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지은이 : 유홍준
펴낸곳 : 창비
성질 급한 나는 이 책을 예약판매로 손에 넣었다. 그리고 6, 7권을 연이어 잡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93년 제1권 ’남도답사일번지‘ 이래 2011년 제6권 ’인생도처유상수‘까지 근 20년 만에 300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국내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다. 제7권은 앞의 책들과 달리 오롯이 제주만 담았다. 제주의 자연과 문화유산, 역사와 사람 사는 이야기로 렌터카를 빌려 제주를 여행하는 ’제주허씨‘들를 위한 제주 안내서다. 이 책의 부제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은 제주의 시인 故 김광협이 제주어로 지은 시의 제목에서 인용했다.
책을 즐겨 손에 잡은 지 25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내 방의 책장에는 1,000권 이상의 단행본이 쌓였다. 시골로 낙향하면서 300여권의 책을 기증한 것까지 1,500여권이 그동안 내 손을 탔다. 안중근 의사가 말했던가. ‘하루라도 책을 안 읽으면 입에 가시가 돋힌다’고. 이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독서는 의지만 갖고 되는 일이 아니다. 책읽기가 몸에 배야한다. 자투리 시간이라도 나면 손에 책이 들려 있지 않을 때 뭔가 허전하고 아쉽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다음 책은 어떤 것을 잡을까 설레임마저 인다. 한권을 책씻이하고 책장에서 손 가는대로 새 책을 집어 든다. 책 부피가 두껍거나 내용이 까다로우면 ‘꽤나 시간이 걸리겠는데’ 하며 잠시 머뭇거린다. 하지만 몸에 배인 대로 겉표지를 펼치면 뒷표지를 덮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책술이 꽤나 나가는데도 책을 들면 엔돌핀이 솟구친다. 그만큼 독자를 빨아 들이는 흡입력이 대단하다. 달래 인문학 최초의 밀리언셀러일까.
나는 20대 중반, 대학 학부시절에 4박5일간 제주를 여행했다. 맘 맞는 젊은이 5명이 배낭을 짊어지고 15일간 전국을 쏘다니는 와중에 제주에 발길이 닿은 것이다. 여행도 아닌 한마디로 자연경관을 찾아다닌 관광이었다. 그때 나는 전 국토가 병영화된 동토의 왕국에서 군홧발 정권에게 착실하게 세뇌단한 젊은이였다. 그러기에 역사의식과 현실인식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한심한 사고의 소유자였다. 세월이 흐르고, 철부지 시절의 제주도 여행에 대한 회한을 '의식각성의 현장’을 읽고 리뷰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 20여년 전 젊은 시절 나는 제주도에 배낭을 메고 5일간 머물렀다. 화산섬의 기승절경을 이곳저곳 돌아보면서 우리 산천의 다양함에 한껏 고무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순진(?)이 낯 뜨거움으로 다가온다. 봉건시대 중앙정부의 수탈과 억압에 신음하던 변방 민중들의 애환을, 강도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병참기지로서, 해방공간에서 남북통일정부에 대한 열망이 4·3 사건의 피비린내 나는 학살의 현장으로서, 목 좋은 땅투기 지역으로 전락한 고향을 바라보는 원주민들의 슬픈 눈망울을 바로보지 못하는 천둥벌거숭이의 답사란 도대체 이 시대에 무슨 의미를 갖는가하는 회한 때문이다. 역사의 고비마다 온 몸으로 이 땅을 지켜 온 민중의 투쟁을 자각하지 못한 기행은 한낮 나그네의 관망자적 시선에 다름 아닌 것이다. -
나는 책을 읽어나가다 제주인들의 아름다운 공동체의식에 감동을 받았다. 제주의 묵은 동네에는 재일동포의 마을에 대한 기부에 감사하는 공덕비가 즐비하다. 이 ‘노블리스 오블리주’ 문화의 기원을 저자는 본향당 신앙에서 찾았다. 본향당은 제주의 마을마다 있는 신당으로 현재에도 300여 곳이나 살아있다. 제주 사람들은 자기 삶의 모든 것을 이곳 본향당에 신고했다. 본향당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의식이 고향에 대한 기부문화로 이어진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애향심인가. 똑똑한 사람 하나가 백 명을 먹여 살린다고, 드러내놓고 재벌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니 이 땅의 백성들은 고맙게 생각하라고 뻐기는 한 재벌 총수는 입만 열면 ‘메기론’ 타령이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이 땅의 가난한 민중들은 왜 미꾸라지가 되어야 하고, 불법˙편법으로 3대를 세습한 몹쓸 재벌 집안이 메기가 되어야 하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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