을 서둘러 손에 넣었다. 그리고 6권을 펼쳐 들었다. 한가위를 앞둔 보름동안 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즌 2로 발간된 두 권을 연이어 잡고 리뷰를 긁적거릴 것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는 1993년에 출간되었다.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80년대가 저물어가던 초겨울. 나는 신흥 공단도시 안산의 변두리 지하방에 터를 잡았다. 그리고 공단의 한 화학약품 공장에 입사했다. 그리고 이렇게 다짐했다. ‘나는 일생을 프롤레타리아로 살 것이다. 절대 나의 목에 넥타이를 매는 일은 없을 것이다.’가리봉동의 벌통방, 남부지원앞 마찌꼬바. 대형 건설회사의 직업훈련원. 인천 변두리의 영세공장들 등. ‘답사기 1’이 출간되었던 그해 겨울. 나는 다리가 부러졌다. 시골로 낙향했다. 암담했다. 그때 눈에 뜨인 책이었다. 자기모멸감에 괴로워하던 나는 배낭에 ‘답사기’ 책들을 쟁였다. 그리고 길을 나섰다. 나의 블로그에서 카테고리 ‘배낭메고 길나서다’에 묶인 글들이 그 시절 방황의 흔적들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즌 2를 여는 ‘인생도처유상수’는 1권 ‘남도답사 일번지’ 이후 20여년 만에, 5권 ‘다시 금강을 예찬하다’ 이후 꼭 10년 만에 우리를 찾아왔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문화유산은 서울의 상징 경복궁과 대구 달성의 도동서원, 순천 조계산의 선암사, 표지 그림 쌍사자석등이 있는 합천의 영암사터, 거창의 정자문화 그리고 지은이가 제2의 고향으로 삼은 부여와 인근 논산, 보령의 은진미륵과 성주사터 등이다.

마무리로 근정전, 종묘 정전과 함께 조선시대 3대 목조건물로서 단일 평면으로 가장 큰 경복궁 경회루와의 인연을 언급해야겠다. 내가 경회루를 처음 마주하게 된 것은 고 2때였다. 나는 그때 시커먼 시골 촌놈으로 학교 대표였다. 전국고교회생실기대회가 경복궁에서 열렸다. 제한된 시간에 소재는 자유롭게 선택하여 수채화를 그렸다. 나는 그때 잔디밭에 앉아 경회루 전경을 화폭에 옮겼다. 대회에서 입상하여 커다란 메달을 받았다. 나의 16년 학창시절 유일하게 받은 상이었다. 이 책의 부제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는 삶의 도처에 숨어있는 고수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지은이가 문화재청장으로 부임하여 경복궁을 초도순시할 때 박연근 관리소장은 경복궁의 아름다움을 ‘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근정전 앞마당의 박석 이음새를 따라 빗물이 제 갈길을 찾아가는 모습’ 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상수(上手)였다. 그런데 이 땅의 문화재 5대 궁궐과 42개 왕릉의 참도에 깔 박석을 구할 길이 없었다. 이에 저자는 옛 문헌기록을 뒤적여 현지조사를 하여 광맥을 찾아냈다. 화강암 바위들이 떡시루처럼 두께 12cm로 켜켜이 쌓여있는 박석광산은 석모도 매음리에 있었다. 어머니의 고향 섬이다. 나는 39쪽의 박석광산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이럴수가! 주문도저수지에서 석모도를 바라보면 산정 가까이 돌을 캐 낸 광산이 마주 보였다. 경복궁 근정전 마당의 깨진 박석을 교체한 돌들이 생산된 곳이다. 새로 깔린 박석 이음새로 빗물의 흐름은 더욱 아름다워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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